연바람 Yeon Dreams

Dream & Create 꿈꾸며 창조하다

꿈을 꾸며 창조하다

수필집- 내 마음의 힐링 드라이브

팁을 두번 주는 할머니

Hi Yeon 2014. 2. 24. 12:27

상가 입구에서 카터를 잡고 있는 할머니를 보고는 얼른 나는 차를 그분 앞에 세우고는 내렸다. 그리고 카터안의 쇼핑비닐봉지를 차에 실었다. 할머니는 처음 보는 분이었다. 깔끔하게 차려 입으신 그분은 잽사게 움직이는 나를 미소 지으며 처다만 보고 있었다. 물건을 다 싣고는 나는 조수석 문쪽으로 가서 앞문을 열고는 할머니쪽을 바라보고 외쳤다. 

 

"할머니 타세요."

 

할머니가 안전하게 타는 걸 확인하고는 출발하였다. 그리고 행선지를 물었다. Nashwick Manor, 그곳은 이도시 외곽에 위치한  저소득층이 사는 시니어 아파트였다.  자주 할머니들을 그곳으로 모셨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나는 그곳을 잘 알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고 강변을 따라 이리저리 달렸다. 얼마 후 그곳 정문에 도착하였다.

 

할머니들은 보통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한다. 그러나 이 할머니는 대빗카드을 내 밀었다. 아직 정신이 말짝하신  신식 할머니로 생각되었다. 계산을 하고 나서 계산서를 보니 8달라의 요금에 별도로 2달라의 팁이 더해져 있었다. 얼씨구나,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얼른 내려서 손수 물건을 다 들고 할머니 뒤를 따라 나섰다. 할머니는 건물정문과 작은 복도를 지나고 그리고 작은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2층 아파트 건물, 올라가 봐야 2층이 아니던가. 계단에서 다시 복도로 들어서니 양옆으로 촘촘히 출입문들이 보였다. 할머니는 그 중간쯤에 멈추었다.

 

할머니가 사는 아파트였다. 보통 손님의 물건을 들어 줄 경우, 아파트 문앞에 물건을 놓고 작별인사를 한다. 그런데 이 할머니는 문을 열고는 아무 말도 없이 안으로 들어 갔다. 어찌하라 나도 물건을 들고 따라 들어갈 수 밖에. 갑자기 실내로 들어오니 눈앞이 컴컴하였다. 조금 지나자 내부가 조금씩 밝아져 왔다. 물건을 바닥에 놓고 보니 작은 거실과 부억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거실은 작다보니 4인용 소파 하나로 꽉 차 버렸다. 혼자 사는 아파트라 부억도 작았다. 그리고 소파위에  식탁위에  탁자위에, 단이라는 단마다 작은 기념물들로 꽉 차 있었다. 아파트가 좁다 보니 옹기종기 기념물들만 내 눈에 들어왔다. 창문쪽에서 작은 빛이 안으로 비쳤다. 그 기념물들은 검은 그림자가 되어 장남감 유령처럼 거실안을 날아 다녔다.

.

"할머니, 안방은 어디 있어요?" 하고 물으니 바로 옆의 방문을 손으로 가르킨다. 혹이여 실례가 될까봐, 나는  차마 그곳을 열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방 하나, 거실 하나, 부억 하나이네요" 하니 할머니는 대답대신 다른 말을 하였다.

 

 "난방 전기 포함하여 임대료는 내 소득의 30%만 내면 돼, 그래서 아주 좋아"

 

할머니가 무슨 소득이 있겠서. 아마도, 연금이겠지. 그럼  연금 등 총 수입의 30%만 내면 그것 쾐찮네. 아니 아주 좋은 조건이구만. 작은 아파트이지만 역시 캐나다는 다 살게끔 되어 있네. 그러나 그보다는 내 눈에는 깊게 커텐이 쳐진 작은 아파트안의 컴컴함과  지금 홀로 서 있는 할머니가 서로 매칭되면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외로움, 처절한 쓸쓸함이 먼저 보였다.  유리창 사이 작은 빛으로 만들어진  단위에 놓인 기념물들의 허상들, 창너머 커텐사이로 보이는 하얀 눈,  갑자기 할머니가 살아 있는 귀신같아 보였다. 조용한 적막함이 갑자기 나를 문밖으로 밀쳤다.

 

"할머니, 저 갑니다." 하고 나는 돌아 서면서 인사하였다.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돈을 내어 내 손에 쥐어 주었다. 5달라였다. 아파트문을 뒤로 하고 나는 밖으로 나왔다. 대빗으로 팁을 계산하였는 데, 또 팁을 주네. 대빗 팁은 잘 태워 주었다고 주는 것이고, 현금 팁은 물건을 잘 들어 주었다고 주는 팁인가. 이것 저것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그냥 떠날 수가 없어 그 주변을 빙빙 몇바귀를 돌면서 할머니 아파트 창문쪽으로 가 보았다

.

아파트는 어찌 그리 쓸쓸해 보이는 지, 어찌 그리 외로워 보이는 지,  할머니의 외로움과 쓸쓸함이  차가운 겨울 바람이 되어 하늘로 마구 올라가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찿아오고 이웃도 만나겠지. 그러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겨울 내내, 아니 일년 그리고 계속 내내, 단위에 놓인 기념품의 그림자들과 함께  혼자 말하고 혼자 자고 혼자 밥 해먹고 산다면, 아마도 틀림없이 할머니는 살아있는 귀신이 될거야. 

 

그래 맞어, 현금으로 준 팁은 바로 이런거야. 아마도 귀신같은 자기 집에서 잠깐이나마 사람냄새와 사람소리를 불어 넣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