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택시운전을 할 때는 사람만 태우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택시를 운행하다 보면 승객을 태우는 일 이외에 자주 여러가지 배달이나 부가적인 요청도 들어온다. 여기는 기본적으로 회사형태의 콜택시이기 때문에 그러한 모든 종류의 요청은 사무실 콜센타에서 받아서 운행중인 택시에게 일을 배분한다. 그러한 부가적인 서비스가 많다 보니 많은 택시 차량이 짐을 실을 수 있는 7인승 밴종류이다.
술을 사 오너라 하면 술을 사다가 배달하고, 담배를 사 오너라 하면 담배를 사서 배달한다. 공항에서 가방이 지연되어 주인을 못 찾을 경우 택시가 그 가방을 배달한다. 월마트에서나 수퍼스토아 혹은 전자상가에서 큰 물건을 살 때도 그들은 택시를 부른다. 주로 학생이나 독신자들이 많이 이용하지만 그들이 이사를 할 때도 택시를 부른다. 이삿짐이라 해봐야 큰가방 2-3개와 작은 한 두개의 가구이다. 이때 택시가 참으로 요긴하다. 노인네들은 짧은 거리인 경우 혹은 작은 물건을 들었을 경우에도 택시를 많이 부른다. 가장 많이 부르는 고객은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고 그 다음은 학생들, 그리고 식료품을 사려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에 기사에게 좀 정차하여 기다려 달라고 하고는 자주 하차한다. 물건을 전달하거나 혹은 간단한 물건을 사거나 일을 보기 위해서 기사에게 요청을 하는 것이다. 어떤 분들은 어디에 가서 누굴을 좀 데려다 달라고 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사무실에서 전체적인 시간과 노력을 반영한 후 규정대로 요금을 책정하여 기사에게 음성으로 알려준다. 여기서 손님의 요구로 특별히 더 먼 거리를 달려야 하거나 별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추가요금이 부과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가적인 서비스중에는 내가 생각하기에 좀 특별하다고 생각되는 일도 많았다. 학교 방학 때나 주말에 애들끼리 모여 같이 노는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경우, 예를 들어 생일 파티 같은 것이 있을 때 애들이 택시를 많이 이용한다. 그때 부모가 애들만 차에 태우고 도착지에서는 초청한 상대 부모가 애들을 맞이한다. 이러한 경우는 택시 기사에게 애들을 어디로 보내 달라는 전달의미가 강하다고 볼 수가 있다. 그래도 그때는 애들이 자기의 의사표현이 가능한 초등학생이기에 나는 그들을 일반적인 승객으로 보았다. 그러나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어린 유치원생 정도라면 그 의미는 확연히 달라진다.
참으로 오래된 일이었다. 외곽의 어느 지역으로 가라는 콜이 왔다. 가보니 젊은 아버지와 4-5살 정도의 남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타는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어린 아들만 뒷 좌석에 태우고는 본인은 내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사인 나에게 주소를 내 밀면서 내 아이를 이 주소로 데려다 주라는 것이었다.
별 일도 다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사무소에서 콜이 왔으니 시키는 대로 하였다. 차문이 닫히고 나는 출발하였다. 가는 도중 뒤자석으로 돌아 보니 애기가 눈을 말똥말똥거리면서 나에게 "하이"라고 인사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나도 상쾌히 "하이"라고 응답하면서 별도로 애기에게 말을 걸고자 이름을 물어 보았다. 내가 왜 그랬나 하면, 모르는 어른과 함께 있는 그 애기가 좀 주눅이 들지 말고 나를 안심해도 되며 마음 푹 놓고 있어도 쾐찮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아마도 상쾌하게 물어보고 웃었던 것 같았다.
어쨌던 한참 후에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그곳은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었다. 아파트 입구에서 젊은 여자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그 여자는 바로 차 뒤좌석 문을 열고는 애기와 포옹하였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왔서 물었다.
얼마죠?
나는 사무실에서 책정된 요금을 말하고 그 여자분에게 요금을 받았다. 물론 한사람 승객으로 보아 책정된 일반적인 요금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와 같은 일을 여러번 반복하였다. 왜 그런일이 생기는 지는 그들에게는 물어 보지는 않았다. 출발지와 도착지의 상황을 보고 그들은 헤어진 사이로 애들과 정기적으로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애기를 보내고 받고 하였던 것으로 쉽게 짐작이 갔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 택시에 타고 있었던 승객은 자기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굳이 다르게 표현한다면 보편적인 승객이라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차라리 그것은 배달 혹은 전달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그 대상이 겨우 말을 하는 4-5살 애기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보면 이곳의 신뢰된 택시 시스템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택시기사의 책임이 무한함을 짐작할 수도 있다. 즉 택시기사는 너무나 큰 일을 할 때도 있다. 때로는 택시기사의 행적을 자기 손바닥을 보듯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무소이고 보면 운행중에 기사의 사소한 행위라도 큰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선을 다 하면 별일도 아니다. 또한 바쁘다 보면 무심코 넘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아이를 태울 때마다 나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 없는 야릇한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왠지 입안이 씁씁해지는 것을 지울 수가 없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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