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바람 Yeon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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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내 마음의 힐링 드라이브

손님들은 내 옆에 앉는다

Hi Yeon 2014. 2. 22. 02:32

여행을 할 때 버스를 타거나 기차 혹은 택시를 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사람들은 우선 빈 2인석을 고르고 그것이 없다면 이미 누군가 한석을 차지하고 남은 그 옆자리에 가서 슬거머니 앉게 된다. 이와 같이 공공의 장소에서 다른 많은 빈자리를 두고 이미 누군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 바로 옆을 골라서 앉는 경우는 없어 보인다. 버스나 기차는 다수가 모이는 공공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택시는 다수가 동시에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가 아니다. 굳이 달리 말하자면 공공성이 있는 개인적인 장소라 표현할 수가 있다. 좁은 공간에서 1:1 로 이루어지는 운전자와 손님사이의 서비스 관계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라고 할 수가 있고,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고도 볼 수가 있다. 그런 관계로 손님이 택시를 탈 때 어느 좌석에 앉는가하는 것은 문화적 차이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나에게는 자주 중요한 의미를 주곤 했다

 

손님들은 내 차를 타면 대부분 내 옆에 앉는다. 아가씨도, 학생도, 할머니도, 아주마도, 젊은이도, 총각도, 할아버지도, 아저씨도. 이 얼마나 좋은가. 그것도 하루 종일 번갈아 가면서, 앉아서 이야기 해주고 웃어 주기도 하니. 그 뿐인가? 내가 얼른 인사하지 않으면 그들이 먼저 나에게 사냥하게 인사를 한다. 특히 택시를 이용하는 아가씨들은 일터로 가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몸매와 인상도 좋으며 또한 예쁘다. 그들로 부터 상쾌하게 인사를 받는 기분은 생각 이상으로  즐겁다. 택시 기사라는 잡은 바닥 인생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더더욱 그랬다.  

 

내가 처음 택시를 운전할 때는 손님이 나의 옆자리에 앉는 것이 매우 불편하였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손님은 내 옆에 있었고 그때마다 자연스럽게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운전하면서 대화는 더욱 어려웠다. 그렇다 하더라도 좁은 공간에서  1:1로 만나는 내 손님이 아닌가. 내가 먼저 사냥하게 인사는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였다. 그러다 보면 손님들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루어졌다.

 

손님 입장에서 보면 바로 내 옆에 앉아 말 없이 앞만 보고 있는 것도 어색할 수 있다. 말 없이 한참 운전하다 보면 나도 어색해지곤 한다. 이런 분위기를 깨기 위하여 어떤 승객은 일부러 말을 건다. "참으로 날씨가 좋습니다.", "어디 출신입니까?", "여기 몇년 살았습니까?" 라는 말로 분위기를 만든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이러하니, 내가 피곤하다 보면 어떤 때는 "뒷좌석에 앉으면 될 일, 굳이 내 옆에 앉아 나를 신경쓰이게 할 것이 무엇이야"하고 혼자 중얼거린 적도 있었다. 그때 나는 승객은 주로 뒷좌석에 앉는 우리의 택시문화를 생각하였던 것이다.

 

뒷좌석에서 편안하게 앉을 수도 있고 또한 그것이 그들에게도 안전한 방법인데도 불구하고 보통 손님들은 내 옆좌석에 앉는다는 것,  단순히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하기 이전 그것은 나에게는 하나의 기분 좋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들이 내 옆자리를 차지할 때는 나를 대우해 준다는 느낌, 대우라고 할 것까지는 없더라도 최소한 손님들이 나에게 "일을 시킨다"라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이제까지 재미있게 택시 운전을 하여 왔던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닌가 한다. 즉  모든 손님들이 기사인 나를 자신들과 동등하게 보며, 나라는 택시기사는 승객인 자신들을 도워주는 사람이다 라는 느낌을 받아 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이제는 택시일을 좀 하다보니 뒷좌석에 앉는 손님을 보면 좀 별스러워 보인다.

 

동아시아인들은 대부분 택시 뒷문을 이용한다. 오래동안 익히 알고 있었고, 그것 또한 단순한 문화적 차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간혹 손님들이 뒷좌석에 탈 때  마치 그들이 나를 잔돈 주고 "부린다" 혹은 "시킨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왠일일까?  최근에 새로이 일어나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나 좀 변했나? 아마도 살아가는 여기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 모양이다.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