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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20 여기도 매일매일 비가 오는 이상기후이다

Hi Yeon 2023. 7. 20. 07:02

 

230720 여기도 매일매일 비가 오는 이상기후이다

 

이곳 캐나다 동부 프레데릭톤에 도착한 때는 6 3일 새벽 4시였다. 오늘이 7 20일이면 여기서 거의 한 달반을 지낸 셈이 된다. 공항에 도착하여 택시를 탈 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곳은 밤에 가끔 자주 비가 내린다. 그러나 아침이면 언제 비가 내렸는가 할 정도로 화창하다. 그래서 날이 밝으면 으레이 화창하겠지 생각하였다. 아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비가 내리거나 흐렸다.

 

동부 캐나다는 보통 여름이 건기에 해당되어 강수일이 작다. 물론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있으나 우리나라보다 추운 사계절이다. 7월 여름은 낮에는 매우 더우나 저녁에는 다소 시원하다. 햇빛 아래는 매우 덥고 그늘진 곳에는 괜찮다는 것이다. 다행이 공기가 건조하여 더워도 쾌적하다. 우리나라보다 여름이 늦고 가을은 빠르다. 겨울은 매우 춥고 길며 겨울 내내 눈이 오는 것이 우리나라 기후와 다른 점이다. 즉 동부 캐나다 여기는 겨울이 우기인 셈이다.

 

어찌된 일인가? 그런 날씨가 요즈음 전혀 다르다. 내가 머물렸던 한 달 반동안 화창했던 날은 손으로 꼽는다. 거의 매일 비가 오거나 흐렸다. 나야 어디 나갈 일이 없고 흐리고 비가 와서 시원하니 좋다만, 길고 긴 추운 겨울을 지나온 여기 사람들에게는 답답한 노릇이다. 아니 이제 햇빛 좀 보려 했는데, 매일 비야! 길고 긴 추운 겨울을 보내고 5월 말이면 비키니 차림으로 도로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그들이다. 그런데 맨날 비가 오니 오죽하겠는가?

 

세계 날씨가 이상해졌다고 하니 여기도 기상이변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그렇게 매일매일 비가 오고 흐린 데도 불구하고 축축하다는 느낌이 없다. 이는 축복이다. 보통 2-3 주마다 잔디를 깎았지만 1주일만 되어도 잔디는 무성하다. 매일 비가 오니 초목 입장에서 보면 천국이 된다.

 

맨날 비가 오니 처음 도착하여 2-3주는 마음이 가라앉고 우울하였다. 그런데 하루 날씨가 화창하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현재 상황이 좋지 않으면 날씨가 기분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았다.

 

여기 도착하여 방 하나에 살면서 학교 작업실에 왔다갔다 하였으나 영 마음이 잡히질 않았다. 13 년을 여기서 살았지만 막상 혼자 다시 여기 와 있으니 영 정도 가질 않았다. 작업실에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할 때이다. 삼씨 세끼 먹는 것도 힘들었고 짜증마저 났다. 걸어다니는 것도 힘들었고 비까지 오니 입에서 욕이 나왔다. 모든 것이 불편했다. 이 나이에 멀쩡한 한국 집을 두고 내가 여기 왜 있어? 하는 물음이 시작되고 결국에는 내가 미쳤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렸다. 그러면서 안절부절했다. 날씨마저 매일 비가 오니 나도 모르게 더 다운되었다.

 

그렇다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쩔 수 없이 비가와도 시계추 같이 집에서 작업실로, 작업실에서 집으로 왔다갔다 하는 하루가 매일 반복이 되었다. 3주가 지나고부터 내 일상이 잡히기 시작했다. 디자인하고 무엇인가 만들기 시작하면서 작업실에서 하루가 나도 모르게 지나갔다. 몰입이 된 것이다.

 

 

오늘은 박스 작은 손잡이 하나 만들다가 하루가 다 갔다. 작업이 끝나고 집으로 걸어갈 때면 나도 모르게 더 나은 디자인을 꿈꾼다. 그리고는 문득 디자인의 해결방안이 떠오른다. 걸을 때 비가 오면 시원해서 좋다. 비 맞는 기분도 괜찮다. 비에 젖은 도시가 매우 감성적이다.

 

집에 도착하여 쉬고 있으면 또 내일의 작업이 생각난다. 저녁이면 보통 무료하여 한국드라마를 보았다. 이제는 시시하다. 작품생각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유명한 작품을 만들면 좋겠지만 욕심이 붙으면 작업이 일이 된다. 그럼 힘들다. 그냥 몰입하려 한다. 작품이 팔리면 그 돈으로 재료 사고, 밥 사 먹고, 그래도 남으면 여행다닌다. 이러다 내 인생 이렇게 다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다. 과거 그냥 놀아보니 시시했었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해보는 것이다.

 

처음 도착하여 매일매일 비가 내렸다. 매일 비가 내리니 나도 축 처졌다. 우울하고 짜정이 났다. 한달 반이 지난 오늘 아침 일어나니 역시 흐리고 비가 온다. 확실이 예전과 다른 이상기후이다. 그러나 이제는 별 상관이 없다. 작업실에서 무얼 만들기 위해 몰입하면 잘 때까지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말할 사람이나 볼 사람도 없지만 이제는 이 역시 별 상관이 없다. 잠자리에 들 때 나 혼자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 빼고는 말이다. 하루 활동량이 많아서 그런가? 아님 몰입해서 그런가? 다행이 한국에서는 운동으로 몸을 피곤하게 하여도 잠자기가 어려웠는데 여기서는 누우면 쉽게 잠들고 금방 아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