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716 늙었나 보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다운타운에 있는 학교 작업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간에 큰 공원이 있다. 이 도시의 가장 크고 좋은 공원(Wilmot Park)이다. 공원 건너편에 강(Saint John River)이 흐르고 Governor가 사는 Government House가 여기에 있다. 그 공원 안에 6면의 테니스 장이 있다.
집에서 다운타운에 갈 때면 일부러 그곳으로 우회한다. 공원에서 산책하면서 테니스장을 둘려보기 위함이다. 멀리서 테니스장을 보이기만 해도 그냥 좋기 때문이다. 지금은 남들이 테니스 치는 것을 보기만 한다. 보기만 하여도 왠지 마음이 즐겁고 흥분이 된다.
여기서 가끔 전문 테니스인이 초등생을 코치하는 것을 본다. 형편이 되고 좀 깨인 이민자들은 자녀를 위하여 1:1 테니스 레슨를 가진다. 요즈음 레슨비는 30분당 30불 정도 하나? 이때 나는 라켓도 겨우 드는 작고 왜소한 초등생이 치는 테니스를 정신없이 처다본다. 애들이 치는 테니스 폼은 정말 아름답다. 몸 동작이 물 흐르듯 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는 재미는 나에게는 매우 특별하다.
2006년 캐나다 이민을 와서 그후 자주 막내와 함께 여기서 테니스를 즐겼다. 그때 막내는 초등생이었는데 내가 테니스를 가르쳤다. 막내가 한 6개월을 쳤나? 바로 지금과 같은 여름에 초등생 테니스 대회가 여기서 열렸다. 테니스를 즐기는 캐나다 NB주 초등생이 여기서 모였고 내 막내도 참가를 했다.
테니스 단식으로 서로 겨루는 지역의 작은 대회이다. 초등생 테니스가 별 것인가 그냥 넘기기만 해도 되는 정도이다. 막내는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다. 학년 별로 하니 예선 두 경기 다음으로 준결승이고 결승이다.
막내는 어이어이 하여 결승에 올랐다. 여기 클럽소속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동양애가 결승에서 공을 넘기고 있으니 당연 모든 사람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리 나는 막내에게 주문했다. “이기고 싶으면 욕심을 버리고 실수없이 넘기기만 하라”. 작전은 통하였고 막내는 우승을 했다.
막내는 우승 메달과 부상으로 테니스 가방을 받았다. 이때부터 막내는 이 도시의 유지, 특히 여성분, 들과 알게 되었고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시절까지 테니스로 그들과 교분을 나누었다. 막내는 아직도 그 가방을 간직하고 있다.
그 후 나는 막내와 함께 여기서 테니스를 즐겼고 테니스 동호인들과도 테니스를 즐겼다. 지금은 무릎이 좋지 않아 테니스를 끊고 산다. 그러나 이곳을 지나면 왠지 옛날 생각이 난다. 들어가서 치고 싶다. 그러나 무릎이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같이 칠 사람도 없고 라켓도 없다. 그냥 테니스장 옆에서 테니스를 즐기는 그들을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젊었을 때는 “보면 무얼 해 직접 해 보아야지” 라고 고집했다. 지금은 그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어쩌라! 몸이 받쳐주지 않는데. 다행이 지금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어떤 때는 괜히 라켓 없이 빈 몸으로 스윙 연습도 해본다. “포핸드, 백핸드, 발리, 스매싱”
나이가 들어 몸이 고장나기 시작할 때 쯤 우리의 사고가 이렇게 변한다. 이제 나도 그렇다. 30년 이상 테니스를 즐겼던 나다. 공없이 그냥 라켓으로만 해보아도 즐겁다. 입가에 웃음이 돈다. 눈은 초롱초롱해 진다. 마치 테니스장에서 공을 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며칠전 업타운에 걸어서 스포츠 전문매장 Cleves’ source for sport에 들렸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 의류, 장비를 판매하는 매장이다. 그곳에서는 재고가 많이 남으면 자주 50% 혹은 간혹 70%까지 세일을 한다. 나는 과거 테니스를 그만 두면서 모든 장비를 다 버렸다. 보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 이 매장에서 테니스 라켓을 하나 구입했다. 50% 세일가격이다. 한국은 인기 라켓 위주로 판매되고 있어 비싸다. 그나마 세일도 잘 안한다.
<Dunlop Vibrotech Pro255, CAD 49.00>
한국가격을 검색해보니 12만원에 스트링 가격이 별도이다. 막줄이지만 스트링이 있으니 정말 싼 가격이다. 무엇보다도 무게가 255g (보통 라켓무게는 300g), 배런스가 중앙(Even, 경량 라켓일수록 해드 쪽이 무겁다)이다. 이런 경량에 배런스 중앙은 매우 드물다. 여성용이고 스트로크에 좋다. 60kg도 안되는 나에게는 안성마춤이다.
방안에 이 라켓을 두고 본다. 왠지 보기만 해도 좋다. 이 라켓을 들고 스윙을 해 본다. 옛날 폼이 나온다. 왠지 즐겁다. 라켓을 구입한 후 지금까지 계속이다. 테니스장에서 사용하지 않을 라켓을 들고… 이렇게 한 지가 벌써 일주일이다. 방안에서 라켓만 보아도 좋고 만져 보면 더 좋다. 헛스윙이라도 해보면 신이 난다. 하나 둘, 하나 둘. 내가 뭔가 잘못되었나? 미쳤나? 아마도 늙었나 보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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