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31 Tesla Model 3 전기자동차를 몰고
LA에서 머무는 7일동안 나는 내내 갈대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건강 이야기, 컴퓨터 이야기, 전기차 이야기, 삶 이야기, 등산 이야기, 등등 서로 관심분야가 비슷했고 먹는 음식마저 모두 우리는 비슷했다. 그래서 내내 같이 이야기 하였고, 그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하루 종일을 보낼 정도였다.
갈대님은 나를 위해 평일을 이용하여 Yosemite National Park 관광을 계획하셨다. 우리는 Vetura에서 1박 하면서 서해안을 둘려보았고, Fresno에서 2박 하면서 Yosemite National Park를 관광하였다. 갈대님은 LA에서 출발하여 가는데 여러 시간 그리고 Fresno에서 Yosemite 꼬불꼬불 산길을 가는데 몇시간 손수 운전하셨다. 나보다 한참 나이가 위이신 분이 그렇게 장시간의 운전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돌아가는 길이었다. 단조롭고 먼 S자형의 올 때 그 길이었다. 다른 점은 올 때는 오르막 길이었고, 되돌아 갈 때는 내리막 길이었다. 내려갈 때는 운전에 긴장이 더 필요했다. 이래봐도 캐나다에서 택시핸들을 5년이나 잡았다고 하는 놈이 갈대님이 운전하는 동안 편하게 있을 수 없었다. 내가 운전하는 것이 도리이고 훨씬 나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운전대를 잡았다. 갈대님의 자동차는 Tesla Model 3 전기차이다.
과거 캐나다에서 택시운전을 할 때 여러 메이크 자동차를 다 운전해 보았다. 한국에 귀국하여 여러 종류의 최신 자동차를 운전한 경험도 많았다. 그런데 전기자동차는 처음이었다. 테슬라 전기자동차 운전석에 앉아보니 이제까지 경험해 보았던 자동차와 확연이 달랐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자동차 지붕이 전체가 특수강화유리였다는 것과 운전석 전면이 일반 자동차 계기판이 아니라 달랑 17인치 모니터 하나만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밟으면 밟는데로 나가고 밟지 않으면 속력이 확 주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운전에 브레이크가 필요없을 정도였다.
여행도중 Tesla 전기충전소 (Tesla충전소를 Super Charging Station라 불렸다)가 구석구석에 있었다. 그곳에서 10-20분 정도면 충전이 충분했기에 불편한 것이 없었으나 항상 여행 중 항상 미리미리 충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85% 충전하여 50 Miles까지만 사용한다고 하면, 안전주행거리는 약 150 Miles 정도였다. 즉 150마일 주행하고 난 후에는 “충전해야지” 하고 운전자는 항상 예민해졌다. 그러나 평소 장거리 여행이 아니라면 집에서 완속충전으로 충분하였다.
실제로 Tesla 전기자동차를 몰아보고 그리고 Tesla Mania인 갈대님의 Tesla와 Musk에 대한 설명(전기자동차. 자율주행, AI, 통신, 운송, 우주)을 듣고는 나도 Mania가 되었다. 책으로만 읽었던 Musk 이야기를 현실에서 실감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이 아마도 극변하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동차여행 시스템이 바뀌고, 그리고 점차 Gas Station이 없어지거나 어떤 형태로든 변할 것이다.” 전기차 충전을 해 보니 번떡 떠오르는 감이었다.
되돌아 가는 도중 속도제한 사인이 있었다. 이 산골짜기에 설마 하는 생각으로 앞차를 무심코 따라갔다. 갑자기 뒤에서 경찰이 붙었다. 25마일 속도 제한에 걸린 것이다. 여러 대의 자동차가 나를 추월하였다. 너무 느리게 달린 것 같아 나는 앞차를 졸졸 따라갔다. 그런데 제일 뒤에 있는 나만 걸린 것이다. Tesla 전기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내가 너무 흥부하였나?, 아니면 미국이 나를 시셈하였나? 무척이나 좋은 날에 재수 옴 붙어버렸다.
한국운전면허증(내 한국운전면허증 뒷면에는 영문으로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을 제시했다. Cop이 숨어서 제일 뒤에 가는 나를 잡았다. 그래서 나도 “너 골탕 먹어봐” 하고 영어를 전혀 못하는 척 하면 어떨까 하는 유혹이 생겼으나 일행이 있어 순순히 벌금 230불의 고지서에 사인을 하였다.
고지서 부본을 손에 쥐고는 삶에서 평소 느꼈던 한가지 갈등이 떠 올랐다. 평소 나는 규정을 잘 지키려고 한다. 사실 잘 지킨다. 그래서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통하지 않았다. 절대 과속을 하지 않고 좌우 잘 살피며 안전하게 운전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1년에 한 두번 속도 제한에 걸린다. 특히 갑자기 속도제한이 줄어드는 구간에서 말이다. 작년 캐나다 방문 때에 자동차를 운전하였는데 속도위반 딱지가 아들댁으로 날아왔다. 그때도 갑자기 속도가 줄어드는 구간이었다. 이제는 미국에서 또 딱지라, 이히잉? 얼마나 긴장하면서 어디까지 교통 규정을 지키며 살아야 하나?
25마일 속도 제한이 있는 길은 제법 길었다. 내가 만약 25마일을 꾸준히 지키고 달렸다면 아마도 내 꽁무니를 따르는 차는 매우 많았으리라. 규정보다 형편에 맞추어 운전하다 보니 걸렸다. 잡친 기분을 쿨하게 넘겼지만 미국으로 나를 초청한 갈대님에게 큰 누가 된 결과가 되어버렸다. 아마도 렌트카로 나 혼자만의 여행이었더라면 그냥 못짓과 발짓으로 한국말만 지껄었으리라. 고놈의 Cop이 어떻게 대처 했을까 하고 궁금하기도 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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