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13 Quebec을 아들과 함께
2023년 8월 17일, 캐나다 Fredericton 생활을 마치고 캐나다 Kingston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아들이 모는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6월 3일 새벽 여기에 도착했으니 2달 보름이 지났다. 전날 러기지에 생활용품을 꾸러 넣어보니 도착할 때보다 짐이 많이 늘었다. 러기지 하나가 2개 정도의 양으로 늘었다. 일단 자동차에 모두 실었다. 우리는 Quebec으로 간다. 자동차는 작은 도시를 멀리하고 북쪽으로 달렸다. 이곳 NB주는 주민들 절반 이상이 불어를 쓴다. 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즉 Quebec과 가까워지면 질수록 불어권이 된다. 지명도 불어명이 대부분이다.
아들이 Quebec에 잠자리를 예약해 두었다. 아들은 Quebec은 처음이 아니라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나도 그렇다. Kingston으로 가는 길에 Quebec이 있다. 아들이 쿼백에서 나와 함께 하루밤을 보내고 싶었는 모양이었다.
Quebec의 중심지에 예약된 방에 짐을 풀고 우리는 Quebec 관광지로 나왔다.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었지만 성수기가 아니어서 다소 한가했다. 보통 내 경험으로는 9월에 모든 학교가 개학하고 직장도 이때부터 활기를 띠기 때문에 8월 중순부터는 비행기와 관광지는 매우 한가하다.
우리는 그냥 발이 가는 대로 걸었다. 사람들이 흐르는 방향으로 따라가니 Chateau호텔이나왔다. 그 위로 이어지는 Quebec의 성채와 공원을 따라 다시 걸었다.
여행이라는 것은 희한하다. 여기가 처음이 아니어서 그런가? 처음에는 가족과 함께 여기를 방문했다. 2006년 캐나다 동부로 이민을 와서 자동차를 몰고 Quebec으로 관광을 즐겼다. 가족을 데리고 왔기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냥 처음 보는 이국의 도시 모습에 놀래기만 했다. 어디로 돌아다녔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두 번째는 캐나다를 떠날 때 2016년, 캐나다대륙 휭단배낭여행 때 여기를 들렸다. 지도를 들고
이 도시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싶어 이틀동안 걷고 또 걸었다. 걷고 멈추어 서니 도시의 구조와 형태, 그리고 역사를 조금이나마 마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건축을 공부한 나로서는 당연 흥미로운 일이었다. 하나의 도시를 이해하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머리로가 아닌 실제 피부로 그들의 역사를 느끼게 된다. 내가 배낭을 메고 세계도시를 둘려보는 이유이다.
이번은 세 번째 Quebec여행이다. 다른 점은 다 큰 아들과 단둘이 하는 여행이다는 것이다. 아들과 함께 둘이서 그냥 걷었다. 이때 사실 나는 Quebec이라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여기 아름다운 도시 속에서 어느 관광객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즐기는 것이었다. 이야기 하고 먹고 마시는 시간이다. 그냥 걷고, 사진 찍고,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하고, 배고프면 레스토랑에서 앉아 먹고 마시는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전에는 어른과 애라는 사이, 가장과 가족이라는 관계였지만 지금은 어른과 어른이라는 가족사이이다. 도시를 둘려보고 감상하는 것보다 어른이 된 아들과 함께 즐기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호텔 주변과 성채공원을 둘려보니 어느듯 저녁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도로의 어느 레스토랑에 앉았다. 저녁과 맥주를 시켰다. 아들과 먹는 저녁은 특별했고 맥주맛은 더 그랬다. 관광지 레스토랑 치고는 햄버그와 맥주는 특별했다. 수제 햄버그 같았고 7도의 맥주 맛은 강하면서 똑 쏘는 맛이었다. 마치 향기로운 맥주에 소주 한잔 넣은 소맥같았다. 레스토량 안과 밖은 음악으로 가득했다. 분위기 탓이었나? 단 한잔의 맥주에 취하는 듯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나왔다. 작은 광장이 나오고 광장의 작은 벤치가 보였다. 우리는 함께 벤치에 앉았다. 나란이 앉아 도시밤을 처다보았다. 도시의 조명이 우리를 뿌였게 막같이 감싸았다. 아들이 문득 과거 이야기를 했다. 아들은 어린시절 이 아비에게 말 못할 불만이 많았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것을 모르는 아비가 이 세상에 어디에 있단 말인가? 가족을 위하여 말없이 묵묵히 그냥 살아가는 것이 그 시절의 가장이다. 그는 이 아비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고 했다. 사실 묻지도 않는 나의 과거를 말할 수 없었다. 줄곧 그런 분위도 아니었다. 이제 애들이 성장하였고 직업도 있는 어른이다.
나는 때어나서 지금까지 어떻게 걸어왔는지 간단히 말했다. 말한다고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단시간 설명에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머리로만 입력되겠지만 살아가면서 조금씩 가슴으로 이해하리라. 특히 자신이 어렵다고 생각될 때, 혹은 삶의 여정에서 정지하여 나와 너를 돌아볼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 말이다.
그러한들 세상은 너무 급격히 변했고 내 젊었을 때와 지금은 하늘과 땅 만큼이나 다르다. 지금의 애들에게는 우리의 과거는 이해할 수 없는 세계이다. 관광으로 도시를 방문하면 이 도시가 이렇게 아름답게 서 있는 것은 방문자에게 당연하듯, 태어나보니 지금 세대는 지금 즐기는 세상이 당연해 보인다. 당연 여행자는 힘들여 걸어서 구석구석 도시를 돌아볼 이유는 없다. 삶도 그렇다.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과거와 확 다르게 발전한 풍요로운 세상에서 나의 업이 살아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가족을 혼탁하게 하는 먼지가 되었을 것이다. 자식에게 그 띠끌 먼지 하나라도 묻지 않았으면 했다. 묻었더라 하더라도 언제 그랬냐 하듯 금방 씻겨 내려졌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었다. 그것으로만 나는 족했는데 그것은 사람 힘으로는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직 가족이기에 과거의 아비가 조금이나마 배려되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Quebec의 도시는 세인트 로렌스 강변 높은 언덕에 있다. 그 위에 성채가 있고 그리고 아래로 Quebec초기 건물들이 있다. 언덕에는 포들이 줄지어 있다. 강변의 높은 언덕에서 내려보면 강아래로 모든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시절에는 그랬다. 서로 빼앗고 서로 처내고 하는 시절이다. 강변 높은 곳에서 누가 몰래 쳐들어오는지, 누가 무엇을 하는지 감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사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키고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했다.
동부 캐나다 대륙에 먼저 들어와서 원주민을 밀어내고 나니 후발 제국들이 들어왔다. 이제는 그들과 땅따먹기로 전투를 벌렸다. 도시를 보면 포성이 들리고, 전투가 보이며, 그곳에 살육의 현장이 눈에 보인다. 도시를 건설하는 모습과 함께 다른 한편에는 우아한 옷을 입고 빙빙 춤추며 마시는 파티가 보인다. 평야에서 가을의 추수를 기다리며 기도하는 농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나름 영광도 있었지만 참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다. 이 도시는 이것을 말없이 몸으로만 말하고 있다. 겪어보지 못한 젊은 관광객들은 그저 아름다운 도시로만 보인다. 레스토랑에서 먹고 마시고 음악에 취한다. 호텔에 안락함을 즐긴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하나의 배경음악과 같다. 물론 말로 이 도시에 대해 여러 번 들었겠지. 그래도 이 도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름답고 즐길 수 있는 도시는 이 세상에 얼마든지 있다. 그곳으로 가면 되었다. 형편이 좋으면 좋을수록 그런 경향이 크다. 즐기면 되지 무슨 도시의 역사는? 도시는 단지 즐길 수 있는 대상일 뿐이다.
나는 세계의 여러 도시를 걸어서 걸어서 둘려보았다. 다 나름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한도시를 방문하여 자동차로 둘려보고 호텔에서 안락하게 자면서 레스토랑에서 맛 있는 것 먹고, 커피 마시며 즐기면 마치 화장한 미인과 즐긴 것 같다. 사람하나 알기 어려운데 이 복잡하고 큰 도시를 어떻게 그냥 관광하면서 알까? 걸어서 다니면서 구석구석에서 멈추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래도 알기 어렵다. 도시의 감정이다. 그것은 좀 머물려 보아야만 겨우 알 수 있다.
내가 살았던 프레데릭톤도 그랬다. Saint John River 강변에서 초기 이민자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 있었다. 프레데릭톤에서 가까운 도시 대서양변의 Saint John이라는 도시가 있다. 그곳 바닷가 가장 높은 언덕에는 포들이 진열하고 있다. 항구를 둘려보면 쇠퇴하고 늙고 있다는 느낌이다. 초기 이민자들은 다른 침입자를 물리치고 이 도시를 영광의 도시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캐나다 대륙의 토론토 몬트리올 같은 대도시 때문에 상대적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도시에 조금 머물면서 구석구석 걷고 둘려보고 그리고 정지해 보면 그냥 도시가 느껴진다. 걸어보고 멈추어 서서 보고 좀 머물러 보아야만 겨우 조금 알 수 있는 것이 도시의 느낌이다. 그래도 과거의 도시 흔적이 잘 보존되어 있으니 그 흔적을 보고 느끼는 것이다. 이는 마치 내가 내 아버지를 혹은 어머니를 알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우리의 사람도 그렇다. 특히 격변하는 세대를 보냈는 우리를 보는 지금 세대에서는 더 그렇다. 도시는 흔적이라도 있고 잘 보존되어 있어 보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사람은 흔적없이 그냥 사라진다. 그래서 함께 세월을 오래 보내지 않으면 지나간 세대를 안다는 것은 그많큼 어렵다.
아침에 숙소에서 나왔다. 바로 Quebec도심이었다. 사람들이 줄지어 있는 빵가게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들어갔다. 작은 돈으로 근사한 빵과 커피를 즐겼다. 다시 아들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타고 일찍 우리는 토론톤에서 가까운 작은 도시 Kingston으로 향했다. 애들이 어렸을 때 이민 초기 내가 가족을 데리고 운전하였다. 이제 나는 옆자리에 그냥 있다. 몸이 놀고 있으니 눈으로 마음으로 차장으로 쓰치는 광경이 훅훅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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