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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230512 최고의 저녁, 상추와 고등어조림

Hi Yeon 2023. 5. 12. 20:56

 

230512 최고의 저녁, 상추와 고등어조림

 

농촌에 태어나서 살았어도 평생 농사를 직접 지어본 적이 없다. 눈으로 본 경험 밖에 없다. 낫으로 풀을 벤 작은 경험과 고등학교시절 농촌 봉사활동을 할 때 잠깐 나락을 베어본 경험뿐이다. 내 주위 지천에 보였던 것이 풀이고, 나무이고, 과일이고, 또한 산 너머 쉽게 접할 수 있던 것이 바다와 어물이었다. 그러나 사과 따기 혹은 바다낚시 정도만 해 보았지, 내가 직접 농산물을 생산하거나 물고기를 잡아본 적이 전혀 없다.

 

경주에 전원단독주택을 다 지었다. 그때부터 한가했다. 내 집 주위는 공터가 많다. 주위 주민들이 이곳에서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이때 농사일 하는 아주머니에게 말을 걸면 그들은 기분 좋게 받아준다.

 

옆집 아주머니는 여러 종류의 농사를 짓는다. 내가 상추를 좋아한다고 하였더니 수시로 상추를 가져다준다. 어느 날 그분이 상추 모종을 주었다. 빈 땅에 심어라고 하면서 말이다. 그냥 내가 손에 받아들고 가만히 있으니 답답했던가? 얼른 직접 공터를 개간하여 상추 모종을 심어 주었다.

 

아하, 저렇게 개간하여, 이렇게 심는가 보다

 

이렇게 눈으로 상추모종심기를 쉽게 배우게 되었다. 다음 날이었다. 공터 옆에 사시는 할아버지가 그것을 보고는 한마디 했다. 내가 그곳에 옥수수를 심으려고 했는데... 하는 것이었다. 어른들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 어르신 알겠습니다 하고 나는 바로 옆 빈 땅을 개간하여 예쁘게 다시 옮겨 심었다. 상추를 심는 방법을 보았기에 이제 옮겨 심는 것은 별것이 아니었다. 그 다음 날이었다. 건너편에 사시는 어른이 나와 보더니 그곳에는 내가 거름을 뿌린 곳인데라고 하였다.

 

아뿔싸

 

내 집 뒤에는 양지바른 작은 공터가 있다. 나의 집 주방 바로 뒤이니, 위치상으로 보면 내가 사용하기에 매우 적절했다. 땅 주인은 근처 동네 할머니이다. 그 할머니에게 내가 상추를 심겠노라 하고 허락을 받고는 상추를 다시 옮기기로 했다. 집을 짓고 남은 철관이 있어 화단모양으로 할 요량으로 50*50 강관으로 사각 틀을 두개 만들어 설치하고 그곳에 상추를 옮겨 심었다.

 

심고 보니 요놈들이 살 것 같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씩 3일 동안 3번 옮겨 심어졌기 때문에 어린 상추 모종은 정말 볼품이 없게 되었다. 나는 정성껏 심고 정성껏 물을 주었다. 내가 장날에 구입하여 심었더라면 아마도 대충 심었을 것이다. 이웃집 분이 나를 생각하여 준 것인데 하나라도 죽일 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요것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자랐다. 덤성덤성 하였던 것이 이제는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무성했다. 양지바른 곳이고 그 동안 자주 비가 오고 날씨가 따뜻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모종을 흙에 심었을 뿐인데 요놈들이 이렇게 푸르고 건강하고 자라고 있다.

 

매일매일 점심저녁 반찬으로 10잎씩 따 먹은 지도 4일째이다. 그래도 아직 무성하다. 옆집 아주마가 모종을 여러 가지로 섞어서 나에게 주었나? 상추도 여러 가지이다. 아마도 점심 10, 저녁 10입으로 따 먹더라도 올 봄여름 계속 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은 이 상추가 매우 부드럽고 향기가 좋다는 것이다. 입에 넣으면 그냥 녹는다. 시장에서 파는 상추는 부드러움과 향기보다 잎이 힘이 세고 매우 신선하게 보인다. 수확하기 바로 전 쉬이 시들지 말라고 강화제를 뿌려서 그런 모양이다.

 

내가 만든 화단 옆으로 부추가 난다. 전에 부추인지도 모르고 전체를 개간해 버렸는데 그래도 부추가 덤성덤성 난다. 부추 뿌리는 깊이 있는 모양이다. 지금 그놈들이 깊은 흙을 뚫고 올라온다. 동네분이 그것이 부추라고 하여 이때 알았다. 조금씩 베어서 상추와 함께 반찬으로 먹는다.

 

상추를 직접 심어 키워서 먹어보니 욕심이 난다. 내 집 담장은 경사면이다. 아직 놀고 있는 작은 공터도 주변에 좀 있다. 이곳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호박을 심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고추, 가지, 파도 심어야겠다. 이것은 가장 심기 쉽고 관리가 편하다고 동네 분들이 알려 주었다.

 

동네 분에게 모종을 구하든가, 아니면 장날에 모종을 구입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심어서 잎이 나는 상추를 따서 흐르는 물에 잘 씻어 쌈으로 먹는다. 그 향기와 맛이 특별하다. 양념 없이, 고기 없이 그냥 밥에 그냥 쌈으로 먹어도 괜찮다. 아니면 맨 상추만 먹어도 괜찮다. 어떤 때는 상추를 총총 설어 식초, 고춧가루, 멸치젓, 설탕, 그리고 올리브 오일, 이렇게 섞어서 먹으면 정말 맛이 좋다. 한마디로 상추 드레싱이다.

 

오늘 경주 장날이다. 고등어가 매우 저렴하였다. 6마리에 5000원에 구입하여 집에서 자르고 씻고 양념해서 고등어조림을 했다. 나는 생선, 양파, 마늘, , 고춧가루, 식초, 멸치젓 2숟가락, 이렇게 물기 하나 넣지 않고 살짝 조림한다. 이는 내 전공이다. , 고등어조림, 상추와 숫갓이것만으로도 오늘 나에게는 최고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