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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0 신도시 원주민 토박이들

Hi Yeon 2021. 8. 20. 16:05

210820 신도시 원주민 토박이들

 

세종시 인구는 지금 36만명이다. 이 중 26만명이 새로 조성된 신도시 세종시(세종시 도시계획구역의 2/3가 완성됨)에 산다. 입주민 26만명은 신도시 성격상 외부에서 유입된 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이북, 서울 출신 젊은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것이다. 이는 신도시 특성이다. 좀 특별한 점은 세종시 주변에는 공장이 없는 관계로 화이트 칼라 젊은 직장인들이 많다. 그들은 세종 아파트 값이 서울 아파트 가격에 미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수준높은 중산층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신도시에 바로 붙은 구도심, 내가 있는 지역은 원주민 토백이들이 많이 산다. 원주민들은 대부분 중년 노인들이다. 그들은 대대로 물려받은 터에서 살고 있다. 땅값이 금값이 되다 보니 그들도 부자들이다.

 

어제는 여기 원주민 친구들과 음식점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쇠고기 구이가 차려지니 당연 소주도 따라왔다. 나는 외지인이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만나고 사귀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기 토백이들이다. 여기 음식점 주인도 내 친구들도 서로는 선후배 사이이다. 가는 상점과 음식점마다 보통 그렇다.

 

, 그 선배는 전번 달에 갔어. 애고 그렇게 아끼더니 돈 한푼 못쓰고, 친구도 없고, 가족 사랑도 못 받고, 그 많은 재산은 그대로 두고 말이지. 그 사람 평생 쇠고기 한번 못 먹어 보았지. 돈을 쓰야 돈이지. 술 한잔, 밥 한끼 안사고 했으니 친구가 있겠어, 가족이 붙어 있겠어.”.

 

그들이 만나면 친구 선후배의 부고와 그분들에 대한 삶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고향에서 사는 사람들은 60이 넘으면 자주 심심찮게 친구들이나 선배들의 부고를 듣는다. 나야 고향이 저 멀리 있고 그곳 소식을 모르니 누가 죽었는지 누가 잘 살고 있는지 캄캄이지만, 근처 함께 사는 여기 원주민들은 부고 소식에 문상을 가는 일이 자주 있다. 나는 그들을 보고 고향에 계시는 형님이나 친지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사시는 지 추측할 뿐이다.

 

고향에서 살면 만나는 사람은 모두 친지, 선후배들이다. 어릴 때부터 같이 어깨동무하며지냈기에 서로 다 잘 안다. 서로 가족 상황도 형편도 말이다. 그 집 숟가락 갯수까지 잘 아는 정도이다. 말자년은 어디 시집 갔고, 그 여편네는 어디 동네 출신이고, 애 몇을 낳았고아들은 서울에 살고, 딸은그 말자는 친구들과 보리밭에서 이렇고 저렇고남자끼리 수근대는 소리들 나는 듣곤한다. 그들은 그냥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다. 별 뜻없이. 제 삼자가 들으면 삶의 한 단편이 된다.

 

친한 사람들의 슬픈 소식을 본의 아니게 자주 접해야 하는 것은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내 생각이다. 여기 고향에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것도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떤 이는 그런 소식을 접하면 자기 자신을 둘려보기도 하겠지. 술 안주 삼아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끼리 한 이야기 하나이다.

 

<그 선배는 애들이 사춘기 때 부인과 사별하였다. 도시에서 교육받고 좋은 직장을 가진 덕분에 형편도 좋았다. 몇 년을 홀로 애들을 키우다가 주변의 독려에 다시 장가를 갔다. 다시 행복의 시간이 왔다. 여자만 달랐지 옛날 그대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런데 여자가 애를 낳고 싶어 했다. 별 생각없이 아들을 낳았다.

 

가정은 태어난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 아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되어 장가를 가고 다시 애들을 낳았다. 아내는 이제 집에 있는 시간보다 손자를 돌보면서 아들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당연 그 친구는 노년에 혼자 집을 지키거나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늘었다.

 

가끔 고향에 내려와 함께 술자리를 하면 친구는 외롭다고 하였다. 아내는 거의 아들네를 들락들락한다. 돈은 대부분 그곳에 쓰여진다. 대놓고 말은 못하고 집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서 술도 한잔하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 이야기를 끝내면서 붙이는 말이었다.

 

그 선배는 성격이 온순하잖아. 대 놓고 여자를 꽉 잡지 못하거든. 그래 우리가 뭐라고 했나. 애를 만들지 말라고 했지. 여자는 양다리를 걸치고 싶어 한다고.”

 

모든 재산을 남자가 쥐고 가정을 하향식으로 몰고가는 여기 문중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가족끼리 수평적으로 사랑을 주고 받고 하는 가정이 아닌 남자위주 사회였다. 아주 오랜 과거부터 말이다. 지금 같이 밥과 술을 먹고 있는 여기 토백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여자는 집안일을 하는 사람으로만 여기는 여기 양반들이다. 평생 수평적으로 주는 사랑이 없었으니 당연 노년에는 차가운 시선만 받는다. 나는 여기 토백이들의 불평하는 가정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런 이야기에서 나는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어도, 늙은 나이에 여자 입장에서 이제는 독립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육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감정적인 저항들이다. 여자는 저녁 밥상 차려 놓고 남편 말꼬리를 물고는 이때다 하고 시비를 걸거나, 무언의 차가운 시선을 보내거나, 투명인간 취급을 하거나, 돈 필요할 때만 아양을 떨거나, 아니면 일하다 죽을량 일만 한다. 어떤 여자는 자식이나 손자만 끼고 산다. 이래 저래 답답하고 외로운 것은 남자이다. 마음에 새기는 것은 친구들이 하는 말이다.

 

몸에 힘 빠져도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는 재산을 꽉 쥐고 놓지 말아야 해

 

그래도 가면 빈손이다. 남겨진 많은 재산은 가족 분쟁의 씨가 되든 말든, 사랑 대신에 받은 재산 치고는 많으니 다행이라 남은 가족은 그리 여길 테니까 말이다. 동네 사람들은 모여 술 한잔 하면서 그 선배 참하고, 자신은 어떨지, 안주삼아 인생을 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