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07 산행에서 맘이 삶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면
산에 오른다.
온통 산에는 쭉쭉 뻗은 나무들이 오밀조밀 다닥다닥 있고
그중에서 유독히 우람하고 우뚝 솟은 놈도 보인다.
나무들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키재기 하듯
조금이라도 햇빛을 더 차지 하고자 하는 경쟁이다.
뿌리는 땅속에서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호리호리하게 쭉 뻗은 날씬한 나무들
천박한 땅에서 겨우 살아 나가는 병신같이 가지가 꺽어진 초목들과 비교가 된다.
“식물은 밀식을 해야 잘 큰다”라는 농부의 말이 생각났다.
들판을 보니 벼농사도 고추농사도 다 밀식재배이다
작은 한반도에 오밀조밀 다닥다닥 모여 살고 있는 우리
동족, 형제, 민족… 생김새도 다 비슷한 놈들이다.
서로 경쟁하고 다투고 싸우고
내 식으로 보고, 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내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그리고는 내 식으로 재단한다.
밀식된 식물보다 더 경쟁하면서 산다.
식물은 경쟁에서 지면 도태되어 사라지거나 음지에서 연명하고
경쟁에서 이긴 나무는 혹독한 자연에서 살아남고자 몸부림 친다.
몸통과 가지를 더 굵고 강하게 하고
뿌리를 더 깊게 내리고
폭풍에 견디기 위해 몸집을 줄인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더 많이 받기 위해 욕심을 부리지만
자연에 감사하기 위해 더 큰 열매를 만들고 대지를 더 비옥하게 한다.
그러나 경쟁에서 이긴 인간은 오만과 가식으로 폼을 낸다.
세상에 겸허해지기보다 더 욕심을 키우고, 채우고, 탐하고
상대를 옥죄고 몰아대고
세상에 감사하기 위해 열매를 만들기 보다 세상을 오염시킨다.
소외된 자는 힘든 삶과 더불어 마음의 상처와 열등감으로 더 고통을 받는다.
다행이 나에게는 의지가 있다.
투쟁이나 혁명
간혹 전쟁도 일으킨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다.
마치 산불이나 태풍으로 모든 것이 없어지고 다시 산에서 들에서 초목이 자라듯
우뚝 솟은 나무가 적당히 햇빛을 가리고 나뭇잎을 만드는 것은 음지에 사는 식물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가 자연에 대항하여 살아남기 위한 것
이긴 자가 약자를 위하여 세상에 베푸는 것은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세상에서 함께 살아남기 위한 것임을
자연으로부터 알게 된다.
산에 오른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곤충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나뭇잎소리가 요란하다.
하늘에서 땅에서 경쟁하는 초목들의 몸부림이다.
갑자기 마음이 요동친다.
희열을 느낀다.
마치 경기장에서 사투를 걸며 싸우는 전사들의 피을 보고 스트레스를 푸는 것과 같이
서로 아우성 치며 싸우고 따지는 이 세상을 보고 즐기는 것과 같이
세상은 다 그래
별 것 없어
되는 대로 사는 거야 하면서
그런데 자꾸만 자꾸만
비옥한 땅에서 서로 경쟁하는 초목보다
그래서 쭉쭉 곧게 뻗은 잘 생긴 나무들보다
천박하고 험한 비탈산에서, 비록 가지가 꺽여 병신 같아도, 자연과 경쟁하며 살아가는 초목이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왜 그럴까?
매일 아침마다 산에 오른다
산에 오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자연스럽다..
그런데 산에서 내려와 삶에 서면 다시 혼란속으로 되돌아 간다.
“삶의 압박감, 쓸쓸함, 허무함, 외로움”
산에서는 부처가 되지만 내려가면 땡초가 되는 것과 같다.
산에서 더벅더벅 내려온다.
산행에서 맘이 삶에서도 마찬가지였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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