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724 낚시, 그리고 우리의 삶
저녁 10시, 핸드폰 소리가 요란했다. 보니 친구였다.
“어이 친구, 내일 아침 천안 남창저수지에 같이 가자구. 내 친구가 메기 12 마리를 낚았는데, 가져가라고 해. 내일 아침 7시에 같이 가”
친구가 쉐보레 틀레일블레이저(Chevrolet Trailblazer, 중소형 SUV 자동차)를 1년 전 뽑아 타다가 며칠 전 풀옵션하이브리드혼다 씨알브이(Honda Hybrid CR-V, 중중형 SUV 자동차)를 다시 뽑았다. 일제 신형자동차를 타 보고 싶었다. 내일 별일도 없다. 마침 심심하던 차이기도 했다.
그의 차를 타고 천안IC 근처 남창저수지에 도착하니 아침 8시경이었다. 이미 낚시꾼들이 철수한 때이다. 그 친구의 그물망를 보니 메기가 12마리 있었다. 제법 굵은 놈들로. 이 정도 크기라면 낚는 손맛이 꽤나 좋았으리라. 이런 맛으로 낚시를 하는가 보다. 하루 입장료는 25,000원 정도이고 보면 쾌나 큰 소득이었다. 소득이 없더라도, 뭐 낚시꾼은 이렇게 세월을 낚거나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놈들을 다 싣고 돌아왔다. 12마리는 너무 많은 양이다. 이웃, 친구에게 적당히 나누어 주고 남는 것으로 친구댁이 매운탕을 끓였다. 점심 한상이 차려졌다. 친구가 소주를 챙기자, 친구댁이 점심부터 집에서 술을 마신다고 징징거렸다. 그는 매운탕에 소주 한잔은 비릿내를 없애고 입안을 상쾌하게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소주잔을 채웠다.
점심을 하면서 낚시이야기가 나왔다. 인간들이 하는 낚시 때문에 물고기가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가? 민물고기는 바닷고기보다 더 영리하다. 민물고기는 쉽게 미끼를 물지 않는다. 살짝 미끼를 여러 번 건드러 보고 낚아 채는데 그때 이상하다면 바로 내뱄는다. 이것을 잘 감안하여 낚시꾼은 낚시대를 쳐 올리는 것이다.
메기, 붕어, 잉어, 등등 종류마다 식성이 다 다르고 좋아하는 미끼가 다 다르다. 사용하는 찌나 봉돌, 낚시줄도 다 다르다. 저녁 해질 무렵에 식욕이 왕성한데 고기 종류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들이 노는 데가 또한 다르다고 한다. 즉 낚시 포인트가 있다고 한다. 어쨌던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그놈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좋아하는 지를 잘 알아야한다고 한다. 하루 밤을 지새우고 한마리도 못 낚았다고 하면 이것 정말 꼴불견이 아니던가?
메기, 붕어, 잉어가 어디에서 어떤 때에 먹이를 먹고자 하는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를 알아야 우리는 그놈을 낚아 올릴 수 있다. 낚시꾼은 그것을 잘 안다. 낚시할 때 만큼은 늘 물고기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다. 메기 미끼로는 닭고기로 미리 특수하게 만든다고… 하루에 12마리를 낚아 올린 그 친구도 쾌나 그런 것에는 정통한 모양이다. 지 마누라는 무엇을 좋아하는 지는 모르고…
물고기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모르고 무슨 낚시를 하겠단 말인가?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상대를 알아야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상대입장에서 생각하여야 그들이 따른다.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도 모르고 그들이 나를 따르기를 바란단 말인가? 상대가 무엇으로 고민하는 지도 모르고 그들로부터 관심을 받겠단 말인가?
나에게 물어 보았다. 아내가, 애들이, 친구가 무엇을 가장 좋아 했는지, 어떤 때에 힘들었는지? 난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매운탕 궁물 맛이 비렸다. 난 소주잔을 입에 부었다.
저녁에 TV교양강좌를 시청했다. 평소와 다르게 귀에 쏙 들어왔다. 그는 10년만에 만난 친구에게 고등어구이을 먹자고 청했다.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주는 그가 고마웠다. 그런데 고등어구이을 먹으면서 그가 친구에게 한마디 더 하였다.
“친구야, 나는 고등어구이를 먹을 때면 너 생각이 난다”
친구는 이 말 한마디에 또 한번 더 감동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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