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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그냥 떠나볼까

제주 어항과 산책로를 걸으며

Hi Yeon 2016. 10. 6. 18:43

나는 제주시의 구도심에 머물고 있다. 숙소에서 나가면 바로 중심지이고 항구이며 포구이다. 옛날 어민들이 정착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여행할 때는 쉽고 저렴하게 먹고 잘 수가 있어야 하고 그곳만의 사람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옛 흔적을 보고 옛 삶을 유추해 볼 수가 있어야 한다. 내가 구도심에 숙소를 정하는 이유이다. 구도심에는 어련히 재래시장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다. 그래서 도시를 여행하는 경우에 나는 제일 먼저 도심의 재래시장을 찾는다. 걸어서 쇼핑하기가 편하고 그 고장의 특산품이 무엇인지 이곳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쉽게 알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으로 샌드위치, 계란, 커피로 느긋이 아침을 즐기고 제주시 항구로 갔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다. 선착장을 따라 일렬로 나열된 횟집을 지나 방파제로 향했다. 태풍의 끝머리로 여전히 파도는 심했다. 태풍이 휩슬고 지나간 방파제 상가는 설렁했고 전신주가 쓰려져 있었다. 상인들은 죽은 물고기를 수족관에서 쓸어내고 있다. 그 위로 3분 간격으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태풍으로 중단된 비행기 운행이 재개되어 항로는 심히 바쁜 것이다. 

 

방파제 끝의 등대에 나는 서 본다. 빨간색 등대가 내 심장을 두드린다. 어릴 적 성난 파도가 등대를 삼키고 있을 때 나는 두려운 마음으로 깜박이는 등대를 보고 있었다. 그 등대가 여기에 우둑 서 있다. 오른쪽으로 해안따라 비치 호텔들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여인네 유방같이 볼록 뛰어나온 작은 산이 보인다. 그 옆에 아파트가 보인다. 아마도 제주의 첫 어민 정착지 이리라. 어촌의 정착지는 어선이 들어오는 것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제일 높은 곳이다. 

 

항구를 빠져나와 높은 곳의 주택지를 올라가 보고 다시 내려왔다. 그리고 동문 재래시장으로 내려갔다. 두 시간의 걸음으로 제주 구도심이 이렇구나 하고 머리 속에 그릴 수가 있었다. 동문시장은 어물, 고기, 잡화, 옷, 음식, 등등 모든 종류의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팔고 있었다. 중국사람이 많이 보였다. 재래시장이지만 제법 화려하고 깨끗했다. 나는 어촌 출신이다. 어물 코너를 둘려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푸근하다. 특히 어물의 비린내는 나에게는 향기와 같다. 비린내는 바다를 부르고 고향을 부르기 때문이다. 어물을 이리저리 둘려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이 번쩍 했다. 전복도 아니고, 갈치도 아니고, 새우도 아니다. 시커먼 그놈, 바로 군소이다. 옛날 그 옛날 경상도 동해안에서는 제사상에 이 군소를 반드시 올렸다. 시꺼먼 그놈을 씹으면 질기고 구수하다. 그 외 별 맛이 없어 어른들이 별미로 즐겼다. 그놈을 본 지가 20년 정도는 되었는 것 같다. 다음에 제주에 머문다면 그놈을 반드시 요리해 먹으리라 작정해 본다.

 

오후 1시 동문 재래시장에서 제주에 머무는 외국 이민자 일곱 분들과 모임을 가졌다. 간단히 재래시장을 들려보고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제주의 유명한 음식집이다. 제주 돼지 삼겹살 수육과 생선구이가 특별했다. 나는 생선구이를 주로 먹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생선구이였다.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제 산책이 필요하다. 제주 도심과 항구를 둘려 싸고 있는 사라봉 산책로를 걸었다. 제주항과 바다를 옆에 두고 산책로는 오르락내리락하며 먼 바다와 항구를 보고 있었다. 시민들이 바다를 보며 도심 옆 봉우리에서 산책할 수 있는 것은 제주의 자랑이다. 만남과 맛있는 식사 그리고 근사한 산책, 이제 헤어질 시간이다. 나는 서귀포로 향했다. Andrew

 

 

                                   등대, 등대, 빨간색 등대

 

 

제주 어항

 

 

 

 

                 동문 재래시장

 

 

 

 

                   제주 사라봉 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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