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항 부둣가에 섰다. 부두에는 목선이 많이 보인다. 여기는 옛날 어민들의 삶터였으리라. 지금은 한적하다. 둘러보니 생선을 싣고 내린 흔적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물을 수선하는 광경도 생선을 담고 다듬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부둣가는 어물이 딩구고 비린 네가 나고 비늘을 묻힌 아낙네와 남정네가 바삐 오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흔적이나 냄새는 없고 부두는 깨끗하고 한가하다. 폭풍 때문인가? 또 다른 부둣가가 있나? 그렇다 하더라도 목선이 있는 포구라면 어구와 어물의 파편이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내 눈에는 이미 관광지가 되어버린 항구의 조용함과 깨끗함만 보인다.
고깃배와 어부들 그리고 짠내를 품은 비린내, 옛적의 그런 풍경들과 더불어 관광지로 발전하면 오히려 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이고 향수를 일으킨다. 서귀포시 중심에 있는 올레시장에 가본다. 많은 것이 없어지고 새로워지고 깨끗하게 되어 버렸다는 아쉬움이 생기지만 눈여겨 보면 다행이 제주 특산물과 삶의 여러 모습을 볼 수가 있고 외국사람에게는 이국적인 광경이 된다.
항구 언덕에는 새 건물이 자태를 자랑하면서 항구를 바라보고 있다. 이 언덕은 정말 서귀포에서는 전망이 좋고 도심과 항구에 가까워 위치로는 최고로 보인다. 아직 드문드문 1층의 오래된 옛 건물이 많다. 아주 옛적에는 고깃배 사람들은 고깃배가 돌아오는 것을 빨리 볼 수 있는 바닷가 높은 언덕에 살았었다. 좁은 길로 계단을 타고 오르락내르락하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지만 집 마당에서 먼 바다의 상황을 알 수가 있고 또한 나가고 들어오는 아버지 혹은 남편이 탄 배를 볼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어민들이 몰려 사는 곳이 바로 항구 언덕이다.
그러나 어느 작은 포구든 이런 곳도 투기 바람이 불었다. 비치가 보이고 출렁이는 바다가 보이는 인적 드문 바닷가 언덕이 돈이 된다고 일반 투기꾼들이 설치고 다녔다면 현주민들이 살고 항구와 도심과 가까운 항구 언덕은 전문 투기꾼들이 노렸던 곳이다. 미래의 호텔이나 위락시설 투자용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도심 언덕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서귀포시 중심 언덕에서 항구로 걸어서 내려가 본다. 정말 좋다. 오른쪽은 절벽 한참 밑으로 작은 개울이 있고 왼쪽으로는 도심이 있다. 제주 특유의 지형이다. 저 멀리 새섬을 연결한 다리와 다리 탑이 보인다. 다리 위로 사람들이 작은 점이 되어 욺직인다. 저곳이 진정 우리의 끝이란 말인가? 뿌연 바다 공기 사이로 저녁 햇살이 돛배 형상의 다리 탑을 비춘다. 어두워지면서 그것은 선명한 실루엣이 되어 나에게 알 듯 모를 듯한 메세지를 던진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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