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일을 마쳤다. 주중에는 쉬고자 한다. 갑자기 어딘가 가고 싶었다. 비행기를 타 볼까? 제주도가 생각났다. 요즈음 제주도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뜬다. 문득 제주도에 사는 지인들이 생각났다. 비행기 표가 있을까? 얼른 온라인으로 확인해 본다. 내일인데도 시간마다 표가 제법 있었다. 가격은 4만 원대이다. 제주행 비행기 가격이 서울발 부산행 열차보다 싸다. '그래, 가보지 뭐' 하고는 구매 결재 보튼을 눌렸다. 주중에 시간을 내어 내일(화요일) 출발하여 3일 후 금요일에 서울로 되돌아오면 된다. 그냥 가 보는 거야.
사실 나이 60을 턱걸이하면서 평생 제주도는 딱 한번 갔다 왔다. 애들이 어릴 때 애들 학부모 가족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오래전 일이었다. 어디에 갔고, 어디에 머물렸으며, 무엇을 보았는지 기억이 없다. 그래도 육지와 비교하여 무엇인가 달랐다는 느낌은 아직도 남아 있다. 지금 제주도는 국제적인 관광지로 개발되고 있다. 많은 중국인들이 찾고 있다. 한번 가 볼만하다고 생각이 든다. 그냥 가 보는 것이다.
다음 날 아침 평소와 같이 작은 색백 하나만을 메고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김포 공항으로 향했다. 국내 비행기는 처음이지만 외국에서 비행기를 여러 번 타 본 경험이 있었기에 쉬웠다. 안내원이 여기저기 많았다. 체크인은 어디에서? 큰 가방이 없는데? 어디서 줄을 서야 하나요? 표를 들고 어디로? 몇 분 전에? 등등 비행기 탑승에 대한 요점만 물어보며 움직였다. 탑승구까지 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오후 1시 25분 발 대한항공 제주도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다. 10분 후 줄이 입구로 빠져나간다 싶어 유심히 보니 사람들이 밖으로 나간다. 셔틀버스에 올라타는 것이다. 버스에 타고 비행장 끝에 대기 중인 비행기로 향하는 것이었다. 처음 보는 경험이었다. 연결 다리로 타지 않고 왜 이러나? 김포 비행장이 작아서? 국내선이라서? 글세? 어찌 됐던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조금 지나니 제주도였다.
제주 국제공항 대합실은 특색 없이 평범했다. 그리고 층고가 낮아 답답했다. 일단 대합실에서 제주시 소재 호스텔 (게스트 하우스)을 온라인으로 탐색했다. 마음에 드는 한놈을 발견했다. 구도심에 있는 저렴한 호스텔이다. 가격은 6인실 도미터리 16,500원, 위치는 구도심이다. 내가 세계 각 도시를 여행하면서 숙소를 예약할 때는, 적당한 가격과 구도심이라는 위치 그리고 사용자 후기 평가, 이 세 가지에 초점을 둔다. 한국에서는 미리 예약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의 정보만 갖고 도착해서 그때그때 처리한다. 발 가는 데로 여행할 수가 있고 또한 그것이 나에게 편하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구도심 동문 사거리로 가는 200번 버스를 탔다. 그리고 운전기사에게 동문 사거리 하차를 부탁하였다. 20분 정도 지나고 운전기사가 이곳이다 하고 알려 주었다. 내려보니 도시 모습이 보통 우리나라 도시의 구도심과 비슷하다. 짠내와 온기의 남방 냄새가 다가왔다. 길을 건너니 게스트 하우스 Skywalker가 바로 보인다. 방이 있느냐는 물음에 6인실 도미터리 이층 침대의 2층만 있다고 한다. 18,000원으로 4인실 2층침대의 1층을 체크인하였다. 다시 카운트로 내려가 색백을 맡기고는 밖으로 나왔다.
제주는 구제주와 신제주가 떨어져 있었고 그 사이에 공항이 있었다. 머물 숙소는 구제주 도심이다. 신제주 도심을 보고 싶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신제주 도심으로 향했다. 200번 버스를 타고 20분 후 버스 기사가 신제주 로터리에 내려 주었다. 이제는 저녁 무렵이다. 어둑컴컴하다. 태풍 차바가 다가오고 있고 바람과 함께 약간의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신제주 도심을 걸어 보았다. 둘려보니 젊다는 사람은 다 중국인 같았다. 길을 물으니 모두들 벙어리였기 때문이다. 간판도 중국어가 많다. 한참 다니다 나는 방향을 잃었다. 비바람이 더 세어진다.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길을 가다 사람에게 길을 물으니 또 손사래를 한다. 중국애들인가?
이리저리 물어 신제주 중심 제원 아파트 근처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동문사거리로 돌아왔다. 시간은 7시이다. 이제 비바람이 본격적으로 몰아 친다. 출출하다. 내려서 보니 바로 앞이 동문 재래시장이다. 그곳에 반드시 근사한 요깃거리가 있으리라 생각 들었다. 쑥 들어가니 눈에 한 식당이 들어온다. 식당은 많은 사람이 앉아 있고 탁자마다 소주와 함께 혼자 혹은 더불어 밥을 먹고 있다. 보니 소머리 국밥이다. 나도 국밥에 소주를 주문했다. 제주도산 올레 소주를.
근사한 소머리 국밥과 올레 소주 1병으로 12,000원이면 싸다. 소주 반 병에 국밥을 먹으니 몸과 마음이 풀린다. 게스트 하우스는 여기서 길만 건너면 되는 지척거리다. 비바람을 뚫고 한잔 술로 덜렁덜렁거리며 들어갔다. 홀에 많은 여행객들이 끼리끼리 즐기고 있었다. 대부분 서양 젊은 애들이다. 한놈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Hi 하고 답하고는 바로 침실로 올라갔다. 쉬고 있는 데 한놈이 방안에 들어왔다. 서양 애이다. Hi 하고 인사를 하고 보니 홀에서 보았던 바로 그놈이다. 그는 무엇인가를 방에서 가지고 나간다. 보니 기타이다. 그런데 생김새가 요상하다. 내가 물었다.
그것 기타인데?
맞아.
그런데 모양이 이상하고 작아?
나는 이탈리아 출신이고 이 기타는 집에서 내가 직접 만든 것이다.
설명을 듣고 자세히 보니 작은 기타의 기타 통과 기타 줄대를 분리할 수가 있었다. 즉 조립식이다.
너 머리 좋은 데, 분리하면 기타 길이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그러면 가지고 다니기는 아주 편한 데, 너 정말 영리하다. 이런 종류가 너의 직업이야? 너는 기타 연주자 겸 기타 제작자?
아니, 나는 기타 맨이야. 이것은 나의 첫 제품이고 귀국해서 개량형을 만들 예정이야.
대화를 끝내면서 그는 "아래층 홀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논다, 같이 가자"라고 여러 번 권했다.
Come on,
No, No thanks.
만약 노래를 좀 잘 한다면 같이 내려갔을 텐데, 뭐 제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놀잖아. 재미만 있으면 되는데. 재미있게 살아가는 데는 가무가 필수인데. 이것에는 별 재주가 없으니, 더구나 우리는 모여 술만 먹잖아. 노래는커녕 놀 줄도 모른다.
한잔 술과 밥, 그리고 침대에 누우니 졸린다. 내가 나에게 묻는다. 계획 없이 그냥 와서 누추한 이곳에 혼자 누워 있어? 이를 바에 집에서 편히 먹고 자지 왜 왔어? 글세 그냥 왔어, 발 가는 대로 왔어. 좋네, 뭐.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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