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타시는 할머니 한분이 있었다. 그분은 도심에서 별로 멀지 않은 미니 홈(Trail Park라 부르기도 한다)에 사신다. 주말마다 택시 운전을 하다보니 특정인을 자주 만나기는 어렵다. 그래도 나는 운 좋게 그분을 간혹 모시는 경우가 생긴다. 연세는 75은 되어 보였다. 말씀을 또박또박하게 하시고 그 나이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는 것을 보면 교육을 많이 받은신 분 같았다. 차안에서 사냥하게 이야기도 잘 해 주셨다. 그리고 옛날에는 잘 살았다나.
집에 내려주고 나서 그 집을 보면 귀신이 나올 것 같다. 할머니 모습을 보면 뚱뚱한 몸에 나무 지팡이와 너들한 솜옷이 보인다. 그리고 비닐 봉다리를 들고 절둑절둑거리는 모양까지 더하면 마치 털많은 거무스런 강아지가 천천히 덜럭덜럭 굴러가는 것 같다. 그래도 늙고 허럼하고 냄새 날 것 같은 그분에게, 춥고 눈덮인 이 겨울 그래도 정말 그렇게 쾌활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은 정말 훈훈해진다. 그 분을 태우는 것은 그래서 나는 "운 좋다"로 표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와 다르게 쌍큼하게 차려입은 노부인네를 보면 때깔은 좋고 향기가 나는 것 같으나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좀 차갑다는 느낌이 드는 데 반면 그분에게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깊은 우리네 인생을 느끼게 해 준다.
미니홈은 공장에서 만든 집을 운반하여 콘크리트 기초 아닌 조립식 기초위에 얻어 놓은 것이다. 마치 컨테이너같이 생겼고 그보다 길어 보인다. 보통 3 bed, Living room, Dining Room, Bath Room으로 구성되어 있고 필요에 따라 욕실, 현관, 혹은 테크가 하나 더 있는 경우도 있다. 들어가 보면 3bed 아파트 보다 더 크다. 또한 정원도 있고 주차장도 있고 테크도 있으니 아파트 보다는 훨씬 좋다. 건물은 본인 소유이고 땅은 임대이다. 이런 곳에 가정을 시작하는 부부가족이나 혼자 움직일 수 있는 노인네들이 많이 산다. 집 임대료는 물어보니 도심에서 멀고 가깝움에 따라 다른 데 보통 300불-200불한다고 한다.
춥고 눈덮힌 도심, 12월말 어느 토요일 오후 그분이 내 차에 탑승했다. 안스러웁기도 하고 또한 궁금하기도 하여서 물어 보았다.
할머니 도대체 정부에서 돈 얼마 받아요? 대략 900불.
임대료하고 난방, 등등 은요? 약 300불.
그럼... ... 먹고 입고 하는 것은 ? 300불 왔다 갔다 해.
버스 노선도 없고 걸어서 쇼핑할 위치는 아닌 데 식료품을 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요?
옆집에 부탁하거나 오늘같이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 사서 가기도 하고.
남는 300불 가지고 약 사고 택시 타고, 생필품도 사야 하고 ...... 가능하나요? 그리고 또 혼자 외롭울 텐데?
그래서 옆집으로 이사 했어. 전번 집은 무너져 비가 떨어져서, 혼자사는 아주마하고 미니홈 반반을 사용해.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전번집보다는 훨씬 좋아 보였다. 내리면서 10달라 지폐를 건네고는 2달라 거스럼은 커피 값이다 하고는 그냥 내린다. 내가 잘 보였나? 그래도 나는 걱정이 되어,
할머니 돈이 없을 텐데 하고 손바닥을 펼치니 할머니는 그중 1달라만 손에 쥐었다. 나는 얼른 내려 짐을 들고 집 문앞에까지 들어 주는 것으로 보답하고는 "잘 지내세요" 하면서 웃음을 지었다.
할머니, 살짝 크게 웃으며 손까지 흔든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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