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바람 Yeon Dre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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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며 창조하다

수필집- 내 마음의 힐링 드라이브

꽃을 든 남자

Hi Yeon 2015. 1. 8. 06:43

택시 운전을 하다보니 호텔 혹은 모텔에서 손님을 태우거나 내려주는 경우가 많다. 여행 혹은 업무차 머무는 장소가 숙박시설이지만, 이때 잘 눈여겨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여기서도 많은 경우 숙박시설이 남녀만남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만남이라는 것이 단순한 음밀한 일 일 수도 있고, 혹은 복합적인 일 즉 파티, 식사, 유흥등이 함께 포함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작은 호텔이라 하더라도 자는 공간과 함께 부대시설도 잘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주 호텔에서 남자 혹은 여자 혼자만 태우거나 그곳으로 데려 줄 때, 무엇 때문에 출입하는 지는 언급 아니해도 이제는 알 만하다. 단순한 남녀만남도 호텔이용의 하나일 수가 있다.  그러나 호텔 혹은 모텔에서만 이런 일을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자주 당사자 집에서도 그렇고 그런 승객을 태우고 내려 준다. 이때도 어떤 경우인지 쉽게 나는 알아 챌 수가 있다.

종합해 보면 여기 캐나다에서는 남녀만남이 주로 남자 혹은 여자의 본인들 집에서 이루어 진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특별히 분위기가 필요하다던가 여행중이라던가 아니면 경제적으로 여건이 되는 경우에는 호텔이나 모텔을 찾는다는 것이다. 즉 여기서는 남녀의 은밀한 만남장소는 특정된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내집이든 모텔이든 관계없이 편리하고 가깝고 경제적인 곳이면 되는 것이다. 그러한 은밀한 만남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인식되고 남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관여 아니하는 문화적인 이유와 개방적인 사회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물론 부부는 가정에서 대부분 일이 만들겠지만 여행 혹은 분위기를 위하여 자주 외부에서 가끔 만남이 이루어지리라.

반면에 우리는 그렇지 않다. 남녀의 은밀한 만남은 각자의 집이 아닌 항상 모텔같은 은밀한 특정장소에서만 이루어진다. 물론 한국에서 부부는 이런 곳에는 아니 간다. 간혹 여행목적이나 잘 곳을 위하여 모텔에 가는 분들이 있다.  머무는 동안 그들은 정말 민망하게 된다. 어떤 때는 외도를 했다는 오해를 불려 일으키는 구실이 되기도 한다. 우리의 대부분의 모텔이나 호텔은 남녀의 은밀한 만남장소로 인식되어 왔었고 실제 그렇게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과거에 모텔건설 붐으로 모텔설계를 많이 한적이 있었다. 모텔설계를 많이 하다보면 틀에 밖힌 계획안이 생긴다. 우선 룸에 대하여 설명해 보면, 잠깐 일을 수행할 수있는 적당한 크기의 룸과 접근이 쉬고 편리한 욕실, 조명시설과 두툼한 커텐, 등등 잠깐의 은밀한 만남을 위한 특별한 룸 내부시설이 필요하다. 룸이외의 외부부대시설은 아예 없다. 어디가나 모텔과 호텔 형태는 비슷하다. 여기서 우리의 남녀만남이 얼마나 단순하며 천편일율적인지를 알 수가 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이것은 모텔사업의 승패가 걸린 문제이다. 모텔 출입구에서 얼마나 빨리 그리고 몰래 룸으로 들어 가는가 이다. 즉 입구현관에서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가서 지정된 룸에 들어가는 일련의 동선이 매우 짫아야 하고 그 동선에서 누구도 만나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즉 돈주고 키를 받고 몰래 얼른 방으로 골인해서 그리고 일보고는 귀신같이 사라질 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 만남이 얼마나 폐쇄적인지를 여기서 쉽게 알 수가 있다.

이후 나는 더 폐쇄적이고 더 은밀한 모텔을 알게 되었다. 카운터에서 얼굴대고 돈주고 방키를 받는 것도 싫다는 것이다.  바로 모바일 모텔이다.  Drive Thru개념이다. 실마다 차고가 있다. 차에 내리지 않고 차고 앞에 차를 대면 셔트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그리고 그 안에 차를 대면 바로 셔트가 닫힌다. 그 다음 카드로 돈내면 룸 전체가 on되고 일을 볼 수가 있다. 일을 끝내고 나서 다시 차를 타고 셔트문을 열고 가면 끝이다. Drive Thru와 자동판매기가 융합된 곳에서 커피 한잔 사먹는 것과 비슷하다. 누구와 함께 어디서 무슨 커피를 한잔 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자판기도 자판기 운영업자도 모른다. 단지 그들도 오늘은 매상이 얼마인지만 알수가 있다.

그리고 나서 둘이 배 고픈지 한가한 외곽음식점으로 밥과 술 먹으로 간다.  글쎄, 전에 먹고 하는 지 아니면 일보고 나서 먹으려 가는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어쨌던 이런 모텔은 외곽의 외딴지에 많고 형태는 단층 혹은 2층구조이다. 차만 보이니 누군지 알수가 없다. 차유리는 선팅이 되어 시커멓다. 그러나 차번호를 가릴 수는 없으니 의심많은 놈은 이때 만큼은 내차를 두고 근사한 대포차를 구해서 가기도 할 것이다.

본의 아니게 모텔을 설계하려고 많이 돌아다녔다. 다녀보니 구석구석에 그 모텔 수가 어마어마함을 알게 되었다. 방하나에 한두시간 그리고 하루 한두번 이상을 돌려야 모텔이 운영되는 데 한 도시의 모텔수에 방갯수 그리고 하루 돌리는 회수를 곱해보니 그 숫자도 어마어마 하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텔은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거금의 보증금에 월 얼마로 임대주는 시스템이다.  그 많은 임대료와 보증금을 걸고도 모텔사업이 온전하다고 보면 입이 쫙 벌어지고 만다.  밑바닥에서 실제 돌아가는 것을 보면 사회가 정말 어떻게 돌아가는 가를 피부로 느끼곤 한다. 이러한 우리의 모텔문화에서는 남녀노소 그리고 종류를 구별할 수가 없다. 관습과 제도가 흐르는 물을 막고 가로 지르고 하니 물은 지하의 큰 구멍을 찾아 질질 흐르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동료가 모텔유흥가 근처 상가를 계획할 때 한마디 조언을 하였다.  

여보게, 모텔많은 상가지역 중심인데 이 빌딩에 작은 꽃집상가 하나 넣어 보지.

나는 반문했다. 모텔앞에 왠 꽃집이야?

이 사람아, 저녁 늦게 님 보고 집에 그냥 들어갈 수가 있나, 여자는 꽃을 제일 좋아 하거든. 늦게 까지 일하고 귀가할 때 꽃을 들고 온 남자를

그 다음부터는 큰 모텔 혹은 호텔 근처 어느 상가 한구석에 내눈에는 어김없이 꽃집이 보였다. 그전에는 내가 못 보았을 뿐이었다. 저녁 늦은 밤에 작은 꽃집이 불을 밝히면서 모텔뒷문 골목으로 살며시 나오는 꽃다발을 들 남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