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을 하다보면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도시 구석구석에서 다양한 직장인, 학생, 노인, 주부들이 쉽게 이동하고자 택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공용버스가 운행되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할 때가 많다. 차를 소유하고 있는 중산층들도 간혹 택시를 이용하지만 주로 차가 없는 서민들이 택시를 부른다. 즉 몰의 상가의 점원, 커피솦이나 식당같은 서비스업 종사자, 학생, 노인들이 그들이다.
Community Kichen이라는 곳에서 콜이 왔다. 그곳은 다운타운중심과 주택지가 만나는 경계부분에 위치한다. 처음에는 공공시설 부속 주방인 것으로 알았다. 그곳에서 손님을 태우고 가는 중에 Community Kichen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분에게 그곳은 어떤 시설이며 손님은 그곳에서 무엇하신냐 고 물어 보았다. 그곳은 무료로 일반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곳인데 그는 조리사였던 것이다. 아무나 가서 먹어도 되는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하였다. 혹이여 미심쩍어 내가 가서 먹어도 되느냐고 다시 물었고, 그는 그럼요, 되지요, 한번 오세요, 쾌 괜찮아요 하며 적극 홍보하였다.
우리 학교는 매주 목요일에 빵이나 음료 등이 무료 제공되고 있다. 3층 학생실에 가면 유효날짜가 임박한 빵이나 과자 음료 등등 요리없이 먹을 수 여러 종류의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다. 목요일과 금요일, 학생들은 그러한 음식을 먹으면서 수업을 받기도 한다. 보통 아침을 안 먹고 오는 학생들이 많다. 이때 머핀이나 작은 빵조각을 커피와 함께 먹는다. 점심이나 저녁에 출출할 때도 한조각씩 먹기도 한다. 어떤 학생은 집에 가져가기 위해 미리 선점하여 가방에 넣어 두기도 한다. 그래도 이틀이 지나도 교실 구석구석에 남은 빵 과자들이 남아 있다. 학교 관계자분들이 학생들에게 음식물을 집에 가져 가도록 권해도 그렇다.
이 이야기를 손님에게 하였다. 그 모든 음식이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다고 하였다. 그러면 그곳 Community Kichen은 어디에서 제공받는냐고 물었더니 Costco, Walmart, Superstore 같은 대형 유통업체으로 부터 무료로 음식물을 제공받고 그 일부를 우리 학교에 전달한다고 하였다. 다운타운에 소재하는 작은 학교이다보니 그런 장점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학생들은 보통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살기 때문에 스스로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젊은이들이 계획성 있게 소비할 리는 없다. 쓰다 보면 돈이 떨어질 때가 왕왕 있다. 그러면 그때 쫄쫄 굶는 모양이었다. 한번은 학교 관계자들이 학생들을 모아 놓고 혹이여 굶는 경우가 생기면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으니 꼭 가셔 먹도록 하라고 당부하는 것을 보았다. 아마도 Community Kichen이 이런 곳의 하나가 아닌가 여겨졌다.
처음 그 손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머 그런 곳이 있겠지" 하고 잊어 버렸다. 그런데 잊을 만하면 다시 그를 손님으로 만나다 보니 꼭 한번은 가보고 싶다 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도데체 음식수준은 어느 정도 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주로 와서 식사를 하는 지 참으로 궁금해졌다. 마침 그곳에서 콜이 있을 때 직접 내려서 입구에 붙은 식사시간표를 적어왔다. 주말에는 점심과 져녁, 그리고 평일에는 아침 점심 저녁 3끼가 제공되고 있었다.
며칠 후 우선 점심시간에 맞추어 그곳에 가 보았다. 오래간만에 시원한 가을햇살을 받으며 다운타운을 통과하여 외곽쪽으로 걸어보니 좋았다. 학교가 있는 다운타운에서 그리 멀지가 않아 걸어서 쉽게 갈 수가 있었다. 입구는 건물의 구석진 곳에 있었으나 자주 손님을 태우려 간 경험이 있어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입구에는 벌써 식사를 한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가을 햇쌀을 즐기고 있었다. 아예 식사 식반을 밖으로 들고 나와서 먹는 사람도 있었고, 식사를 한 후 커피를 즐기는 사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용감하게 Community Kichen 문을 들어갔다. 주방면적을 제외한 홀 면적은 20여평으로 한꺼번에 40-50여명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배식대에서는 작은 줄이 있었다. 나는 줄에 섰다. 처음이라서 좀 서먹서먹 했지만 작정하여 왔고 또한 미리 정보를 알고 왔는 터라 태연할 수가 있었다. 음식을 받고 원두커피 한잔과 야채 사라다를 들고 식탁에 앉았다. 음식양이 약간 적은 것만 빼고는 자주 사먹는 몰의 Food Court 음식보다는 나아 보였다. Mcdonald, Subway 등등, Fastfood 보다는 훨씬 좋았다. 그기에다 내린 원두커피도 마음대로 먹을 수가 있으니 말이다.
다음 날이었다. 저녁식사 때에도 가보았다. 역시 음식은 정갈하였고 먹을 만했다. 내가 집에서 해먹는 음식보다는 더 좋았다. 그리고 이틀동안 그곳에서 식사를 해 보았다. 한 날은 토마도를 맛 보았고 그 다음 날에는 소고기슾 야채 사라다도 경험했다. 물론 곁들어 나오는 빵은 얼마든지 더 먹을 수가 있었고 한번 더 배식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요리를 하는 중요인원을 제외한 배식, 정리, 설거지 등을 맡은 사람들은 노인, 아저씨, 혹은 아주머니들 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대부분의 종사자들은 벌런티어가 아니가 여겨졌다.
며칠동안 가보니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부류를 대충 알 수가 있었다. 어린 애들도 있었고 젊은 부부도 보였으며 다운타운에서 동양하는 걸인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젊었다. 옷차림은 특별히 남루하다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몸에 무엇인가 특별히 치장한 집시들이 좀 보였다. 그중에 내가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사람들, 즉 노인축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며칠을 가보아도 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배식대에서는 줄을 선 모습을 볼 수가 있었으나 그 줄은 곧 줄어 들고 나중에는 배식원들이 사람들을 기다렸다.
이 도시에 무료급식을 하는 Community Kichen은 내가 확실히 아는 곳은 두곳이다. 하나는 이곳이고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강건너 북측에 있다. 내가 사는 Fredericton시는 주변의 여러 타운을 합쳐도 (Great Frederericton) 인구 6만을 겨우 넘는다. 이 도시 다운타운이라 해 봐야 걸어서 잠깐 다 돌아 볼 수 있는 규모 정도이다.
이러한 도시규모에 Community Kichen이 있고 식사수준이 생각이상 높다는 것을 경험하고는 참으로 놀라웠다. 물론 담배 사 피울 돈이나 술 사 먹을 돈으로, 혹은 일하여 벌거나 아껴서 음식을 구하면 될 것인데 그러한 사람들에게 무료급식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 될 수가 있다. 그러나 무료급식이라는 것은 이런 차원의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소한 어떠한 상황일지라도 배고파서 문제가 생기지 말아야 겠다는 공동사회의 배려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비슷한 차원으로 아마도 무료셀터도 있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된다
그것은 없는 자들을 위한 것 일 수도 있지만 깊게 길게 보면 가진 자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춥고 배고픔은 사상과 이념 그리고 인간성을 초월한다. 그것은 이유없는 불만으로 증폭되고 범죄로 이어지기도 하며 체재를 흔드는 근본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충 잘 수가 있고 배 안 고프면 대중연설 근처에 잘 가지 않는 것이 서민들이 아닌가.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다운타운 중심지로 걸어 오면서 문득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내 노년에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지낼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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