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과 다르게 올해 12월에는 강추위와 함께 많은 눈이 내렸다. 그것도 하루도 빠짐없이 한달 내내 지속되었다. 추위와 눈에 익숙하였다 하더라도 여기사람들에게 올 겨울은 견디기가 매우 힘든 계절이다. 뿐만 아니라 산천초목도 견디기 힘들다. 더구나 얼음비까지 수시로 오니 그것은 언몸에 찬물을 붓는 것과 같다. 겨울철의 많은 눈은 초목에게는 강추위와 바람을 막아주고 보온하는 효과가 있지만 얼음비가 내리면 상황은 급반전된다. 특히 키가 큰 나무들은 매우 힘들어 한다.
그 중에도 침엽수는 얼음비에 꼿꼿하게 지조를 지킬 수 있지만 가날픈 가지가 많은 활엽수는 얼음비에 고개를 숙이고 만다. 보기에도 안스러워 보인다. 하나는 강함의 상징이요, 다른 하나는 유연함의 상징이다. 그러나 그들 각각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다. 강함은 부러지기 쉽고, 연함은 휘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더 얼음비가 오거나 혹은 태풍과 같은 강한 바람이 불어 댄다면 침엽수는 몸둥이가 부려질 것이고 가지많은 활엽수는 바닥에 쓰러질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그곳에 언제나 강함과 유연함이 있다. 강한 나라가 세계를 정복할 수는 있어도 성숙된 문화가 없으면 오래되지 않아 쉽게 멸망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문화가 발전한 나라은 그 유연함으로 수천년동안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교육분야에서 살펴보면 우리는 똑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가 있다. 주입식교육은 개성이 없는 획일적인 강함을 신장시켜 주지만, 자유방임식 교육은 개개인의 다양성을 확대시키고 그 다양성을 아우릴 수 있는 유연함을 만들어 준다.
사람의 인성에서도 강함과 유연함을 발견한다. 강한 사람은 논리 정연한 특정 이론이나 경험에 사로잡혀 고집이 세다. 반면 유연한 사람은 많은 이론의 무장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쉽게 받아 들여 그것들을 조절하고자 한다.
이와 같이 세상살이에서 대부분의 경우 강함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추기는 어렵다. 강함과 유연함은 서로 상반된 것으로 한쪽이 우선이 되면 다른 한쪽은 단연히 소외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의 주위를 둘려보면 더 그 둘의 개별성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사회조직과 국가라는 것 때문에 교류가 된다는 것은 어려웠고 옛날에는 지리적 여견상 교류가 특히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은 자기 것이 옳고 좋다는 배타적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 책상에서 공부하고 외우고 사지선택형으로 시험을 치는 것으로 학창시절을 보냈다. 경제개발이라는 시대적 구호아래 어린시절을 보냈고 더불어 흑백이라는 이념전쟁을 지키기 위하여 젊음을 바쳤다. 사회에 나와서는 성공이라는 공통적 언어에 파뭏혀 나를 다독거려야만 했다. 나만 그러했는 것이 아니라 그시대 모두들이 그랬다. 하나의 획일화된 시대적 사명이 있었던 것이다.
모두가 앞만 보고 가면 바로 그것이 강함이다. 그러나 앞선 자가 있으면 뒤에 처지는 사람이 생기고 성취하면 그에 따른 피해자도 있기 마련이다. 그 뿐인가? 우리에게는 흑백논리라는 것이 있었다. 그것이 우리를 분열시키는 촉매제 역활을 하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자기가 겪은 것만이, 자기가 아는 것만이 절대 진리라고 주장하면서 밀고 싸우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시작하였다. 이제는 분열된 강함은 서로가 서로를 찌르는 창과 칼이 되어 버렸다.
우리 건축재료 중에 콘크리트와 강선이라는 것이 있다. 콘크리트는 돌과 같이 강하고 단단한 데 비하여 그 질김이 없다. 그대신 강선은 꼿꼿함이 없는 대신 대단히 질기다. 우리는 그 두가지의 장점만을 합쳐서 질기고 단단한 철근 콘크리트라는 재료를 만들었다. 강함은 부러지기 쉽고 유연함은 휘어지기 쉽다는 단점을 서로 보완하였던 것이다. 이것을 이용하여 높고 큰 강한 구조물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있다. 빌딩과 다리와 항만등 많은 기반시설물들이 그것이다.
운동선수에게도 강함과 유연성이 있다. 강한 선수가 유연성이 없으면 맨날 허공만 날린다 반면 유연한 선수가 강함이 없으면 적중해도 그 효과가 미미하다. 그래서 강한 선수는 유연성을 기르기 위해 온갖 종류의 스트레칭 훈련을 하고, 유연한 선수는 강함을 보강하기 위하여 근력훈련을 병행한다. 강하면서 유연성이 뛰어난 선수만이 세계의 최고가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나는 동전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것은 이민이었다. 이민을 하여 이곳에서 오래동안 살아보니 나와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든 요소와 분야에서 다양성을 보았던 것이고 우리가 사는 방식이라는 것이 많은 것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주위에 나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있고 내 생각의 언저리에 나와 다른 많은 생각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또한 많은 다른 요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어울려져 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동전 한면위의 삶에서 형성되어 왔던 나의 생각과 시각은 변하기 시작했다. 즉 이민전에 형성되었던 나의 모든 것이 강함이라 하면 이제 그 강함을 휘게 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갖게 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사실 나의 이민생활은 수 많은 갈등과 고생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 삶속에서 나는 생각하고 보는 각도를 달리할 수 있는 유연함을 조금이나마 갖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의 생각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직 살아보고 경험해 봄으로서만 제대로 변할 수가 있는 모양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이민생활은 유연성을 얻을 수 있었던 값진 교훈의 장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설령 고국을 못 잊어 되돌아간다 하더라도 한번 뿐인 인생에서 해 볼만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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