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 때 나의 생활일부는 이러했다. 업무가 끝난 후나 공휴일에는 보통 테니스장에 머문다. 워낙 테니스를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고 또한 그곳에 가면 모든 사람들이 정답기도 하기 때문이다. 테니스를 치는 도중에는 운동을 즐겨서 좋고, 운동후에나 끼리끼리 모여 이야기하는 시간에는 친한 동호인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좋다. 특히 동호인 아주마들이 나를 반긴다. 그래서 거의 매일 동호인들과 운동을 즐기면서 자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주 내기 게임을 하여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내가 그 곳에 머무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동호인들과 사람사는 모습과 일에 대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았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그 중에는 운동에 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서 오랫동안 운동을 즐기다 보니 그랬던 것 같았다. 그러나 꼭 재미있는 이야기만 하고 지내지는 않았다. 사람이 살다 보면 운동만 할 수가 있나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이나 좋은 일이 있을 경우도 있다. 좋은 일이 있으면 서로 한턱 내기도 했다. 그러나 꼭 일이 있어야 한 턱 내는 것은 아니었다. 심심하면 일을 만드기 위해서 그러하기도 하였다. 반면 동료가 어려울 때는 우리들은 이유를 묻지 않고 최대한 도워준다. 어떤 때는 테니스 한 게임후 소주 한 잔을 사 준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교감하였다.
그곳을 떠나 캐나다에 이민을 오고는 이제 근 10년이 다 되어 간다. 여기서 비슷한 취미를 갖거나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 간혹 만나는 일이 있다. 그들과 만나면, '어떻게 이민을 와서', '어떻게 고생을 하고', '애들은 어떻고' 하는 말들을 주로 하게 된다. 그러나 인생 이야기나 구수한 생활이야기, 혹은 서로의 감정이입이나 교감같은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마치 오늘만 사는 극박한 사람들로만 생각되어진다. 설령 한국에서 살던 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함께 즐길 동호회가 있다 하더라도 아마 마찬가지 일 것이다는 것이 현재 내 생각이다.
이민 오기전 지방의 신도시에서 살아본 적이 있다. 신도시 이주자 대부분이 외부에서 흘려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주거, 직장, 혹은 다양한 이유로 이주했었리라. 나도 그중의 한사람이었다. 새로이 도시가 형성되다 보니 사람들의 모임도 새로이 형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얼마나 인정스러운지 오히려 기존도시보다 더 활발히 교류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결속력과 믿음도 컸다. 물론 별의 별 사람들이 다 모이는 신도시의 특성상 불미스러운일도 다소 생기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내가 지금 처해있는 이민사회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민자 사이의 교류와 만남들이 너무 경직되어 있고 표면적이며, 너무 개인적이고 폐쇄적이며, 너무 이익우선주의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나의 편협된 개인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을까?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이민자들이 이미 나이가 찰 만큼 차서 순수함이 없어서 그럴까? 이민온 사람들끼리 서로 비교가 되어서 그럴까? 여기 이민생활이 너무 황량해서 그럴까? 우리가 개개인이 너무 똑똑해서 그렇까? 이민생활이 외롭고 그래서 혼자 가는 길이 힘이 들어서 그럴까? 아니 그 반대 작용으로 나 여기서 힘들고 외롭운 삶을 숨기고자 하기 때문일까?
이때는 이민이라는 것이 내 몸에 잘 맞지 않는 불편한 옷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민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공통의 문제가 아닌가 한다. 더 많은 세월이 흐르고 우리가 더 많이 안정되었을 때 서로가 부담없이 다양한 종류의 대화와 만남을 나눌 수 있겠지, 그때에 우리가 어디에 사는 지를 잊어 버리고 서로의 감정을 터 놓고 이야기를 하겠지 하고 생각해 본다. 또한 그때는 지나가면서 심심하면 들릴 수 있는 만남의 장소도 생기겠지 하고 상상도 해 본다.
세월이 흘려 애들이 성장하여 대학교를 들어가자 이제는 내가 한국으로 되돌아 가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이민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현지의 분들과 쉽게 말하고 교감하기란 어려웠다. 그러던 참에 역이민이란 카폐를 접하게 되었고 그후 그것이 나만의 생각이 아닌 이민자 분들의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후로 한국에서 일을 마치고 참새 방앗간처럼 들린 테니스모임 대신 이제는 저녁마다 역이민카페를 찾아 대화를 하게 되었다. 테니스 라켓 대신에 펜과 카메라를 들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테니스게임을 하듯 회원님들과 어울려 다닌다. 오프가 아닌 온라인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테니스 동호인과 즐겼던 만큼의 즐거움을 카페에서 보내고 있다.
이제, 몇해만 지나면 한국에 돌아가고자 한다. 설령 이때 그때의 테니스 동호인시절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내가 너무 그들과 비교하여 많이 변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옛 동호인과 그 모임이 그대로라 하더라도 과연 그때의 교감과 즐거움이 되살아나리라 생각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새물에는 새친구가 있다. 생각과 경험의 공감대가 많은 선후배 카페 회원님들과 교류하면서 이야기하고 서로의 감정을 나눈다면 다시 찾은 고국생활은 옛적보다 더 나으리라 생각되는 것이다. 또한 온라인 뿐만 아니라 직접만나고 이야기하고 인생을 나눈다면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어 보인다.
지금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서 할 조그만한 꿈을 준비하고 있다. 그 꿈은 고국에서 조그만한 나의 사무실을 열어 주민들의 위한 건축관련 컨설팅과 내가 좋아하는 순수 디자인과 금속공예품을 만드는 일이다. 여기서 나의 꿈에 한가지를 더하기로 했다. 그것은 온라인상의 회원님들께서 필요에 따라 내 작은 사무실이 오프상의 실제 방문과 만남, 대화, 교감을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열차 정착역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회원님들의 역이민과 관련 일, 특히 그 중에 주거에 관한 컨설팅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초 나의 꿈이 전적으로 먹고 살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하나의 더함은 내 인생의 즐거움을 더 크게 할 것으로 생각든다. 더불어 관심있는 회원님께서는 즐겁고 보람된 교감과 대화의 장, 그리고 만남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때는 스튜디오 같은 나만의 조그만한 사무실은 들러면 마냥 좋은 모든 분들의 참새 방앗간이 될 것이다 란 상상을 해 본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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