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바람 Yeon Dreams

Dream & Create 꿈꾸며 창조하다

꿈을 꾸며 창조하다

살며 생각하며

갑작스러운 작은 횡재

Hi Yeon 2014. 5. 14. 23:03

간혹 책을 정리든가 옷을 정리할 때 책장에서 혹은 주머니속에서 돈이 발견되면, 이것 왠 횡재인가하고 즐거워할 때가 있다. 사실 그것은 새로 생긴 돈이 아니고 잊어 버리고 둔 돈을 다시 발견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래도 생각지도 않는 돈이 생겼으니 별 일이 된다. 여행을 떠난다고 집안 이곳 저곳을 둘려보고 정리하였다. 그리고 겨울내내 방치해 놓았던 집 구석구석에 고잔난 부분을 손도 보았다. 내 집을 가지고 있다 보면 사소하게 고쳐야 할 곳이 많이 생긴다. 봄날이 오면 겨울내내 손도 못 대던 곳을 보통 고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여기 캐나다는 날이 따뜻해지면 여기저기서 뚝딱뚝딱 집 고치는 소리가 많이 난다. 특히 오래된 집이 대부분인 우리 동네, 그런 다운타운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큰애가 대학 3년을 마치고 좀 쉬고 싶다고 하고는 먼 타주로 떠나 버렸다. 잘 됐다 싶어 그 방을 내 서재로 사용하였다. 겨울이 되자 별도로 난방을 하기가 부담이 되어 그 방은 더 이상 사용 안하게 되었다. 그리고 따뜻한 봄날이 왔다. 그래서 한달 전에 다시 그방을 사용할 요량으로 정리를 하였다. 책상을 정리하는 데 책상 한 귀퉁이에 크고 반듯한 책 한권 놓여 있었다. 그 책은 연필꽂이 메모지 등을 두는 받침대 역활을 하는 것이었다. 무심코 그 책을 치우다 보니 왠 걸, 책과 책상바닥사이로 100불 지폐 여러장이 바닥으로 솟아져 내렸다. 우와, 이것이 왠돈이야. 아내가? 큰 애가?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년 여름 내가 이방을 사용할 때 여기에 돈을 두고 사용하였던 간이 금고였던 것이다.

 

어제였다. 벽장과 옷장을 한번 정리하였다. 사용하지 않는 옷을 과감히 모았다. 그중에 오래동안 입지 않은 구겨진 아내 옷도 한벌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비닐봉투에 수셔넣고 길 건너 있는 옷수거함에 갔다. 그 수거함에 비닐봉지를 통째로 넣고자 하였으나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너무 큰 꾸러미였나 비닐봉투의 한 귀퉁이가 찟어지면서 아내 옷이 삐죽히 나왔 버렸다. 아내 옷을 허락없이 괜히 버렸다가 혹이여 찾으면 낭폐인데 라는 걱정이 갑자기 생겼다.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다시 가져갈 요량으로 아내 옷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옷주머니에 손이 들어가게 되었다. 왠일이야, 납작하게 반으로 접힌  돈뭉치가 손에 들어왔다. 야호, 이 왠 횡재야, 하면서 돈을 조심스럽게 세어 보았다. 100불, 20불, 10불, 그리고 5불로 이루어진 총 210불이었다. 사실 아내가 이민을 온 이후로 그옷을 입고 있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꾸겨진 채로 벽장 구석에 오래동안 쳐박혀 있었던 옷이었다.

 

돈을 가만히 보니 요새 통용되는 돈이 아니었다. 100불, 20불, 10불, 그리고 5불, 모두 옛날 지폐였다. 특히 20불과 10불은 이미 폐기가 된 지폐가 아니가 싶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옛날 우리 가족이 이민을 올 때, 그때 아내가 그 옷을 잠깐 입었는 모양이었다. 그때가 이민 초기였으니 아내가 혹시나 현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으로 여려 종류의 현금을 주머니에 넣어 두면서 사용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어찌됐던 이것은 큰 횡재였다.

 

내 집은 다운타운에 위치한 오래된 집이다. 100년은 족히 넘었다. 지하에 내려가서 보면, 마감사이로 납작돌과 시멘트 모르타르로 쌓아 만든 지하벽이 보인다. 그때는 콘크리트 옹벽을 만들 시대는 아니었다. 기둥, 대들보, 혹은 판재를 보면 모두 물레방아 톱으로 자른 흔적이 보인다.

 

전주인은 할머니였다. 할아버지를 여의고 10여년 더 살다가 더 이상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니어타운으로 옮기고자 이집을 매물로 내 놓았다. 그때는 집 상태가 오직 했겠는가. 관리가 안 된  오래된 집이니 손 볼 곳도 많았다. 나는 이 집을 구입하고는 바로 지하를 우선적으로 손수 손을 보았다. 그때 구석구석에 옛주인인 할아버지의 유물 혹은 여러가지 책가지들이 있었다. 지하에 할아버지 서재와 작업장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며칠을 두고 할아버지의 물건들을 갖다 버렸다. 버릴 때 마다 혹이여 중요한 것이 있나 하고는 책장이나 물건을 자세히 뒤적여 보았다. 쓸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마도 미리 할머니가 훌터 지나갔기 때문이었으리라. 혹이여 동전이나 지폐라도 할머니 몰래 숨겨 둔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다 치우고 나서 지하실 수리를 해 나갔다. 공사도중 지하 천정한 귀뚱이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그곳은 살짝 덥개로 닫혀 있었다. 이런 곳도 있나 싶어 덮게를 제치고 손을 쑥 넣어 보았다. 손에 매끄러운 종이다발의 감촉이 왔다. 바로 이것이다. 돈다발인가 하고 보니, 에이 그것은 책이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책장을 털어 보았는데 나오는 것은 잘 보관된 이상한 사진들뿐이었다.

 

나는 일을 하다가 그 자리에 앉았다. 잡지를 보니 Playboy 였다. 잡지를 한장씩 넘기며 감상했다. 그 시절을 따져 보면 지금으로부터 120-130년전쯤 되는 것 같았다. 그것이 그때의 최고의 춘화잡지가 아니었던가? 화보를 자세히 보니 그 수준은 여자 수영복차림 정도였다. 보통 잡지에서 큰 사진을 제공하기 위하여 한장을 접어서 출판하는 데 할아버지는 그 큰 춘화사진을 오려서 별첩으로도 만들어 놓았다. 모델들은 각양각색이었지만 모두 한물간 구형 수영복차림이었다. 그것들은 요즈음 초등학생도 보지 않는 수준이었다. 한장씩 한장씩 다 넘겨 보고는 나는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할아버지 비밀스러운 곳에는 돈은 하나도 없네, 하기야 그때 할아버지에게는 그것이 더 은밀했겠지.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