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와 같은 일요일이다. 일요일에는 출근하는 몇 사람을 나르고 나면 나는 오전 내내 너무도 한가하다. 차에서 콜을 기다리다 가끔 졸기도 한다. 일요일 출근하는 사람은 주로 콜센타 직원이다. 여기가 주의 수도이다 보니 공장 혹은 업무용 오피스와 같은 것들은 없고 관공서와 두세 개의 조그만 한 콜 센타가 전부이다. 일요일은 공무원은 당연 쉬겠고 상시 운영되는 콜센타 직원들이 오전의 나의 일감을 조금 보태는 것이다.
참! 오전에는 교회에 가는 사람들도 일정 고객이다. 주로 노인층으로 차가 없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나를 부른다. 주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게는 그런 고객을 맞는다는 것은 다소 신선한 느낌이 든다. 노인들은 일요일에 교회에서 가서 오전시간 대부분을 보내는 것 같다.
외곽의 주택지역은 교회는 드물지만 시내를 다녀보면 곳곳이 교회들이다. 거의 모든 주민이 일요일에는 자기 나름의 교회에서 커뮤니티를 이루고 일주일을 정리하는 것 같다. 물론 그때 모든 가족들이 참석하는 것 같았다. 신혼은 둘이서, 애기가 있으면 애기를 안고, 애들이 있으면 손에 손을 잡고 떠들며 함께, 그리고 자식이 떠난 뒤에는 부부 둘이서 나긋이 손을 잡고 교회에 참석한다. 그리고 그들은 교회에서 공동체를 확인한다.
여기 타운의 가까운 곳에 고급 주택가가 있다. 그곳은 골프장을 근처로 하고 있고 강물이 보이는 언덕에 평균이상의 크기와 정원을 갖춘 주택들이 있는 지역이다. 많은 주택들이 나무가 우거진 넓은 지역에 덤성덤성 위치하다 보니 주택들이 숲에 파묻혀 멀리서 보면 집이 있는 지 없는 지 모를 정도이다. 매주 일요일 아침 그곳의 한집에서 콜이 온다.
일요일마다 그곳에서 중년의 부인이 20대 중반의 청년과 함께 나를 기다렸다. 물론 행선지는 시내의 교회이다. 목적지로 가는 도중 젊은이가 항상 먼저 내리고 부인은 가는 도중내내 얼굴을 펴지 못하고 있었기에 어느날 청년이 중도에 내린 후 나는 그녀에게 슬며시 그 청년과의 관계를 물어 보았다. 그들의 사이는 내가 예상한 대로 엄마와 아들 관계였다. 부인은 답답했던지 물어 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들어보니 부인은 큰 아들이 지하방에서 사는 데 자기 집에 있는 것 자체가 못 마땅한 모양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들은 특별한 직장없이 하느님만 찾는다고 투덜댔다. 아마도 아들은 지하실방에서 혼자 살고 당연히 먹고 입는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모양이었다. 여기 관습으로 보면 자식은 성년이 되자마자 부모의 슬하에서 몸과 마음 그리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데도 불구하고 다 큰 아들이 나가지도 않고 부모집에 죽치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녀의 집은 숲속 저택이고 그녀의 차림 모양새는 그럴 듯 하였으나 아들은 대충입은 옷에 지저분하였다. 나는 일요일마다 여러번 그들을 태웠다. 그런데 탈 때마다 그들의 목적지가 동일한 교회임에 불구하고 아들은 도중에 내렸다. 택시요금이라는 것이 한사람 더 탄다고 두배로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약간 많아진다. 그래도 각자 부담하는 것이 여기의 관습이다.
아마도 목적지에서 같이 내리면 서로 요금을 조금이라도 내는 척이라도 하여야 하기에 그것을 피하기 위하여 그 아들이라는 젊은이는 미리 내렸지 않았나 한다. 연인사이라 해도 요금은 각자 내는 것이 여기 문화이고 보면 성장한 아들이 부모와 같이 택시를 탔다 하더라도 매번 무임승차를 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찌하라 부모 집에서 빌붙어 살아야 하고 하느님은 맨날 만나야 하고, 그러나 택시요금을 낼 형편은 아니되니 아들은 미리 내릴 수 밖에.
어릴 때부터 가족간에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또한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여기 캐나다 문화에서는 애들이 부모가 바라는 대로 성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더구나 자식은 성년이 되는 순간부터 완전히 독립하는 여기 문화가 아니던가. 다 큰 자식이 설렁 스스로 먹을 거리와 입을 거리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부모집 한구석에 빌붙어 있으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부모는 힘이 매우 들겠구나 싶었다. 어디에서나 자식문제는 생기는 모양이다. Andrew
'수필집- 내 마음의 힐링 드라이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의 손을 놓쳤지만 그것은 단지 잠깐일 뿐 (0) | 2014.01.27 |
---|---|
스케이트를 타듯 빙판위에서 차를 몰다 (0) | 2014.01.12 |
이 도시는 나에게 매우 정겹고 아주 편안하다 (0) | 2014.01.01 |
여보게 젊은이 미안하다네 (0) | 2014.01.01 |
인생이란 극장속의 택시기사 (0) | 2013.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