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한분이 Superstore에서 나왔다. 보행보조차에 간단한 빵과 과일을 담은 비닐백을 싣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한발한발 내 딪었다. 나는 얼른 차를 턱이 없는 경사로 부근에 대고 내려서 차의 반대편 조수석 차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보조차를 차문에 바짝 대고 그리고 손으로 차문을 잡고 차 안으로 몸을 이동시켰지만 쉽지 않았다. 내가 차문을 손으로 단단하게 고정시키자 간신히 반대손으로 차등받이를 집으면서 겨우 엉등이만 시트에 걸칠 수가 있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왼발부터 집어넣고 다음 오른발을 넣었다. 그것을 확인한 후 나는 앞차문을 닫고 보행보조차를 접어서 쇼핑비닐백과 함께 차 트렁크에 넣었다.
나는 운전석에 앉자마자 할머니에게 안전 밸트를 묶어 드리면서 물었다.
“할머니, 댁으로 가시죠?”
할머니는 나를 보는 것이 반가운지 동양인을 보는 것이 신기한지, 화색을 하면서 응수했다.
“그럼, Brunswick Street 에 있는 학교 사택 알지?”
그럼요! 하면서 나는 그곳을 향했다.
그곳은 Fredericton의 다운타운에 있는 조그만한 교직 은퇴자를 위한 사택이었다. 몇주전 할머니를 모시고 그곳에 내려준 기억이 났다. 나는 멀지 않는 곳이고 한번 가 본 경험이 있다보니 쉽게 갈 수가 있었다. 가는 도중 할머니께서 날씨가 좋다, 너는 어디 출신인가, 한국분을 한분 알고 있다, 나는 대학교에서 일을 했었다 등등을 물어보지도 않는 말을 묻고 스스로 설명하면서 재잘재잘거렸다. 그것을 귀담아 응수하느라 속력을 내지 못하고 천천히 달렸지만 그리 먼거리가 아니어서 금방 할머니댁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바로 나는 트렁크를 열고 보조차를 펴서 비닐백을 보조차에 걸친 후 다가가서 차문을 열었다. 그리고 보조차를 바짝 갖다 대고 보조차와 차문을 내 손으로 움직이지 않게 고정을 시켰다. 그러자 할머니는 탈 때와 반대로 오른발을 먼저 내리고, 다음은 왼발,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체를 끌어 올렸다. 두세번 시도 끝에 완전히 보조차를 양손으로 잡는 것을 마치고는 나를 처다 보면서 청했다
“여보게, 비닐백을 좀 들어주게나.”
그럼요! 하고 비닐백을 보조차에서 꺼내어서 내 손으로 들고는 할머니를 따라 나섰다.
내가 정문을 활짝 열자 고마우이 하면서 쉽게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공동 거실을 지나 할머니가 사는 Unit에 도착하였고 할머니가 주섬주섬 키를 내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물건을 바닥에 놓고 처다보니 실안에는 이것저것, 오밀조밀, 별의 별것이 다 벽에 붙어 있고, 탁자에 있고, 선반에 올려져 있었다. 할머니는 잘됐다 싶었는지 이것은 무엇이고 저것은 무엇이고 하면서, 내 손을 이끌면서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이것 참 낭패인데, 바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하면서도 나는 할머니 손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굳이 나도 떠날려고 아니 하였는 지도 몰랐다. 선반과 탁자위에서 조그만한 인형으로부터, 작은 사진액자, 소품 등등이 빈틈없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고개를 안쪽으로 돌리자 방 한쪽벽에는 크고 작은 사진액자가 붙어 있었고 그밑 선반에는 남편의 것으로 보이는 훈장, 상장, 제복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할머니는 첫번째 사진을 손으로 가르켰다. 오래되지 않은 최근의 모습이었다. 할머니가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의 두손을 꼭잡고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처다보면서 나는 어느 이발소에서 보았던 노부부의 환영을 더덤기 시작하였다.
강건너 도시 북쪽에 자리잡은 이발소에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들어왔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머리를 깔끔하게 이발시키고자 왔었다. 할아버지는 겨우 걷고, 그나마 입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말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할아버지 차림은 깨끗한 정장이었다. 할머니가 나들이 하기 위해 할아버지에게 깨끗한 정장으로 갈아 입히는 것도 족히 2시간은 걸렸으리라 나는그리 생각들었다. 할머니는 이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할아버지 한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질질 흐르는 침을 계속 딱아주면서, 그래도 무엇이 그리 좋은 지 할아버지에게 눈을 맟추며 내내 종알종알 거렸다.
곧 이어 이발 순서가 되었다. 할아버지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거의 없다보니 깍는 것이 아니라 흰머리 몇개를 정리하는 정도였다. 머리깍기는 금방 끝났다. 할머니는 이발을 마친 할아버지를 부축해서 문을 나서자 그때 택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딱아도 딱아도 삐뚤어진 할아버지 입에서는 계속 침이 흐렸다. 할머니는 자기 옷깃으로 훔치면서도 얼굴을 할아버지 눈에 갖다 대고 웃으면서 또 내내 조잘조잘대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삐뚤어진 입에서 '그럼 그렇지' 하면서 침팅기는 소리가 내 등뒤에서 연신 울렸다.
할머니 설명이 다음 칸의 액자로 이어졌다. 다운타운 거리에서 화사한 원피스로 치장한 중년 할머니가 정장으로 차려 입은 건장한 할아버지의 팔과 손을 잡고 다정히 포즈를 잡고 있었다. 다시금 내 눈은 촛점이 흐러지면서 많은 사람이 왔다갔다하는 몰 정문에 멈추었다.
화사한 원피스로 치장한 중년 할머니가 할아버지와 함께 몰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왔다. 바로 서로 손을 꼭 잡고는 몰정문으로 향했다. 작은 도로를 가로 질려가야 하고 몰의 정문을 통과하여야 했다. 그들의 손이 떨어지다 싶다가 바로 다시 붙어 버렸다. 몰의 긴 중앙홀을 지나 가면서도, 쇼 윈더우를 보면서도, 상가에 들려서도, 그들의 손은 떨어지지를 몰랐다. 잠깐 물건 값을 지불할 때나 음식을 먹을 때만 그들의 손은 떨어져 있었고 그나마 그것도 아쉬운지 바로 할머니가 덥썩 잡고 놓아 주지를 않았다.
꿈을 꾸듯 그 사진을 보다가 나는 선반에 세워져 있는 사진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나는 물었다.
“저곳은 어디입니까?”
할머니는 플로리다의 조그만한 별장이라고 하였다. 바닷가가 보이는 데크에서수영복을 입은 노아주마가 반바지를 입은 노중년남자의 손을 잡고 파라솔에 앉아 있었다. 햇빛은 그들을 내리 비추다가 점점 하늘이 하얗게 변하면서 그것은 눈발이 되어 내 눈을 가렸다. 나는 어느 듯 노중년부부를 싣고 공항으로 향하는 그 눈내리는 겨울을 달리고 있었다.
애들이 다 자라서 둘다 토론토에 산다고 하였다. 그전 까지만 해도 집안이 왁자지껄하였으나 이제는 덜렁 두사람 뿐이었다. 그래서 여행을 자주 갔다. 겨울에는 플로리다에 가 있기도 하였다. 나이 든 아주마가 찰싹 들어 붙은 옷에 짫은 스포티한 점퍼로 풍만한 상체만 가렸다. 곱슬한 노랑머리를 옆으로 살짝 돌리고 청바지에 겨울 잠바를 걸친 중년 남자손을 꼭 잡고는 '그럼! 맞아요! '하면서 연신 남자의 말에 장단 맟추며 뒤 좌석에서 앉아 있었다. 택시는 Saint John강변의 눈 덮힌 도로를 따라 겨울의 눈을 헤치고 있었다. 아주마는 차에 내리자 마자 남자 손을 다시 잡고는 꼭 붙어 공항으로 들어갔다. 공항 커피샾에서도 그들은 손을 잡은 채 밴치에 앉아 서로 눈을 맞대고 소근소근 거렸다. 비행기 탈 시간이 되었는 지 다시 팔장을 끼고 입구쪽으로 들어갔다.
할머니가 내 손을 당겼다. 나는 촛점잃은 눈을 비비면서 할머니가 이끄는 식탁으로 왔다. 선반에는 여러개의 메달이 있었고 그 옆의 작은 사진에는 메달을 목에 건 제법 자란 딸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깊은 포옹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내 환상는 애들이 빙글빙글 도는 아이스링크에 머물다 아들 친구댁 거실로 갔다.
어느 저녁무릅 나는 내 아들 친구집을 방문하여 책을 읽고 있는 아들 친구 어머니인 Ann과 거실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 아들 친구 아버지는 Larry였다. 그는 직장일을 끝마치자 마자 학교를 파한 애들 둘에게 간단한 간식을 먹인다. 그리고 애들의 운동소품가방을 챙겨들고 그들을 차에 태운다. 아이스링크장에 도착해서는 애들에게 빠른 시간내에 훈련 준비하라고 독려하고는 링크장 안으로 들어가서 스피드스케이트를 할 수 있도록 장비를 설치한다. 그 다음 애들이 스케이트 부츠를 신고 링크장 안으로 솟아져 나온다.
그때 부터는 그는 관중석에서 훈련이 끝마칠때 까지 기다리다 애들이 마치고 나오면 다시 수십가지의 운동 소품을 챙긴다. 다시 애들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지금 앞치마를 걸치고는 저녁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은 그에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생활이었다. 마침 저녁준비가 다 되었는지 거실로 향해 부른다. '애들아! 밥먹자. 그리고 여보! 그분 모시고 어서 와요.'
환영속의 그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방안을 둘려보고는 할머니를 찿았다. 할머니가 정장같은 제복을 입고 웃고 있는남편의 사진을 가리키며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그 밑의 선반에는 빛바랜 증명서와 소품이 가지런히 정열되어 있었다.
이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바로 나는되돌아 가야 한다는 생각에 출입문쪽으로 돌아서면서 문득 물었다.
“할머니, 언제부터 여기에 사시게 되었어요?”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 후에 이곳으로 왔고, 그때 큰 집과 큰 물건은 다 처분하고 작은 것들만 들고 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화사한 웃음을 지으면서 나에게 안녕이라 하였다. 나는 그 웃음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자리에 가만히 서서 다시 뒤돌아 보았다. 그때 할머니 얼굴에서 나는 내가 찾고자 하는 그 환영을 보았다.
“당신의 손을 놓쳤지만 그것은 단지 잠깐일 뿐.”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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