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도시에는 시니어를 위한 주거시설이 많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제조산업이나 공장 등이 없는 교육과 행정시설 위주로 짜여져 있는 도시로서 도시환경이 매우 친자연적이고 조용하며 대부분 사람들도 젊잖다는 것과 도시규모가 적어 병원이나 상가가 가까워 이동거리가 짧아 편리하고 렌트비 등 여러가지 생활비는 대도시보다는 저렴하다는 것을 들 수가 있다.
무엇보다도 도시내 각종 복지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고 인구비례로 따지면 아주 우수할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시니어를 위한 시설의 입주비도 타도시에 비하여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이 도시에서 일을 하다가 은퇴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타도시에서 이 도시로 은퇴생활을 하기 위하여 이주를 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시니어들이 많이 사는 도심 아파트에 할머니 한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분은 일요일 교회에 갈 때자주 택시를 이용한다. 보통 노인네는 일요일 교회에 가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날은 붉은색의 좋은 밍크코드에 붉은색 바지를 입었다. 붉은 루즈를 바른 입술에 붉은 옷 그리고 작고 이쁜 홍조 얼굴을 더하니 전체가한조의 붉은색 그림이었다. 쪼글쪼글한 얼굴 주름이 있었다 하지만 날씬한 할머니 몸매에는 모든 것이 한마디로 환상 그 자체였다.
나는 할머니가 타자마자 "할머니 붉은색 밍크 코드가 너무 좋아요" 라고 인사하면서 빙긋이 웃었다. 그 할머니는 평소 나에게 수다를 떨거나 이말 저말을 대충 하는 분이 아니며 옷도 대충입고 다니는 분도 아니었다. 좀 유식해 보이고 근엄하다고 할까? 보통 있어 보이는 분들이 보통 그러하질 않든가. 좌우지간 그 날은 평소가 다르게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우며 내 인사에 답했다. 교회는 가까운 거리이다보니 우리는금방 도착했다. 평소 정해진 요금만 내는 할머니인 데 그날따라 별도로 커피 두잔 값의 팁을 손수 내 손에 두고 눈 웃음을 던지면서 내렸다.
팁을 아니 주어도 이쁜 할머니! 오늘따라 팁까지나 내가 너무 야하게 칭찬했나.
이 도시의 외곽에 제일 크고 좋은 시니어를 위한 주거시설 Shenex가 있다. 내부에 간단한 의료진도 있으나 가끔 노인들분은 병원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큰 병원은 업타운 중심부에 있다. 그 병원에서 할머니 한분이 탔다. 할머니는 그곳 Shenex로 가자고 했다.
가는 도중 그분은 나에게 '어디 출신이냐?' 고 물었다. 이 경우 아마도 내 경험으로는 대부분 이국적인 무엇인가 관련이 있는 경우이다. 딸이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키기 위하여 머물렸던 경험이 있었거나, 혹은 남편이 군인으로서 한국에 근무를 했었거나, 아니면 전에 이웃집으로 한국분을 알고 있었던 경우이다. 그러나 꼭 그런것만은 아니다. 그냥 말을 건네기 위한 서두인 경우도 많다.
"한국입니다" 라고 하니 자기가 오래 전 한국에서 2년 머물렸다고 하였다. "왜 있었어요?"라고 되물으니 남편이 오산 미군비행단에 근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현재 성장한 딸애가 한국말을 좀 한다고 덧 붙였다. "한국생활과 한국의 느낌은 어떠하였어요?" 하니 너무너무 좋았다고 칭잔을 거듭하였다. 이러 저런 대화를 하다보니 어느 듯 목적지 Shanex에 도착했다. 그리고 할머니는 종이 돈 한장을 내었다. 나는 제법 많은 거스럼 돈을 건네자 할머니는 웃음과 함께 그 돈을 사양하였다.
조금이라도 흥이 나거나 감동을 받으면 반드시 팁이라는 방법으로 그 정을 표시하고, 혹은 스스로 말을 걸거나 대화중 서로의 관련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그 정을 팁으로 표현하는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를 만날 때는 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은 꼭 나이가 들어서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일부분 사람을 빼고는 대부분 사람들이 팁으로 정을 표현하는 것을 경험으로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더욱 알 수 없는 것은 형편이 어려운 할머니 할아버지일수록 오히러 팁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런 문화는그들 생활의 일부분으로 판단되어진다. 이러한 팁문화의 생활화로 인하여 마치 작은 윤활유가 큰 공장을 항상 매끄럽게 돌아가게 하듯이 인간관계의 정은 매우 윤택하게 된다. 더 나아가서 세상살이에서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인간관계에서의 부조화와 부화합까지도 자연스럽게 저절로 해소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럴까? 이 도시는 나에게 매우 정겹고 아주 편안하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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