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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내 마음의 힐링 드라이브

눈오는 날 특별한 만남

Hi Yeon 2013. 12. 3. 11:04

 

                                                                       Adam's Drawing

 

일요일이었다. 한적한 이른 아침부터 나는 하얀 나라를 헤집으며 돌아 다녔다. 도로바닥은 소복히 흰눈으로 덮여 있었다. 어제 새벽부터 눈은 조금씩 쉼없이 내렸고 영하의 날씨 덕분에 도로위는 내린 눈으로 차고차곡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눈 뿌리는 휴일 아침이면 으레 도로에는 거의 차를 볼 수가 없다.  보이는 것은 눈뿐이니 눈세상을 구경하면서 여유를 부리며 대충 달려도 괜찮았다. 마치 눈내리는 푹신한 설눈위에 나 혼자 스키를 이리저리 대충 타는 것과 같았다. 설령 눈덮힌 도로위에서 미끄러져 본들 설원위에서 나 혼자만의 여행이다보니 단순한 설매타기가 될 뿐이었다.

 

텅 빈 도로의 중간을 차지하고 적당하게 나 혼자만의 주행을 하면, 마치 혼자 설원위에 스키를 타 듯이 차는 달리는 것이 아니라 푹신한 눈위를 미끄러져 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차갑고 신선한 겨울 아침 공기를 마시며 아무도 없는 설원의 도시를  마구 헤집고 달리는 기분, 아니 미끄러져 가는 그 기분은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별하다.

 

눈이 내리는 이른 아침, 그것도 주말 휴일에 꼭 가야 할 사람들이 있기에 그래도 택시는 달려야 한다. 사실 그런 상황에서 일을 하는 것은 쾌 달갑지 않다. 그러나 눈세상도 구경하고 그들을 돕는다 라고 생각을 바꾸어 보면 다소 위안이 된다.  손님도 그것을 아는 지 항상 밝게 웃음으로 나를 대한다. 여기서 나는 작은 즐거움을 느낀다. 뿐만아니라  눈속을 달린다는 나만의 특별한 기쁨이 더해지면 나에게는 그야말로 설원에서 손님과 단 둘만의 여행이 되는 것이다.

 

손님을 몇 차례 실어 나르자 이번에는 Shopper로 가라는 콜이 왔다. 이리저리 눈길을 헤집고 그 곳에 도착하였다. 차를 상가 입구에 정차시키자 꾸러미를 든 한 젊은 손님이 다가왔다. 눈에 많이 익은 분이었다. 그 분은 내가 다니는 대학의 교수들 중 한 분으로 나는 작년에 그가 담당하는 Drawing Class의 한 학생이었다. 그 이후 그의 Class에 참석할 기회가 없었지만 내가 drawing을 좋아하다 보니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교수님이 되었다. 나는 너무 반가워서 그가 차문을 열자마자 소리를 질렸다.

 

Adam, 왠일입니까,  보니 정말 반갑네요.

 

반가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그의 집으로 향해 미끄러져 갔다. 그의 집은 도심의 외곽에 있는 임대용 타운하우스이다. 그를 태운 회수가 오늘로 세번째이기 때문에 나는 그의 집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몇 달전 그를 처음 태웠다. 그때은 돈을 받지 않았다. 스승에 대한 나의 예우였다. 두번째는 절반만 받았다. 왜냐하면 계속 그렇게 하는 것은 서로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이 세번째, 이제는 가능한 요금이 저렴하게 산정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었다.

 

가는 도중에 그의 요청으로 컨빈넌스 스토아에 들렸다. 보통 손님들은 가는 중간에 볼 일을 보는 사람이 많다. 왜냐하면 볼 일 보는 회수와 시간에 따라 별도의 요금이 부과가 되나, 그들에게는 차가 없기 때문에 가는 도중에 볼 일을 보면 편하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차에서 내려 상가에 들린 후 곧 바로 되돌아 왔다. 무엇을 구입했을까 하고 출발시동을 걸면서 물었다. 그의 대답인 즉  '돈이 없어서 못 샀다' 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살면서 여러가지 잡으로 살다보니 캐나다인에게는 자주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별 일은 아니다 싶어, 다시 관심차 '무엇을 살려고 하였는냐?'고 물어 보았다. 그것은 담배였다. 그 말을 듣자 마자 나는 얼른 차에서  내렸다. 내가 직접 상가에 들려 담배 한갑을 샀다. 차로 되돌아와서 담배를 그의 손에 놓았다. 그리고는 혹시 그가 당황하거나 부담해 할까 싶어 나는 잘 안돼는 영어로  "담배는 기호품이라 사 줄 수도 있지요, 그냥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하면 되네요"하고 어물러 버렸다. 그 다음 우리 둘은 서로를 보면서 그냥 웃었다. 

 

차는 그의 집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 마자 그는 "내가 며칠전 우리집 주변을 그렸는 데..." 하면서 손살같이 몸을 차에서 빼내고는 집으로 들어 갔다. 잠깐 후 되돌아 온 그의 손에는 A4용지만한 종이가 들려 있었다.  '자, 이것 받어요'하면서 그는 그 그림을 나에게 건냈다. 엉겁결에 그 그림을 받아 쥐고 자세히 보니 연필로 빽빽하게 들판의 정경이 묘사되어 있었다. 나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고 핸들을 돌리는 데 그가 앉았던 자리에 그의 쇼핑 비닐백이 그대로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그것을 안고 그의 집 문앞에서 그를 불렸다.

 

Adam, 이것 가져 가야지요! 

 

그는 그것을 받아 내리고는 나에게 두팔을 벌려 가슴으로 깊게 포옹을 해 주었다.

나는 바로 그곳을 떠났다. 다음 손님이 나를 기다리기 때문이었다. 우선 차를 돌리기 전에 너떨거리고 한 귀퉁이는 찟어진 그 그림을 눈 맞을라 눈물 젖을라 걱정이 되어 차안의 안전한 곳을 찾아 두었다.  일이 끝난 후 오늘 밤 내 방에 걸어 두리라는 생각이었다.  

 

그후 오늘은 눈오는 날이라 무척이나 바빴다. 그 만큼 힘들었다. 손님이 많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눈속의 나의 움직임이 너무 느렸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그 힘든 하루가 어떻게 지나 갔는지 어느 듯 밤이 되어 집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 나는 그와의 포옹과 눈속의 낭만을 되세기며 그가 준 그림을 가만히 손에 쥐고는 어둠에 파뭏힌 눈세상을 뒤로 하고  밤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향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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