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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230817 떠남이 아쉽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다

Hi Yeon 2023. 8. 17. 08:11

 

 

 

 

230817 떠남이 아쉽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다

 

내일 아침 이곳을 떠난다. 지금 저녁이니 잠만 자면 내일 아침이다. 여기 캐나다 동부 끝 작은 도시 Fredericton에서 머문 지 꼭 2달 반이다. 여기에 63일 도착하였으니, 내일 떠나는 817일까지 계산하면 정확하게 2달 보름이 된다.

한국에서 526일 출발하여 LA7일 머물고, 그리고 이곳으로 왔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이곳저곳 둘려보고 한국에 도착하면 95일쯤 될 것 같다. 그럼 꽉꽉 채워서 3개월 여정이 된다.

 

처음 한 3개월 정도 머물면 되겠지 하는 것이 진짜 3개월 여정이 되었다. 처음 이런 계획을 할 때는 3개월이 그렇게 긴 기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막상 여기서 실행해 보니 길고 길었다. 하나의 도시에 한 달 살아보기가 유행하는 것을 보면 이해가 될 것 같다.

낯선 곳에서 살아 본다면 한 달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달 이상이 되면 지루할 것 같고, 2-3주 정도면 오고가고 실제 머무는 날은 얼마가 안 되어 살아보기가 아닌 긴 여행이 될 것 같다.

 

나의 경우는 여기서 매일 하루 종일 작업을 하였다. 낯선 곳이 아니라 10년 이상 살았던 곳이다. 방하나 빌려서 먹고 자고 하면서 학교 작업장까지 먼 길을 걸어 다녀야 했다.

처음에는 몸과 마음 모두 너무 힘들어서 내가 여기 왜 왔던가 하는 회의가 생겼다. 여기서 10년 이상 살았던 곳이니 신기할 것도 없었고 관광이라는 것도 없었다. 보이는 것과 다니는 곳이 익숙하였다.

넓은 캐나다 대륙의 한 귀퉁이인 여기는 자동차가 있다 하더라도 인근 도시에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냥 자고 먹고 일하고 하는 일상이 연속이었다. 2주가 지나니 적응되었다. 이왕 왔으니 알차게 시간을 보내보자 라는 생각에 작업에 열중했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고 내가 원해서 하는 예술작업이다. 한국에서는 더워서 지내기가 힘들 정도인데 여기는 매일 시원하다. 조금씩 적응되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냥 시간을 보내는 즐거운 피서보다는 힘이 들어도 시원한 지역에서 이렇게 예술 활동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것이 백배 좋고 보람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웬일이니? 언제부터가 한국 내 살던 곳이 그립고 정다워졌다. 빨리 가고 싶었다. 한국에 정이 많이 들었는가? 내일 아침 떠난다. 저녁이 되니 드디어 한국으로 가네하면서 실감이 갔다. 사실 가보아야 별 것 없다. 따분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아마도 앞으로 한국생활이 여기 오기 전의 한국생활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보다 한국이 훨씬 생활여건이 편하고 마음 적으로도 안락한데 실제 나는 한국에서 혼돈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

이제까지 내가 여기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알차게 생활했듯이 한국에서도 더 알찬 생활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했다. 그리고 오늘… … 정말 알차게 좋은 나날을 보냈기에 떠남이 아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며칠 전, 내 원하는 데로 작업을 마쳤고 갤러리에 작품을 전했다. 곧 개학이 되면 도시가 살아 움직인다. 이때 내 작품들이 전시 될 것이다.

그제는 학과장 교수와 함께 작별인사 겸 식사를 했다. 그리고 정성껏 만든 Earring 하나를 선물했다. 아마도 그분은 그것을 매일매일 귓밥에 매달고 다닐 것이다.

옛날 팔찌 하나를 선물하였는데 항상 손목에는 그것을 걸쳤고, 그 전에 선물한 귀걸이도 그랬다. 애용하니 더 주고 싶었던 것이다. 고마웠는지 오늘 커피샾으로 나를 불렸다. 모처럼 그분과 못하는 영어로 떠들었다. 그분은 나보다 2살 위이다.

 

작업을 마무리하고 2-3일 동안 여기 도시를 둘려 보았다. 강변도 느긋하게 둘려보고 고즈넉한 다운타운을 걸어보기도 했다. 커피도 한 잔 했다. 학교 옆에는 도서관이 있다. 자리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올 때 러기지 하나에 백팩 가방 하나였다. 다행이 아들이 휴가차 이곳을 방문하였다. 같이 이곳을 자동차로 떠난다. 자동차에 싣고 가니 많이 편할 것 같다. 아들이 운전하니 나는 차장으로 지나가는 캐나다 동부의 전경을 구경할 수 있다. 눈이 한가하니 눈 속에 퀘백(Quebec) 가는 길을 흠뻑 넣으리라.

 

처음에는 다시는 이런 고생 짓을 안 할 것이라고 맹세했었다. 막상 되돌아갈 날이 되니 생각이 바뀌었다. 학교에 들려 교수들과 헤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한 말이다. 내년에 꼭 다시 오겠다. 더 많은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 아마도 힘들어도 보람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비행기는 돈만 주면 얼마든지 있다. 미리 예약하고, 중간 도시로 경유하고, 머물고 하면서 오고가고 하면, 저렴하게 여행까지 하면서 여기에 올 수 있다. 여기 머무는 동안 먹을거리는 내가 열심히 움직이면 해결된다. 그런데 잠자리가 문제였다. 이것만 잘 되면 일이 아주 쉽게 된다.

 

열심히 찾아보면 아마도 좀 더 편한 거주지가 있을 것 같다. 지인이 방학 동안에는 대학기숙사를 알아보면 쉽게 구할 수 있다는 팁을 주었기 때문이다. 어째든 한국으로 간다. 작업이 아니라 그냥 여행하면서 말이다. 떠남이 아쉽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