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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230815 우선 근사하게 보여야 한다

Hi Yeon 2023. 8. 15. 04:34

230815 우선 근사하게 보여야 한다

 

정식으로 누구를 만날 때 우리는 제대로 차려 입는다. 그것이 처음만남이라면 더 그렇다. 그러나 대충 차려입고 가면 의도한 것이 무산될 수 있고, 더구나 성의가 없다, 혹은 누구는 무례하다고 까지 한다. 맞는 말이다. 처음 인상이 중요하고, 또한 그 사람이 성의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점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어디까지 성의이고 어디까지 치장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자기 형편에 맞추어 차려 입으면 되는 것인데, 사실은 사람은 자기의 낮은 형편을 감추려 한다. 만약 자기 형편에 맞추면 보기에 기대 이하의 수준이 되어 상대방이 실망할 수도 있다. 형편에 맞추어 깨끗하게 차려 입으면 되지만 그래도 그 정도에서 사회적으로 보편적 기대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 갈 때 정성드려 차려 입는다. 일주일에 한번 정식으로 하느님을 뵙기 때문에 일하다가 그냥 그 옷으로 갈 수 없다. 내 형편에 맞게 정성들여 입고 가면 하느님에게는 충분하다. 하느님은 다 알지만, 함께 모이는 신도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 혹은 남이 보는 것, 말하는 것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적어도 정장에 벤츠를 몰고 가야 적당한 대우를 받는다. 몇번 보고 그 사람의 내적 수준을 알 수 없다. 당장 보이는 것은 정장과 벤츠 자동차이다. 당연 우리는 주로 눈에 보이는 외부 모습으로 판단되어진다. 사실 사람은 내적세계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한 도시의 중심지 아파트, 혹은 큰 주택에 살고 벤츠차에 골프냄새 풍기는 외적세계가 더 지배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는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 비롯된 경향이 크다. 그래서 유독 우리나라가 심한 것 같다. 물론 부자는 부자답게 충분히 기부를 하고 남을 도우면서 살면, 설령 폼을 내고 살아도 상쇄가 되니 괜찮을 수 있다. 그런 것도 안하면서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요즈음은 감독관이 말 한마다 하면 그것이 법이 되는 시절이지만(건축분야에서는 옛날과 지금이 비슷하다) 옛적에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건축감리로 현장에 가서 점검할 때 자주 일어나는 일들이다. 내가 현장에서 지적하면 사람들에게 먹히지 않았다. 소형차, 대충 입은 옷, 호리한 몸매, 문어적인 말속으로 뭐 이런 놈이 와서 잔소리 하나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내 실장을 데리고 자주 현장에 간다. 그는 그 당시 대형차(그랜져)를 타고, 눈 부릅뜨고, 덩치 크고, 건설 노가다 말씨로, 겁주는 농담까지 섞어 큰소리로 지랄하면, 모든 것들이 십장(보스 일꾼)에게 당연 먹힌다. 내 경험으로도 외면의 세계가 중요했다. 힘들어도 외제차를 몰고 현장에 가거나 남을 만난다. 기름값 혹은 작은 주차비까지도 아까워 하면서 말이다.

 

내 젊었을 때는 나름 폼내고 다녔다. 형편이 어려웠는데도 불구하고 메이크 아니면 몸에 걸치지도 않았다. 내 아버지 어머니가 신사복에 한복을 입고 다녔으니 나 역시 그런가 보다 하고 폼을 내었다. 가장이 되고 보니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중년이 되고 외국물까지 먹고 보니 차려 입거나 폼내는 것이 귀찮아졌다. 물론 돈이 없기도 해서였다. 지금은 돈이 있다고 해서 옛날로 돌아가지 못 한다. 잘 입고 얼굴 단장하고 촣은 차로 폼내는 것 자체가 신경 쓰인다. 특히 시간내어 내 자신을 꾸미는 것 자체가 귀찮다. 그럴 시간도 없다.

 

캐나다에 살면서 운동화에 대충 한두 벌 입고 얼굴에 로션도 안 바르고 머리는 그냥 귀신같이 툴툴 떨고 살았으니 남이 보기에는 하찮은 중국놈으로 보였을 것이다. 몸매마저 호리호리하니 더 그랬을 것이다. 사실 서양사람은 흰색 바탕에 이목구비가 분명하고 덩치까지 있으니 대충 입어도 저절로 그럴 듯해 보이지만, 작고 평면적인 외모의 동양사람은 다르다.

 

서양에서도 역시 외면의 세계를 중요시한다. 심하지 않겠지만 장소나 때에 따라 우리보다 더 차려입는 경향이 크다. 운동할 때는 운동종류에 맞는 유니폼을 반드시 입는다든가, 손님을 만날 때는 정장차림을 한다든가, 파티에는 반드시 파티복을 입는 경우이다. 여기서 서양은 기능적인 면이 큰 것 같다. 비싼 골프 옷을 입고 아무데나 폼내고 다니는 우리와 다른 면이다.

 

과거 나는 내면만 좋으면 되지 외면이 왜 필요한가? 하면서 내 자신이 보이는 것에 매우 대충했다. 모든 일에서 말이다. 그래서 자주 불편을 겪었는 것 같다. 특히 작품을 만들 때는 더 그렇다. 내가 잘 차려입고 미사여구로 내 작품을 설명할 필요를 못 느꼈다. 작품의 질은 그 작품이 말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차려 입고 직접 잘 설명하면 큰 신뢰가 생기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좋은 제 삼자가 설명하고 홍보하면 더 그런 것 같다. 좋은 폼으로 잘도 만들고, 그리고 폼나는 사람이 잘 홍보해 주면 당연 신뢰는 최고가 된다. 이렇게 마음의 자세가 많이 바뀌어 간다.

 

내 학부과정에서 들은 이야기이다. Ceramic program 주임교수와 나는 친했었다. 그분은 이 지역에서 도예가로 유명하다. 그는 내가 만든 항아리를 내가 직접 설명하고 팔면 값을 제대로 못 받지만 팔기도 어렵다. 그런데 와이프가 팔면 큰 돈을 받고 잘도 판다고 했다. 작품이 스스로 최고를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작가가 직접 설명하면 작은 효과는 생길지 몰라도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러나 그것에 걸맞는 사람이 설명하면 큰 신뢰가 생기고 홍보가 되는 것 같았다. 캐나다 여기에서는 평소의 신뢰가 중요하다. 사람을 쓸 때 추천서가 좌우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평소 자신의 신뢰쌓기를 잘해야, 즉 꾸준히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야 추천이 되고 설명되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 영구귀국하기 위해서 입국하여 누님을 찾았다. 8년이 지난 지금 누님이 그때를 회상하면서 말했다. “아이구 동생, 그때 새까막게 탄 얼굴에 베낭을 메고 있는 꼴이 마치 폐인같아 보였다고 했다, 베낭을 메지 말고 근사한 러기지 가방을 끌고 갔어야 그나마 괜찮았는데 말이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본다. 2016년도 여기 학부과정에서 만든 목걸이를 갤러리에 맏겨두고 갔었다. 전시회에 전시되었고 잡지에도 실린 작품이었다. 가격이 비쌌고 더우기 무명천에 둘둘 말려 있었기에 쉽게 팔리지 않았다. 2023년 여름, 내가 여기 도착하여 보니 그것이 아직 팔리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가만히 생각하니 다행이었다.

 

다시 업그래이드 작업을 했다. 길이를 늘리고 광을 내고 매듭부분을 보완 치장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한 특별한 case를 만들기로 했다. 작품만 좋으면 뭐해? 포장, 홍보가 잘 되어야지. 좋은 그림이지만 프레임도 그만큼 좋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변했다.

 

나무와 구리판을 이용하여 나름 최고의 박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내부에 목걸이가 잘 앉을 수 있도록 천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보니 내면이 확실이 좋아 보였다. 특별했다. 근사한 외면세계가 내면세계를 돋보이게 하고 특별하게 만들었다. 역시 사람도 보이는 몸도 좋아야 하지만 입고 있는 옷과 머리스타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와 살고 있는 집… … 이 모든 외면의 세계가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때, 한국에 있을 때 내가 어떤 여자분을 만나로 간다고 하였더니 친구가 내 벤츠를 몰고 가라고 하던 생각이 문득 나서 혼자 미소지었다..

 

나는 Crown Necklace라 이름 부르고 그것을 만든 케이스에 넣어서 갤러리를 방문했다. 보스(director)가 보고 감탄했다. “내가 구입할까? 케이스 하나를 더 만들 수 없을까?” 했다. 나는 지금 떠나야 하고 더 오래 머문다 하더라도 학교에서는 테이블톱, 금속조각기 같은 전문 장비가 없어 손으로만 만들어야 하기에 No라고 답했다.

 

그 목걸이는 나의 최대 작품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내가 어떻게 그것을 만들었는지 기억에 조차 없을 정도이다. 그 작품에 옷과 집이라는 최고의 케이스를 입혔다. 갤러리는 쉽게 근사하게 전시할 수 있고 홍보할 수 있다. 마치 좋은 그림에 근사한 프레임이라는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그 케이스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 고객이 어떻게 평가할지? 지나 보면 알겠지. 어쨌던 생각이 좀 변했다. 우선 근사하게 보여야 한다고외면의 세계를 강조해보는 하나의 실험이기도 했다

 

이런 목걸이는 매일 목에 걸쳐지는 것이 아니다. 파티나 특별한 날, 내가 마치 왕비나 공주가 될 것 같은 날에 가슴 파인 드레스를 입고 목에 걸치는 것이다. 다만, 걸칠 때는 주인을 공주로 만들고, 아니 걸칠 때는 케이스안에서 주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귀중한 전시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