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3 용접하면서 느낀 두려움과 쾌감
중세까지만 해도 철재와 용접을 이용하여 건물을 짓지는 않았다. 대부분 석재나 벽돌에 모르타르를 발라 쌓아 지었다. 그래서 중세시대는 석조건물 혹은 벽돌건물 시대이다. 근대에 와서 철재용접기술이 발달하면서 건물에 강재가 사용되어 철골구조 초고층건물시대가 시작되었다. Empire State Building이 그 좋은 예이다.
벽돌석조건물은 대부분 현장에서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철골조 건물은 기본골조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것이 기본 시스템이다.
우리나라에서 개인주택을 보통 벽돌이나 콘크리트를 이용하여 집을 지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저렴하니까. 그 이유는 시멘트, 모래, 자갈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기 때문이다. 과거 노동력도 저렴했다. 그런데 노임비가 비싸지면서 이제는 철근콘크리트 주택을 짓기가 어려워졌다. 비싸니까? 그래서 지금은 고급주택에서만 사용이 된다. 그 대신 경량철골과 경량판넬을 이용하여 집을 짓게 되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현장에서 조립하면 그만큼 재료비와 인건비가 절약되기 때문이다. 단열문제도 해결된다. 이것은 앞으로의 대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량철골을 골조로 하여 집을 지을 경우 대부분 현장에서 용접하여 집뼈대를 만든다. 현장에서 용접하면 그만큼 부실할 수 밖에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그만큼 소규모 건축공사에서는 허술하다. 철골조는 공장생산 현장조립이 원칙인데 우리나라 소규모 건물에서는 적용이 아니되는 것을 보면 아직은 건축에서는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물론 향후에는 인건비가 더 비싸지고 좋은 품질을 원하는 분위기가 되면 공장에서 기본 뼈대를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할 것이다.
내 집은 경량철골구조이다. 집 뼈대는 내가 설계했고 시공은 전문골조회사에 맡겼다. 그들은 전문기술자그룹이었기 일사천리로 현장에서 재단하고 용접하여 뼈대를 만들고 벽체를 조립했다. 이와 같이 뼈대는 구조안전 때문에 개인이 시공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인건비가 비싸지면 소규모건물도 공장에서 뼈대를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할 것이다. 아마도 작은 단독주택도 이런 방식으로 건축되는 시기가 오지 않겠는가 한다. 시공품질면에서는 좋고 당연히 가야할 방향이다.
집을 다 짓고 보니 데크와 데크지붕이 필요했다. 이는 부속건물이다. 꼭 허가받고 설계하여 시공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 보통 데크, 데크지붕, 창고, 담장, 대문공사, 등등 이런 부속건물은 아무나 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있는 개인업자가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속건물짓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용접과 피스(나사못으로 철재를 조립)작업이다. 용접에는 보안경, 철재 절단기, 용접기가 필요하고 피스작업에는 핸드드라이브 셑이 필요하다. 전문가용일수록 고가이며 그만큼 작업이 편하다.
피스작업은 요령만 있으면 쉽게 할 수 있고 안전하다. 그러나 용접은 어렵고 위험한 작업이다. 특수한 보안경을 하고 안전작업복을 입고 안전장갑을 하고 안전한 자세로 작업을 해야 한다. 완전무장을 하고 작업에 임하니 체력소모도 크고 어렵다. 특히 강한 빛을 보아야 하니 잘못하다 가는 눈에 큰 손상이 갈 수도 있다.
나는 용접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며, 그 정도가 무엇인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감독과 지시만 해 보았지 직접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제 내가 집 부속건물을직접 시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실습없이, 특히나 보조인 없이 오직 나 혼자 말이다. 그래도 해야 할 상황이었다. 나는 만만하게 보고 용접을 했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어렵고 만만치 않았던 것이 바로 요놈의 용접이었다. 왜냐하면 강한 불빛이 혹이여 내 눈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나는 용접을 그냥 막 하면 그냥 되는 줄 알았다. 임시로 철관부재를 고정할 때는 간단히 점용접(한번 간단히 점으로 지지는 것) 하면 쉽게 고정이 된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안전성을 주기 위해서는 선용접(연속영접)이 필요하다. 그때는 고난도의 기술과 인내가 필요했다.
손으로 한뜸한뜸 바느질하듯 말이다. 철봉이 녹는 그 과정을 눈으로 계속 지켜보아야 하고 한뜸한뜸 진행해야 한다. 나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정신을 집중하면서 정지된 자세와 정지된 시선으로… 그 추운날 손에 땀이 나고 다리에 쥐가 날 수 밖에 없었다. 혹이여 몸을 다칠까 겁도 나고…
전기
강한 불빛
무거운 강재
위험, 그리고 창조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철이다. 용접이라는 것은 현대기술의 꽃이다. 용접은 이 무형의 철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창조의 신이다. 사실 요것이 세상을 확 바꾸었다. 내 집짓기에서 경험으로 얻은 지혜이다.
이제 하루 종일 용접을 하라면 못할 것 같다. 아니 안 한다. 그러나 작은 소품 정도에 한두 시간 용접은 괜찮다. 그 정도에서는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으면서 철이라는 괴상한 요놈을 무형에서 유형으로 만든다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본 적이 없는 것을 만든다는 것에 특히 더 그렇다.
어느날 노가다 일을 하면서 잠깐 여유를 불렸다. 남은 자재를 이용하여 나만의 명패를 만들어 보았다. (사용재료 강관50*50*1.4t, 강봉8mm, 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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