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2 내 전원주택 집짓기를 끝내고
예정된 예산으로 간단히 집만 달랑 짓고 살려고 했다. 이런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큰 잘못이었다. 전체 마스터 프랜 아래 집 주변부터 시작하여 그 다음 건물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야 했지만 “집만 있으면 되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시작한 공사는 결국 허름한 바닥위에 집만 있는 꼴이 되었다. 내가 엉터리 전문가가 되는 순간이었다.
단독주택은 집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정원의 성토 절토공사와 잔디공사, 담장 대문공사, 데크공사, 데크지붕공사, 옹벽보강토 블록공사, 등등 많은 주변 공사가 수반된다. 이런 것을 다 전문 업자에게 하청을 줄 경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도 여러 다른 작은 공정을 순서대로 하자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예를 들면 최소 하루 일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작은 공정이 많다. 설령 2-3일 공정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보고 일을 하러 오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왔다갔다 며칠 일로는 수고만 많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충분한 돈을 주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통 채로 하청을 주어도 역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가 힘들다.
요즈음 인건비가 하늘을 찌른다. 건축은 현장작업이다. 돈 주는 만큼 그 질이 결정된다. 당연 싼 것이 비지떡이다. 누구보다 이런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주택 신축 공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모두 하청을 주어야 했다. 그러나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 그중 내가 손수 혼자 할 수 있는 방수공사와 배관공사 일부, 위생기구 설치공사, 전기기구 설치공사, 기타 간단한 마무리 잡공사는 내가 직접 하였고, 구석구석 매끄럽지 못한 마감도 직접 내가 처리했다. 집이 완성되자 집만 그대로 덩그래 있었다. 두고 보니 한마디로 황야의 집이었다. 주변에서 보는 눈치가 그랬고 나도 그랬다. 그런데 주변공사는 어떻게 하지… 더 이상 돈을 투입할 수는 없고 …
일단 이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여기 살면서 주변공사를 직접 하기로 했다. 그러나 방법과 기술은 잘 알지만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혼자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아마추어 식으로 대충 공사를 할 수 없다. 전문가 이상으로 해야 한다. 어떻게 하지? 하지만 고민한다고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하루는 답답해서 술을 한잔했다. 다음날 마음은 더 어두웠다. 술 때문에 그날 몸 상태는 엉망이 되었지만 아지 깨지 않은 술기운이었나? 아니면 오기였나? 그 순간 나는 “한번 해보지 뭐” 하면서 미친 놈 같이 삽과 망치를 들었다. 그리고 일이 시작되었다. 이때가 캐나다를 한 달 다녀온 직후 10월 말 추워지기 시작하는 겨울 초입이었다.
1개 40kg 보강토블럭 800개(25톤 트럭 1차 반)를 공장에 가서 직접 구입하여 그 많은 것을 나 혼자 직접 나르고 쌓았다. 정원용 25톤 트럭 2대 분의 마사토를 주문하여 작은 수레와 삽으로 나르고 골랐다. 집 앞과 뒤의 데크를 설계하여 강관, 합성데크목, 지붕팬널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6평 앞데크, 6평 뒷데크, 그리고 데크지붕을 직접 세우고 덮고 그리고 용접과 피스작업을 했다. 물론 혼자 세우고, 용접하고, 피스작업 하고, 합성목을 깔았다. 외부 전기배선과 전기구도 설치하고 대문도 직접 만들었다. 남은 재료로 탁자와 의자도 만들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잔디를 심었다.
하루도 빠짐없는 장장 5개월의 일이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5시까지 하루도 빠짐 없은 토공사, 블록공사, 강관용접공사, 시멘트공사, 배관공사, 지붕공사, 바닥공사, 전기공사로 이어지는 노가다 일의 연속이었다.
임금을 받고 하는 일이면 요령을 부리고, 1시간 일하고 쉬는 시간도 지키고, 1시간의 점심시간도 쉬면서 설렁설렁 한다. 그러나 이는 내 일이다. 일하다 보면 점심때이고,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면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고, 그리고 금방 저녁시간이 된다. 요령은 없었다. 민주자본주의 사회가 이런가? 하고 뼈저리게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적게 먹고 많이 일하니 저절로 몸무게가 빠지는 다이어트가 되었다.
요즈음 인건비가 비싸고 일 할 사람도 없기 때문에 중장비 없이 일하는 곳이 없다. 직접 밥해 먹으면서 혼자 그리고 오직 삽, 빠루, 구루마, 사다리, 톱, 망치, 용접기, 수평... ... 오직 구석기 시대의 장비인 이것만 가지고 말이다. 그중 구루마가 효자였다.
쉬엄쉬엄하면서 일을 하면 되기도 하였지만 그렇다고 세월아 네월아 할 수 없었다. 현장일이란 끊고 맺는 일의 연속이다. 그래야 일의 정도를 지킬 수 있다. 그리고 끝내야 하는 날짜가 있다. 나는 내년 봄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기로 했다.
내 몸이 병들까 걱정이었다. 하다가 몸을 다칠까 걱정이었다. 몸을 다치면 병원비가 더 든다. 병신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치 군대에 입대한 기분이었다.
하루의 일을 끝내면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내일 아침에는 내 몸에 이상이 없기를 빌면서 8-9시에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나는 자야 했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정하면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7시, 간단히 아침밥을 해결하고 다시 노가다 일을 했다.
나에게는 출구가 없었다. 한마디로 완전히 기압이 들었던 것이다. 그 옛날 피라미드를 오직 맨몸으로 이렇게 건설하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작년 11월- 올해 3월, 즉 5개월 동안 하루도 놀지 않고 현장 일에 매달렸다.
덕분에 공사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대로 공사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설계하고, 자르고, 나르고, 설치하고, 붙이고, 용접하고 했으니 말이다.
현장 일은 보통 2-3인 1조로 일을 한다. 그러나 나는 혼자 일을 해야만 했다. 혼자 하니 잡아 줄 사람이 없고, 지켜보아 줄 사람이 없고, 맞들어 줄 사람도 없다. 무거우면 굴리고, 세우기 어려우면 한쪽을 우선 세우고 반대편을 세웠다. 실을 이용하여 직선을, 피타고라스 이론으로로 직각을, 수평자와 수평물대를 이용하여 수평을 잡았다.
혼자 해야 한다. 구석기 시대의 장비만 있지만 내 머리와 경험은 최신식이다. 시공방법을 머리로 굴리고 생각하니 불가능은 없었다. 느리고 힘들 뿐이었다.
혼자 해나가니 나름 보람도 생겼다.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리고 가능한 원칙대로 시공할 수가 있었다. 하루 목표를 달성한 후의 만족감이라 할까? 불가능한 것을 이룬 후의 안도감이라 할까? 다행이 몸은 힘들었지만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안정이 되었다. 한마디로 몰입이 주는 평온이었다. 최후의 선택을 하여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는 전쟁터에서 승리로 향하는 대장의 마음이라 할까? 혹은 다르게 말하면 막다른 골목에서 탈출하는 생쥐의 마음이라 할까?
전체 공사비에서 옛날에는 재료비 비중이 매우 컸다. 이제는 반대로 인건비 비중이 매우 크다. 외부공사는 내가 다 했으니 공사비를 많이 절약하게 되었다. 노년에 본의 아니게 규칙적으로 매일 강하게 노동일을 하게 되었다. 남 일 아닌 내 일로…
다행스럽게도 그로 인하여 몸과 마음은 더욱 강해졌다. 건축기사, 건축사인 내가 직접 현장기능자로 일해 보니 그들의 노고를 이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구석구석에 너무나 많이 엉터리로 공사를 하고 있음에 놀라기도 한 순간순간이었다.
도중 허리를 크게 다쳐 꼼짝 못했으나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다리를 질질 끌면서 계속 일을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다행스럽게 나도 모르게 허리가 나았다. 항상 주의한 것으로 손가락 하나 다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 나는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하나의 일에 몰입함으로서 그때만큼은 나름 사는 의미가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혼자 미친 놈 같이 일하는 것을 보고 자주 나에게 다가와서 따뜻한 눈빛을 보내며 “전문가보다 더 잘 하네” 하며 응원을 보냈다. 결과가 흡족하게 만족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 제법 주택다운 집이 완성되었다. 작은 정원이 딸린 25평 단독주택이다. 간단한 장비로 혼자 다 했다. 혼자 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이제 나 혼자 맨손으로 큰 피라미드를 만들라 하면 만들 자신마저 생겼다
“맨날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먼! 이제 다치면 어쩌려고…”
한 줄기 소문이 멀리도 갔다. 옛사랑의 한마디가 날아왔다. 그래 맞았다. 어쨌든 나는 무사히 나왔다. 군대에 입대하여 제대한 느낌이라 할까? 공사를 완전히 끝낸 날 나는 소주를 이틀 연거푸 많이 마셨다. 오늘 취한들 뭐 큰 대순가? 나를 따독거리며… 하늘에 감사하면서… 다시는 스스로 무덤을 파지 않기를 다짐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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