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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220417 그냥 외롭다고 말하면 안될까

Hi Yeon 2022. 4. 17. 08:25

220417 그냥 외롭다고 말하면 안될까

 

절 주지 한 분을 알고 있다. 그 스님의 불경과 매일 하는 예불을 보면 스님의 원칙을 보는 것 같다. 학벌로 서울대가 있듯이 스님의 출신 불사도 그쪽 출신이다. 스님 세계에서도 그런 학벌이나 자존심이 있다고 한다. 당연 최고 출신이고 본인도 스스로 최고라 한다.

 

세종에 그 스님을 따르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스님이 경주 보문단지에 벗꽃놀이를 왔다. 숙소는 보문단지 내 콘도였다. 벗꽃이 만발한 경주 관광지 이곳저곳을 둘려본 후 포항으로 가서 고래고기와 회를 싸들고 콘도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를 불렸다. 나는 보문단지에서 멀지 않는 곳에 머물고 있었다. 전화를 받고는 나는 바로 자동차를 몰고 보문단지에 있는 그 콘도로 갔다.

 

경주가 고향인 나는 서울에서 살면서 틈틈이 고향을 방문하곤 하였다. 그러나 보문단지는 자동차를 몰고 지나쳤온 것이 전부이다. 휴양차 콘도나 호텔에 머물러 본다는 것은 나에게는 별스러운 일이고 경제적으로 특별했다. 특히 고향에서 말이다. , 이런 곳은 그냥 지나가면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정도였다. 사실, 이런 곳은 여유있는 사람들의 놀이터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와 같이 경주 보문단지는 나에게는 매우 흔한 이름이면서 생소하기도 하다.

 

당연 이곳 콘도 방문은 처음이다. 콘도의 시설은 정말 좋았다. 하루 밤 15만원이라 한다. 최고급 호텔 정도였다. 그래도 까지것 나는 그런 것에 주눅이 드는 사람이 아니다. 건축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니까. 1층 홀을 지나 엘리베이트를 타고 올라갔다. 문을 열자 스님과 친구가 정답게 맞이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상이었다. 포항에서 구입한 고래고기와 멍게, 여러 회였다. 물론 소주도 있었다. 친구는 애주가이다. 스님은 골라 먹었다.

 

고래고기는 정말 맛 있었다. 그것에 소주 한잔은 정말 좋았다. 좋아하는 멍게회도 있었다. 먹고 이야기하다가 자연스럽게 불교적인 말이 오갔다.

 

분위기가 풀어지자 난 문득 스님께 거시기한 것을 물었다. 심술 비슷한 것이었다.

 

스님도 고독이라는 것을 느끼시나요?”

 

잠깐의 눈빛이 지나고

 

그런 것 없다.”

 

그래도 살면서 외롭다’, 혹은 고독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짧은 시간이라도 있는 것은 당연하지요.”

 

느끼지 않는다.”

 

그래도?”

 

느낄 틈이 없다, 남에게 자비를 베풀다보면.”

 

이 맹량한 질문에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눈길을 돌려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수년동안 마누라와 핵전쟁 중이다. 나는 다 알면서 모른 척 물었다.

 

친구는 안 외로워?”

 

괴로움은 있지만 외롭지는 않다

 

친구의 대답에 나는 머슥하여 웃으며 응대했다.

 

그래, 나는 외로움은 있지만 괴로움은 없는데, 나와 반대이네…”

 

나는 저녁 10시정도 되어 그 콘도에서 나왔다. 밤바람에 문득 생각났다. “외로움은 없다고 스님이 말했다. “괴로움은 있어도 외로움은 없다는 친구의 말이다. 물론 농같은 물음에 농같은 답이다. 물론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지만.

 

없다는 말은 바로 있다이고, 괴로움은 바로 외로움이 아닌가? 외로움이라고 하는 단어는 우리에게는 좀 창피스러운 언어이다. 외톨이라는 느낌, 특별하다는 느낌, 혼자라는 느낌, 이상하다는 느낌,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 이기주이자라는 느낌이렇게 우리에게 특별하다.

 

이것을 대놓고 물었으니 말이다. 스님은 부정했고 친구는 빙 돌려서 말했다. 각자 격에 맞는 답이다. 사람은 가면이 필요하다. 특히 외롭다라는 언어에서는 말이다. 특히 외롭다고 하면 우리는 이기주의자가 되기 쉽다.

 

나에게 외롭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친구가 있다. 그는 마누라와 그럭저럭 잘 살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자주 외로움을 나에게 말한다. 그런데 자기 마누라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오히러 반감만 키운다고 토로한다.

 

평생 고생만 시키고 남자 고집만 부렸다. 참 좋은 세상이다. 지금도 남자 벌이가 시원찮아 빠듯하게 살고 있다. 이제 노년이 되어 근엄하면서 외로운 눈빛을 보냈다. 고놈의 체면 때문에 한잔술을 걸치고 말이다. 친구는 옛 선비같이 뻣뻣하다. 마누라에게 감정을 그런 식으로 드러내었을 것이다. 여자는 그런 남편이 더더욱 미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