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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건축, 그리고 전원생활

220416 생각의 틀을 바꾸다

Hi Yeon 2022. 4. 16. 10:14

220416 생각의 틀을 바꾸다

 

골조공사 3, 벽체공사는 2, 이렇게 건물형태가 5일만에 끝났다. 경량철골구조-샌드위치 판넬공법이라 생각 이상으로 단기간이었다. 이어서 창문과 문을 설치하기 위하여 벽체를 잘라내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철근콘크리트나 조적조 건물에서는 창호를 달기 위해 빈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판넬공법은 벽체에 빈 공간을 잘라 낸다. 한번 잘려나간 판넬은 변경이 불가능하다. 또한 판넬에 큰 구멍이 나니 보강도 필요하다.

 

이때부터 나는 괜히 불안해 했다. 갑자기 마음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머리속에서 뭔가 번쩍거렸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주저없이 바로 공사를 중지시켰다. 이렇게 판넬공사 중에 공사가 중지 되었다. 현실에서 느낌은 도면을 보고 상상했던 느낌과 전혀 달랐다. 이렇게 짓는 것은 돈을 뭏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음은 항상 변한다. 지금 변할 것 같지 않는 마음도 내일에는 장담할 수 없다. 주택+사무소 겸용으로 저렴하게 짓자고 하는 것이 나에게는 꼭 맞는 건물이 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선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럼 나는 떠나지 못하고 평생 이곳에서 지내야 한다. 설령 이곳에 뼈를 뭏는다 하더라도 이런 방법은 좋지 않다.

 

단독주택은 매매가 쉽지 않다. 그것을 내 형편에 맞추면 더욱 더 그렇다. 내 옷장에 맞추어 설계하는 방과 같다. 대중성이 없다. 그것은 돈의 낭비이다. 그런 생각이 막들자 바로 공사를 중지시키고 나는 장고에 들어갔다. 내 형편에 맞는 건물이 아니라 범용주택을 짓자. 주부들이 선호하는 아파트같이 편한 전원주택을 말이다. 그래야 필요할 때 매매를 할 수 있다.

 

주택+사무소 용도로 평면도를 만들고 그것에 맞게 벽체를 세운 후 창문을 달기 위해 벽에 구멍을 내었다. 평면이 바뀌면 창호 위치와 크기도 바뀐다. 이 평면도를 결정하기 위해서 아마도 수십번 계획안을 만들었고 시청에 정식으로 설계변경을 5번이나 했다. 그리고 이제 또 마음이 변했다.

 

나는 마음이 변하면 무조건 하는 경향이 있다.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어떠한 비용이 들더라고 감수하고 고쳐 나가는 경향이 크다. 벽체를 해체하고 다시 시공하는 한이 있더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다시 가능한 현재 상황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혁신적인 주택안을 만드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1주일 동안 집안에 두문불출하여 새로운 안을 겨우 도출하였다. 그 안을 가지고 골조공사 업자와 상담을 하였다. 업자는 내 도면을 보더니 이것저것 지적하였다. 이는 마음에 안든다는 뜻이었다. 그럼 좋은 안이 아니다. 누군가가 보고 잔소리 하면 경청하는 것이 좋다. 그곳에 내가 간과한 부분을 찾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두문불출하면서 그 분의 잔소리를 되씹으며 안을 만들고 또 새로운 안을 만들었다.

 

작금의 주택경향은 이렇다. 안방(옷장+욕실), 주방(일반냉장고+김치냉장고+4-6인용식탁+넓은 싱크대+외부창), 그 주방옆에 주부들이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다용도실(+밖으로 나갈 수 있는 별도의 출입문), 주방과 외부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큰 전용 거실, 중문과 신발장이 있는 넉넉한 현관, 가능한 모든 실은 남향배치를 하고 개방감을 위하여 넓은 외부창을 설치를 하여야 하고, 거실은 외부로 향하는 발코니와의 접근성이 있어야 한다. 전원주택이라도 아파트 같이 내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요즘의 주부들이 원하는 형이다. 물론 내부 마감은 옵션이다. 여기에 나는 넓은 다락까지 원했다. 23평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할까?

 

공사 도중이다. 주택+사무소 형태로 이미 모든 뼈대와 벽체, 그리고 창문 형태와 위치가 확정되었다. 그 상태에서 이렇게 변경하라고. 당연 정답이 없었다. 꿩대신 닭이라고 비슷한 답안을 도출할 수 밖에 없었다. 70%정도 만족이면 되었다. 새로운 평면도를 만들고 또 만들었다. 잠들기 전에도 그려진 도면을 보고 잤을 정도였다.

 

이미 만들어진 건물형태를 조금이라도 변경하면 그 공사비는 전적으로 내 몫이다. 수천만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태양이 돈다고 생각하고 해결하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혹시 태양이? 하고 역발상이 해결의 시발점일 때가 있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 기존 틀안에 자신의 생각을 고정한다. 그 틀속에서 우리는 답안을 얻고자 한다. 그 틀속에서 뱅뱅돈다. 당연 정답을 얻을 수 없다.

 

다시 새로운 도면을 도출하여 친한 다른 건축업자에게 보여 주었다. 그는 말도 안돠는 잔소리를 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비전문가같은 말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내 틀에서 나와서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말 같지 않더라도 남의 말을 경청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도면을 보고 문득 (안방+욕실+옷장) 위치를 반대편으로 보내 보았다. 대신 그 장소에 다용도실+주방+방이 들어가고 그 중간에 근사한 거실이 들어갔다. 중문이 있는 현관의 위치도 절묘했다. 벽체에 뚫려진 출입문, 창문 구멍이 하나의 착오가 없이 새로운 도면에 적용되었다. 외부를 바라 볼 수 있는 넓고 큰 거실은 덤이었다. 나의 작업장으로 용의하게 사용할 수 있는 두 칸의 다락은 자동적인 보너스였다. 귀신같이 모든 퍼절이 하나하나 저절로 맞추어졌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휫바람을 불었다. 춤을 추었다. 갑자기 큰 행복감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다시 상세 도면을 만들었다. 오늘 그 도면을 가지고 현장에서 업자를 만났다. 그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계획했더라도 이만한 안을 도출하기가 어렵다는 말을 하였다. 잔소리가 없었다. 좋았다는 뜻이다. 나도 그럴 줄 예상했었다. 보통 내 마음에 완전히 들면 남에게도 그렇다. 주택은 사무실 용도의 건물보다 한층 더 복잡하다. 내부 칸막이 공사도 많고 내장공사도 많다. 우리는 서로 의견을 조율하였다. 그리고 수정된 도면대로 다시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왔다. 책상위의 도면을 보았다. 지금까지 무척이나 갈등하면서 고생하였다. 이 도면을 보니 그 피로가 싹 가버렸다. 처음에 이런 건물형태와 최적도면을 도출하였더라면하는 후회가 있었다. 아마도 그때 설령 그렇게 노력했더라도 오늘의 답을 구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다. 인생이란 실패를 경험하고 난 후에 소중한 답안을 얻기 때문이다.

 

문득 내 인생이 생각났다. 한국의 생활에서는 인생의 답은 없었다. 그래서 틀에서 벗어나 그 답을 찾으려 했다. 그것이 캐나다 이민이었다. 이민을 한 후 캐나다 틀 속에서 인생의 답을 구하려 하였다. 다행이 절반의 답을 찾았다는 생각이다. 몇년전에는 고국으로 다시 돌아와 인생을 살고 있다. 남은 답의 퍼즐을 이제 찾을 수 있을까?

 

태어난 나라에서 정말로 답이 없다고 생각이 들면 이민을 갈 수 있다. 이는 틀을 바꾸어 보는 것이다. 이민 생활에서 어느 정도 인생의 답을 구했다. 이제 노년이다. 상황은 많이 변했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인생의 답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말로 답이 안 나올 때가 있다. 다시 그 틀을 바꾸어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기존 나의 틀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오히러 자신의 퍼즐이 저절로 잘 맞는 경우가 있다.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좋지만 우물이라는 틀이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하여도 그 결과는 당연 만족스럽지 못하다. 아무리 발부등 쳐도 되지 않을 경우에는 자신의 생각틀을 한번 바꾸어 보면 의외로 정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틀을 바꾸어 본다는 생각을 하기는 매우 어렵다. 태양이 돈다는 사실이 머리 속에 밖혀 있는데 내가 돈다는 생각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생각의 틀을 바꾸는 계기는 상대의 말같지 않는 잔소리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훅 던져지는 상대의 충고가 나에게 큰 지혜가 되기도 한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 말을 무시하지 않고 한번 되십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열흘 동안 나는 방안에 틀여 박혀 생각하고 또 생각였으나 그 답을 얻지 못하였다. 정답은 이외로 상대의 잔소리에서 시작되었다. 문득 고정관념을 버리고 그 잔소리대로 접근해 보니 저 멀리 답이 반짝거렸다. 정리해보니 모든 퍼절이 저절로 딱 들어 맞았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을까? 내 지혜의 우물에 내가 빠졌다. 허우적거리다 다행이 뒤집기로 쉽게 빠져나왔다. 덕분에 더 큰 눈이 생겼다. 이제 과거의 도면을 보니 내가 바보였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