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22 건축물에서 열교(A Heat Bridge) 현상
내 집 짓는 터 뒷편에도 땅 주인이 집을 짓고 있다. 나는 본의 아니게 ‘그들은 집을 어떻게 짓나?’ 하고 많이 보게 된다. 모든 공정이 원칙적이다. 현재 기초를 치고 골조를 올렸다. 지금은 판넬로 벽공사를 하고 있다.
과거 철근콘크리트로 주택을 많이 지었다. 요즈음은 건축비를 절감하는 차원에서 조립식철골조로 집을 많이 짓는다. 공기가 짧고 인건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파트는 철근콘크리트 벽식공법으로 지어진다. 어쩔수 없이 아파트 골조에서는 여전히 철근 콘크리트 공법을 고집하는 모양이다. 아마도 인건비가 더 상승하면 인건비 부담이 없는 선진화된 철근콘크리트 공법(prefabricated)이 도입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집을 짓는데 사용하는 벽체나 기둥은 구조적으로 안전해야 한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강한 재료일수록 단열에는 취약하다. 즉 철제나 콘크리트는 열전도율이 높아 단열에는 매우 취약하다. 반면 단열이 좋을수록 가볍고 다루기 쉽지만 단단하지 않고 약하다. 더욱이 불에 취약하고 물에도 약하다.
단단한 것으로 집을 짓자니 단열이 문제이고, 단열이 좋은 재료로 집을 짓자니 약하고 불에 타기 쉬워 걱정이다. ‘이 둘을 어떻게 잘 조합하여 집을 짓는가?’가 단열이 좋은 집을 짓기 위한 최대의 관건이다. 단열이 좋은 집이란 외부열은 완전히 차단되고 내부열은 완전히 보존되는 <제로에너지주택>을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단열재를 사용하여 집을 짓는다고 다 <에너지제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좋은 단열제를 사용하고 열이동이 전혀 없는 구조로 시공되어야 바로 <에너지제로>가 된다.
집을 짓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대량생산이 아닌 하나의 공정에 하나의 자재와 인력이 투입하여 공장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단계적으로 공사를 해야 하는 특징을 가진 것이 바로 건축이다. 그런데 어쩌나? 최종적으로 마감이 된 후에는 어떤 시공과정으로 건축되었는지 알 수 없다. 몇년이 지나야 그때 부실공사의 결과가 나타난다.
집을 짓는 과정을 보면 아직까지도 매우 좋은 자재를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시공정도는 매우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보통 100만원짜리 자재비로 시공하는데 인건비가 100만원이 든다고 하자. 그럼 자재의 질을 높여 200만원짜리를 선택하면 인건비는 얼마? 나는 인건비도 두 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에 해당하는 설계비도 2배가 되어야 하겠지. 당연 비싼 자재일수록 꼼곰하게 설계와 시공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꼼꼼하게 시공하려면 그많큼 질좋은 기술자가 필요하고 그만큼 시간도 많이 필요하다. 금타일을 일반타일 시공하듯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실크로 옷을 만들 때는 실크전문가가 실크에 맞는 실크실을 사용하여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사람은 자재의 질만 올리는 경향이 크다. 겉만 번지러한 건물이 여기서 생기고, 여기에서 시공자의 잔꾀가 파고 들어간다.
사진에서 보면 이 주택은 처마를 내고 싶어 철골기둥에 내민보를 설치하였다. 깊은 처마는 주택에서 매우 유용하다. 주택을 짓는 김에 깊은 처마를 같이 시공하고 싶은 것이 건축주의 바램이다. 집을 다 짓고 별도로 비가리게 처마를 설치하고자 하면 별도로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 때문에 단열에는 매우 취약하게 되었다. 이는 외부에 노출되는 철재를 통하여 내부로 열이 쉽게 이동이 되는 구조(A Heat Bridge)이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이 부분을 통하여 냉기가 내부로 들어온다. 내부에는 결로가 생긴다.
외부 온도가 영하 10도라 하면 내민보 강관을 통하여 내부 기둥으로 영하 10도의 냉기가 전달된다. 왜냐하면 철은 열전도가 매우 높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겨울에는 구석구석 결로가 생기고 내부의 열은 밖으로 빠져나간다. 결로 곰팡이가 생겨 비위생적이고 겨울철 난방비가 올라가는 이유이다.
이는 겨울철 바람이 부는 날 최고급 오리털 잠바를 입고 맨 얼굴과 맨발로 오랫동안 길거리에 서 있는 것과 같다. 차라리 얇고 싼 옷을 입었다 하더라도 방한 장갑과 신발, 그리고 눈만 내 놓고 머리를 감싸는 것이 추위에 훨씬 좋다.
이와 같이 아무리 단열규정에 맞게 집을 지었다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설계하고 꼼꼼하게 시공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난방비가 올라가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벽체 내부에 곰팡이가 핀다. 벽체외부에 나타나는 곰팡이는 보이나 벽체내부 곰팡이는 보이지도 않는다. 당장 문제가 되지 않으니 불평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내 눈에는 보이지만 건축주는 모른다. 하긴 일반적인 건축비로 그것까지 고려하면서 시공해 주는 시공자나 설계자는 없다. 또한 건축을 전공한 시공자 비율이 아주 낮은 것도 문제이다. 힘이 있고 망치만 들면 할 수 있는 것이 건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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