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308 내 집 기초콘크리트타설을 하다
오늘 내 집(사무소+주택) 기초를 쳤다. 23평의 작은 집이지만 만 세대의 거대한 아파트를 짓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내 집이니 이 집은 나에 맞는 소프트와 하드가 다 좋아야 한다. 세상에 그런 집이 어디 있단 말인가? 욕심이고 환상이다.
그러나 1년의 고민과 수많은 설계을 통하여 모범답안을 얻었고 오늘 그 기초를 타설했다. 기초가 그리 중요한가? 그렇다. 기초에서 중요한 점을 하드와 소프트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다. 하드 측면에서 보면 상부의 집을 받쳐준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즉 튼튼해야 한다. 일반적인 의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나에게는 식은 죽먹기보다 더 쉽다. 소프트 측면에서는 기초를 한번 치면 더 이상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나에게는 이 소프트가 주는 의미가 더 크다. 그래서 매우 어렵다.
기초 콘크리트는 건물의 전기와 설비를 다 품는다. 즉 건물의 모든 시스템을 다 품는 것이다. 건물은 전기 설비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고정되면 건물의 평면도를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다. 마치 고등학교 학생이 진로를 결정하는 것과 같다. 성년이 되어 진로를 바꾸면 너무 많은 시간과 노고가 손실된다. 기초를 타설하고 계획을 바꾸는 것은 이와 같다. 바꾼다면 경제적 시간적 손실이 너무 크다. 차라리 다시 짓는 것이 낫다. 아니면 평생 내 집에 맞추어 살든가?
1년 전부터 집을 짓기 위해 동분서분했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계획안을 만들고 설계한 후 허가를 받아 착공한다. 공사에는 여러 공정이 필요하다. 기초, 설비, 전기, 구조물 공사, 내장공사 이런 순서로 공사를 한다. 여기서 설계를 제외하고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대부분에서 사람을 시켜서 해야 한다. 할 줄 몰라서 돈 주고 시키는 것이 아니라 혼자 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공종마다 그 전문업체에 맏긴다.
돈주고 시키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돈 크기만큼 어렵다. 다 사람들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육체적인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 생각이 다르다. 그들과 협업하는 일이다. 내가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한다.
남의 집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것은 매우 쉽다. 원칙과 의뢰자의 생각을 적용하여 일을 하면 된다. 의뢰자가 중간에 마음이 변하여 변경하면 돈받고 다시 변경해 주면 된다.
“That’s it.”
내 일은 그렇지 않다. 모든 요소를 다 만족시켜야 한다. 경제성, 시공성, 미적 요소에다 내 주관까지…
무슨 일이든 소프트와 하드가 필요하다. 집을 짓는 것에도 소프트와 하드가 필요하다. 소프트는 설계(책상머리 일)이고 하드는 시공(현실에서 적용)이다. 여기에 또 필요한 것이 현실적인 운용능력이 필요하다. 원칙만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다. 지길 것이 무엇인지 대충 해도 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나는 설계와 시공을 두루 해왔고 경험도 많다. 단지 이런 경험으로 내 집을 직접 설계와 시공을 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 이것은 나에게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다.
건축관련전문가가 캐나다에 가서 개스스테이션을 인수받아 운영했다. 그 개스스테이션은 기름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일용품소매점과 주점이 딸린 것이었다. 직원이 7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정말 자기 할 일만 했다. 나는 그들이 하지 않는 지저분한 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 그러나 해야 되는 일은 주인인 내가 직접 해야 했다. 이것도 남을 시키면 된다. 내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모든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만약에 내가 공무원이던가 직원이라면 공공의 돈이 들던 말던 상관할 일이 아니다. 내 일이니 내가 아끼고 내가 해야 했다. 직원과 오너가 다른 점이다.
이 작디 작은 집을 지으면서 나는 설계를 무려 백번을 더 했다. 1년동안 머리 싸메고 수정하고 수정을 거듭했다. 한번 설계변경하면 몇백만원이 든다. 돈으로 따지면 기하급수적인 금액이다. 도면에 의지하지 않고 모형도 여러번 만들었다. 그리고 도면과 모형을 들고 선베건축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시청에 정식으로 4번을 했다. 꼬딱지 만한 건물을 이렇게 자주해요? 공무원의 불평이다. 이렇게 자주하는 의뢰인이 없기도 하지만 컴퓨터로 설계하는 세상에 손으로 그려 넣었으니 더 히한한 일이다.
이렇게 만든 안으로 허가를 득하여 착공할 쯔음 선배건축사가 이를 보고는 잔소리했다.
“이게 무엇이야, 건축사라는 사람이… … 이것은, 저것은?”
가만히 듣고 보니 선배말이 맞았다. 내가 내 생각에만 푹 빠졌던 것이다. 내 내면의 세계만 바라 보았던 것이다. 자가당착같은 것이었다. 1년동안 내가 한 짓이 정말로 한심했다. 집으로 돌아와 밤을 새면서 다시 기본설계를 짰다. 과거와 완전이 다른 방향으로, 밖에서 나를 보면서…
서양식으로
통합식으로
미래지향적으로
건식(조립식)으로
경제적으로 내 주관을 모두 잘 담을 수 있는 형태로
이는 마치 얼굴 예쁘고, 행실 좋고, 절약 하고, 나만을 바라보는 미래지향형 평생 반려자를 구하는 것과 같았다. 이는 불가능한 시도였다. 그러나 내 일이다. 시도는 가능하다. 내가 직접 설계를 하니까 말이다. 드는 것은 시간과 종이 뿐이다.
그렇게 계획안을 결정하고 목수와 설비전기 업자를 선정하여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기초 작업을 모두 마쳤다. 그리고 그날 일찍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 왔다. 집에 있어도 생각나는 것이 내 집 설계도면이다. 100% 만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문론 100% 만족되는 답안은 없다. 그래도 책상에 앉으면 보이는 것이 내 집 설계도이다.
갑자기 생각이 떠 올랐다.
“아니 이 도면은 기본이 잘못 되었어, 기본적인 단열 시스템이.”
건물 뒤 보일러실 기초와 건물 앞 테라스 기초가 건물기초와 연결된 구조로 한마디로 한 통이다. 이는 단열에 큰 결점이다. 편리를 생각하다가 그 점을 간과했다. 내일 레미콘, 펌프카가 다 약속되어 있다. 취소하면 큰 욕 먹는다. 다시 수정공사를 하면 큰 돈도 든다. 그래도 이것은 아니었다. 큰 마음을 먹고 취소했다. 밤새 한숨도 못자고 아침 일찍 현장으로 달려갔다. 다들 난리가 났다.
며칠 한 일이 헛수고이면 잘못한 사람에게 그 비용이 돌아간다. 있는 그대로 말할 수 없었다. 민원관계로 시청으로부터 공사중지명령이 나왔다는 핑계를 대었다. 이렇게 들려대자 큰 말성이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큰 문제였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이미 한 일을 고치는 것이다. 거푸집, 철근, 전기, 설비가 다 셑팅된 상태이다. 이것을 어떻게 확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만큼 다시 자금을 투입하면 되지만 일꾼들은 의욕이 꺾인다. 목수 오야지에게 가서 사정 이야기(시청 공사중지명령)를 설명하고 도워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날은 내가 목수 오야지가 되어 직접 일을 시키고 챙겼다. 건물 앞 테라스와 건물 뒤 보일러 실을 잘라내고 건물 길이를 10센티미터 줄였다. 전체 배근 철근의 1/3이 잘려 나갔다. 기초 거푸집의 반이 철거되었다. 그리고 다시 기준줄을 놓고 기초거푸집을 다시 짰다.
다행이 하루에 다 됐다. 목수들이 평소 나를 좋게 생각해 준 덕분이었다. 다음 날 설비업자에게 사정하여 배관을 변경했다. 그리고 펌프카 일정으로 3일 후 콘크리트 타설일을 잡았다. 바로 대선 바로 전날 3월 8일 화요일이었다.
3일을 기다리는 동안 집에 머무는 일이 전부였다. 자연히 또 설계도면을 보게 된다. 이렇게 저렇게 연필로 도면을 바꾸어 보다가 획기전인 안이 머리에 떠올랐다. 건물 안에 넣은 보일러실 위치가 사실 석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좋은 생각이 떠 오른 것이다.
다시 설계를 하고 보일러실과 부엌의 위치를 조정했다. 이에 따라 설비배관과 전기배선이 따라 변경되어야 했다. 전기배관은 작은 위치 변경이라 내가 잠깐 하면 되었지만 설비를 1/3을 새로 해야 했다. 설비 사장에게 사정해 보았다.
“또 해?”
더 이상 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하고 싶으면 1주일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럼 약속된 날에 콘크리트를 타설 못한다. 인건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고치면 되나요? 하였더니 해보라고 하였다. 다음 날 나는 철물점에서 설비파이프와 부속을 구입하여 내 의도한 대로 설비를 직접 해체하여 고쳤다. 전기도 고쳤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콘크리틑를 타설했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다.
더 이상 후회도 없다. 내 의도대로 다했다. 수 만번의 설계, 공사중에도 여러번 설계변경을 했다. 경제성, 기능성, 편의성, 미적요소와 내 주관을 다 품은 건물이다. 내가 살면서 일도 하고 즐기는 공간이다. 내 일이다.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수없이 계획했고 변경했다. 일반적인 설계와 공사에서는 드문 일이다. 내 돈이 안드는 공공기관에서는 간혹 일어나는 일이지만 말이다.
자기 일은 이렇게 한다. 누구나 다 그렇다. 오너는 남이 안보는 공간이나 시간에는 가장 적은 돈으로 최고의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 전전긍긍한다. 직원보다 더 천한 일을 한다. 진열장에 잘 정리된 상품을 보고는 남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오너의 노고를 나는 잘 알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얻은 지혜이다.
오너는 그런 것이다. 입으로 아니하고 행동으로 직접한다. 내 것이 아니면 절대 욕심을 아니 낸다. 특히 공공의 돈에는 말이다. 내 먹는 물, 내 먹는 커피, 내 먹는 밥 알은 직접 내 손으로 퍼 마시고 먹는다. 내 팬티는 당연 내 손으로 입는 것처럼 말이다.
내 집 짓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데 내 나랏 일을 할 때는 어떨까? 월급 받고 일하면 쉽다. 그러나 내 일이라고 하면 어렵다.
내일 대선일이다. 힘든 과거는 마음의 상처가 되고 트라우마가 된다. 이것은 자기도 모르게 미래를 잘못 제단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현실의 눈과 마음이 없어 책상에서 세상을 잘못 제단할 수 있다.
누구든 내 집 설계하고 공사하듯 나랏일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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