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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211207 고민하는 A Creator가 되길 원한다

Hi Yeon 2021. 12. 7. 15:44

211207 고민하는 A Creator가 되길 원한다

 

설계사무소를 할 때였다. 지인을 통해 공장증축을 해 달라는 의뢰가 왔었다. 설계는 하나의 지능지식산업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영업활동이었다. 그래서 다음날 얼른 옷을 잘 차려입고 공장을 방문했다. 그 공장은 도시 근교에 있는 기타를 생산하는 공장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노동집약산업은 이미 한국에서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이전한 상태였지만 이 공장만큼은 여전히 한국에서 버티고 있었다. 알고 보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급 기타 브랜드 콜텍였다.

 

현재 공장규모와 작업흐름을 조사하고 도면으로 표현했다. 그리고 경영자와 공장장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서 공장장과 여러 번 만나고 밥도 먹었다. 회사와 생산품인 기타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추가적으로 노동자 작업흐름과 관리자 동선을 공부하고는 현재 공장상태와 증축 후의 결과를 추론했다. 기타를 만드는 공장이라면

 

빠르고 저렴하게 품질 좋은 기타를 생산하는 라인 흐름과 시스템

 

이것을 어떻게 셋업(setup)할 것인가? 하는 것이 설계자의 임무이다. 그래서 2달 동안 현재의 공장상태를 조사하는 동시에 공장장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가 공장장이라고 가정하고 설계가 되어야 한다. 최고의 공장장이 최고의 설계자가 된다. 기타, 작업자, 감독자, 그리고 경영자를 잘 이해하고 알아야 최상의 답이 나온다. 이는 내 생각이다. 회사에서 기타를 어떻게 파는지는 나는 모른다. 알 필요도 없다. 그것은 경영자와 사장이 해야 할 일이다.

 

캐나다에 이민을 갔다. 이민을 가서 술집, 주유소, 소매점이 합쳐진 가게를 인수받아 경영했다. 전혀 듣지도 말할 줄도 모르는 놈이 말이다.

인수받은 가게를 받아 해보니 엉망이었다. 물품의 입고출납의 흐름과 돈의 흐름이 복잡했고 작업자의 동선은 길었다. 장사는 독점이라 그럭저럭 되는데 모든 시스템이 엉터리였다. 주먹구구 시스템에 언어능력이 전혀 없는 주인() 덕분에 가게는 산으로 가고 있었다.

 

내 전공이 어떻게 상품을 잘 팔 것인가였더라면 아마도 나는 캐나다에 잘 안착했으리라. 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불가능함을 알고는 다른 사람에게 손절매하면서 가게를 팔아버렸다. 손해를 보았지만 나는 지금도 잘 했다는 생각이다.

 

내 전공도 아닌데 내 몸과 정신을 허물어가면서 억지로 하는 것은 어리석다

 

그때 알았다. 매장의 진열대에 상품이 깨끗하게 진열되어 손님에게 전해지기까지는 주인은 밤낮으로 얼마나 노고가 많았겠는가? 몸과 마음은 곪아 터지고 눈에는 피눈물이 났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좋은 설계안을 만들기까지는 설계자는 밤낮으로 무척이나 노고가 많다. 눈에는 피눈물은 난다. 그러나 일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몸과 정신이 허물어지지 않았다.

 

먼 훗날 되돌아보니 확연한 내 모습을 알게 되었다. 나는 똑같이 반복되는 일을 하는 것에 금방 싫증을 느낀다는 것을뭔가를 생각하며 디자인하고, 뭔가를 창조적으로 진화시켜야만 재미를 느낀다는 것을

 

내가 빌딩을 설계할 때는 어떻게 하면 잘 임대가 되고 경제적으로 지을 것인가? 가 내 관심사이다. 완공 후 임대를 어떻게 잘 할 것인가?, 임대료를 얼마나 잘 받을 것인가? 는 나는 잘 모른다. 내 능력 밖이다.

그것을 임대하여 장사하거나 호객행위를 하여 돈을 버는 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설령 내가 세일즈로 큰돈을 벌었다 하더라도 진정 재미를 못 느끼고 바로 그 일에 싫증을 냈을 것이다.

 

식당을 차리면 내 관심사는 이렇다.

 

어떻게 하면 좋은 디자인 실내에서 품질 좋은 음식을 저렴하게 빨리 적은 노동으로 고객에게 제공할 것인가?”

 

어떻게 홍보하고 팔 것인가? 는 내 전공이 아니다. 그것은 음식 장사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래서 만약 내가 식당을 설계하여 직접 공사해서 차려 놓으면 바로 차익을 남기고 식당을 팔고자 한다.

 

좋은 시스템의 가게는 현명한 사람이 찾게 마련이다. 즉 나는 기획자이지 경영자는 아니다. 그래서 이제야 나는 경영자를 왕으로 만들 수는 있어도 나는 왕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삼국지에서 황제는 유비가 되었으나 기획자는 제갈량이었다. 기획자가 황제가 될 수 없다. , 거창하게 말해서 유비와 제갈량 타령이다.

 

그럼 아주 작게 생각해 보면, 내가 개집을 짓는다면

몸집이 큰 놈과 작은 놈, 잘 훈련된 놈과 아닌 놈, 성질 있는 놈과 온순한 놈, 사랑을 많이 받은 놈과 아닌 놈. 수많은 혈통들아마 수천가지의 개가 있을 것이다. 개의 성격과 삶도 알아야 한다. 정말 조사할 사항도 많고 공부할 사항도 많다.

 

그렇지 않고 그냥 나무 사와서 망치로 뚝딱 지어 개에게 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개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스트레스로 힘들어 할 것이다. 개집도 그런데 하물며 사람 집은 어떨까? 나라 집은 더 복잡하고, 삼국이 다투는 중국대륙이라는 집이면 더하다.

 

나는 최적의 개집 기획자, 건축자일 수는 있어도, 최적의 강아지 사육자나 반려자는 아니다. 작게 말하면, I am Just “A Designer.” 거창하게 말하면, 유비가 아니라 제갈량이 제격이라는 것이다. 더 거창하게 우주적으로 생각하면 Creator(창조자)이다.

우스운 일이이만 설계 중에 가장 어렵다는 주택설계는 자신이 있지만 지금 나는 사실 강아지 집 설계가 더 어렵다. 아니 설계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전혀 모른다.

 

살아가면서 나는 수많은 실패를 했다. 그 실패의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똑같은 답을 얻었다. 내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여 Sales로 돈을 번다는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세상을 기획하며 살아왔지, 세상을 직접 세일즈해 본 적은 없었다. 세상이 마음에 안들 때 혁명계획안을 만들 줄은 알아도 어떻게 하면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연설을 잘 할까 하는 것에는 나는 잘 모른다. 아니 능력이 없다.

 

그래서 가끔 지인이 같이 사업을 하자고 꾈 때 나는 이렇게 답했다. 너가 사장해라, 나는 기획할 테니. 내 재주는 그것이야. 그럼, 그 친구는 꾐을 그만둔다. 나에게 남겨 먹을 것이 없음을 알고, 사기꾼의 눈치로

 

이러하듯 나는 보스 역활에 재미를 못 느낀다. 그러나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에 무척이나 재미를 느낀다. 예를 들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대통령을 기획하여 만들기에 더 재미를 느낀다. 세상을 바꾸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내가 직접 사업을 하면 바로 망하겠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라는 물음이다만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최소한 물건을 만들 최적의 시스템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팔기만 하는 것은 바위에 계란치기이다. 혼자 보스가 되겠다고 설치는 것이다. 이는 사기꾼과 다름없다.

 

디자인은 항상 혁신과 창조를 수반한다. 나는 창조를 하면 큰 희열을 느낀다. 애플의 잡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창조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창조에 경영이 더해야 빛을 발한다. 그럼 나는 전문 경영자를 데려오면 된다.

 

며칠 전 시골에 지을 건물 설계안을 완성했다. 거의 1년이 걸렸다. 1달에 한 번 꼴로 설계안을 변경하고 또 변경했다. 20평도 안 되는 1층 조립식 건물이니 설계할 것이 무엇이 있겠나? 마는 최상을 원했기에 어려웠고, 내 것이니 더 어려웠다. 프로젝트 명은 ”Yeon Studio”이고 그 상세는 이렇다.

 

”20평 이내에 업무와 주거를 동시에 할 수 있으며 최고의 시스템과 내 가치관을 담을 수 있는 건물을 가장 적은 돈으로 지으라. “

 

자형 한옥 형식이는 처음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는 보이는 건축미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경제성을 가미하여 자재를 패널로 대체했다. 대신 내부 공간미를 개발했다. 결론적으로 자형 철골패널형식으로 디자인했다. 개방에서 폐쇄형으로 변경이다. 즉 내적인 요소를 중요시했다.

 

아마도 10번은 더 고치고 고쳤다. 그리고 다시 그렸다. 심심하면 보고 생각했다. 시간만 나면 설계도면을 보고 고민하였던 것이다. 돈으로 따지면 수천만 원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설계의뢰를 하였더라면 이렇게는 못한다.

 

사실 집은 한번 지으면, 버리고 싶어도 못 버린다. 자동차라면 중고차로 팔아버리면 되지만, 한번 내 집에 안착하게 되면 평생 내가 집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 악처라 하더라도 약간의 유도리라는 것이 있다. 건축물에는 전혀 없다. 무조건 따라야 한다.

 

건축물 설계 중에 주택설계가 가장 어렵다. 의뢰자와 설계자가 동일체가 되어야만 최적의 주택이 설계되기 때문이다. 그럼 설계자는 의뢰자와 많이 놀아 보고, 이야기해 보고, 술도 자주 먹어 보아야 한다. 가족 간의 애정 종류에 따라 집의 시스템이 달라지기 때문에 의뢰자 가족을 충분히 이해도 해야 한다. 집은 나와 사람과 가족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진정 나를 담는 최상의 그릇을 디자인 할 수 있다면, 그럼 다른 사람의 집을 디자인 하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다. 사실은 남보다 나를 알기가 더 어렵다. 더욱이 내 마음은 날씨만큼이나 더 빈번하게 시시때때 변하기 때문에 매우 곤욕스럽다.

 

이 집이 실현되면 좋지만 혹이여 불발되어도 괜찮다. 내 집을 제대로 디자인한다는 것은 나라는 인간을 설계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는 정말 재미있는 일이다. 마음으로 수십 가지 내 집에 살아보는 것이다. 이는 매우 괜찮다. 설령 가난해도, 설령 유명인이 될 수 없다 하더라도 회사 경영자보다 애플의 잡이 더 좋고 유비보다 제갈량이 나에게 멋있는 이유이다.

 

어쨌든 최상의 내 집을 지었다 하더라도 살아보면 당연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생긴다. 그래도 고민하는 A Creator가 되길 원한다.

세상을 만든 자는 바로 The Creator이다. 영원이라는 천만겁의 시간을 통해서이다. 창조자 그대가 느낀 재미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대와 조금이라도 견줄 수는 없지만, 나는 겨우 30년 동안 그 일을 해보고 이 정도 재미라면 꽤 괜찮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