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밀어붙이며 일했습니까? 혼자이고 자식도 친척도 부모도 없는 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사치할 나이도 아니고 원기 완성한 몸도 아닙니다. 친구가 많아 어울려 놀 성격도 아닙니다. 더욱이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에 철이 없는 것도 더욱 아닙니다. 개인 욕심 때문이었습니까? 아니면 그럼 무엇 때문에 노심초사 그렇게 나랏일에 매달렸습니까?
이제는 탄핵이 되어 당신은 대통령 신분이 아닙니다. 이제 과거가 후회되십니까? 그럼, 한번 대통령 시절로 되돌아가 볼까요? 대통령인 아버지께서는 국가와 민족을 왜 치며 나랏일을 하셨습니다. 그 와중에 아버지와 어머니는 죽임을 당했습니다. 당신은 그 과정과 결과를 몸소 겪었습니다. 많은 세월이 지나고 4년 전 당신도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국민이 당신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때 당신은 아버지처럼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셨습니까? 아버지와 같이 열성적으로 나랏일을 해보려고 하였습니까?
만약에 그렇게 하시지 않고 그냥 직업이다 생각하고 해외로 지방으로 순방이나 다니면서 올라오는 서류에 그냥 결재만 하시고 올라오는 의견대로 그냥 '잘 하라' 하고만 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유유 작작 대통령이라는 명예만 즐겼더라면 어땠을까요. 여야 정치인, 언론인, 관 법조인, 노조, 그리고 기업 총수들까지 번갈아 가며 자주 함께 파티를 즐기면서 '맞아, 그래 맞아요.' 하면서 그냥 장단만 맞추며 인생을 즐겼다면 어땠을까요? 그들이 무엇을 원하던 빚내어 인심이나 쓰며 빈말로 인기 관리만 하였더라면 어땠을까요?. 니 좋고 내 좋고 모두 좋습니다. 내 돈이 드나요? 내 힘이 드나요? 다 주인 없는 돈입니다. 그냥, 그냥 그렇게, 대통령직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만약 그랬었다면 아마도 일 못한다는 말은 들었어도 최소한 탄핵은 아니 당했겠지요. 문제 생기면 책임자를 처벌하면 되었습니다. 요리조리 왔다 갔다 눈치 보면서 대충 일하고 무사히 5년만 보내면 됩니다. 잘 해 본들 한번 더 대통령 할 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논다 생각하고 했더라면 무능력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탄핵은 없었습니다. 나라면 그랬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무사안일형이까요. 저는 목표가 달성되기까지는 그럴 듯하게 보이다가 되고 나서는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면서 요행만 바라고, 가능한 소극적으로 일하며, 얼굴 도장만 열심히 찍고, 할 일 없어도 자리를 지키거든요. 밥 얻어 먹은 것 없으니 일은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만이지요. 제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며 하루하루 그냥 때웁니다. 그러면서 봉급과 진급에만 열심히 신경 씁니다. 내 일입니까? 나랏일이지요. 내 돈 듭니까? 나랏돈 들지요.
조국과 민족, 그런 것은 못 살 때나 왜 치는 것이지요. 지금 그런 것 한다고 누가 알아주나요. 만약 의욕적으로 하다 잘못되면 욕만 먹습니다. 일 좀 못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별일 아닙니다. 아양만 떨면 다 대충 넘어갑니다. 줄만 잘 서도 만사형통입니다. 일 잘 하면서 성질내는 것보다 일 대충하면서 밥 잘 사는 사람이 더 인정받는 사회입니다. 얻어 먹은 것이 없으니 규정 타령만 합니다. 그래서 저도 저절로 그렇게 변했습니다. 무사안일 눈치형 인간으로 말입니다.
만장일치로 탄핵 선고되었습니다. 그것은 '나같이 그렇게 살아라'고 하는 채찍입니다. '털석거려 일 만들지 말라'는 경고입니다. 지금은 먹고살 만한 세상입니다. 부모덕으로 편하게 대충 사는 사람들도 참으로 많습니다. 모두 다 자기가 잘 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면 나라와 남 탓만 합니다. 가치관도 없고 줏대도 없습니다. 국가와 민족은 하나의 수단입니다. 이익을 따라 좌로 우로 큰 바람따라 왔다 갔다 합니다. 탄핵 결정과 인용을 보고 속으로는 '까불다 잘 됐네'하며 속으로 웃습니다.
털석거려 잘못되면 벌만 줍니다. 밉지요. 털어서 먼지까지 만들고 그리고 과정은 생락하고 결과만 따집니다. 그래요. 인민들이 원하지요?. 만장일치로 정말 잘 하셨습니다. 좋고 좋은 것이 좋습니다. 심판관들도 털석거려 문제를 일으킬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들도 나같이 무사안일하게 줏대 없이 임기만 채우면 되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으로 하는 일 없으니 심심하겠죠. 사악한 욕심이 대신합니다. 욕심은 더 은밀히 세력화하고 더 이익집단화할 겁니다. 그리고 마음에 안 들면 비틀고 또 미디어 여론 바람을 일으키면 됩니다. 다시 과거의 상처 기억은 눈과 귀를 멀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앞으로 관료 사회와 이익집단 사회가 점점 비대해지고 조직화됩니다. 덩달아 모두 그렇게 '늴리리 만보' 하며 왔다 갔다 하며 자기 이익만 추구할 겁니다. 고들이 그러한데...... 아랫것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일반 서민들은 그런 것도 모릅니다. 이러한데, 그래도 당신은 후회하십니까?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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