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무실에서
부동산 중개업(공인중개사 사무소)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부동산을 중개해 주는 일이다. 주로 아파트가 그 대상이다. 여성 중개사들이 아파트의 대부분을 중개한다. 경험이 많은 남성 중개사들은 상가나 땅을 주로 중개한다.
아파트는 표준화된 주거형태이다. 그래서 아파트를 중개하는 것은 여성 중개사들에게는 쉽다. 법적 검토도 간단 명료하다. 전문적인 지식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중개물 평가도 그리 어렵지 않다. 여성들이 살림하면서 알게 된 보편적인 상식으로 소개하면 된다. 아파트는 여성들의 삶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중개는 여성들의 섬세함에도 적격이다. 그래서 아파트 중개시장에는 여성 중개사들끼리 경쟁이 심하다.
땅과 상가는 그렇지 않다. 형태와 종류는 천차만별이고 가격도 제각각이다. 개발방식도 다양하고 적용받는 법률도 많다. 큰 투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고 한번 투입되면 투자금이 장기간 묶일 수도 있다. 사실 땅은 가격을 정할 수가 없다. 누구에게는 평당 10만원이 누구에게는 평당 50만원의 값어치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땅은 임자가 따로 있다. 상가는 알기가 어려운 비밀스러운 투자처이다. 전문적인 지식과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설계사무소는 땅 위에 건물을 형상화하는 작업, 즉 건물 설계을 하는 곳이다. 땅에 적용되는 모든 법을 이해하고 해석하여 그것을 머리로 그리고 도면으로 형상화 한다. 땅과 상가를 보는 눈이 매섭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설계업을 하다 보면 땅과 상가에 대하여 이익을 취하는 일에는 등한시 한다. 설계가 내 업이니 하고 그런 이익에 무관심하는 것이다. 도심지 설계사무소는 유사한 도심지 땅을 대상으로 설계를 주로 하다 보니 다양한 땅을 접할 기회가 적다. 그 대신 다양한 상가를 설계한다. 지방 외곽의 설계사무소는 다양한 땅과 크고 작은 여러 상가를 경험한다. 그 만큼 설계자는 거시적, 미시적 관점에서 땅과 상가를 보는 능력이 높다. 나는 서울과 지방에서 설계사무소를 20년을 했었다. 덕분에 아파트 뿐만 아니라 상가와 땅의 성격과 값어치를 판단하기는 쉽다. 헛바람을 만드는 일반 부동산 중개업과는 잘 어울리지는 않지만... ...
캐나다에서 돌아온 후로 나는 법무일을 하는 내 친구와 어울렸다. 내 친구는 법무부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후 법무사업을 크게 하면서 그만 계룡산 신령에 빠졌다. 나는 캐나다 이민을 정리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후 서양 귀신에 홀려 있었다. 우리는 서울과 세종으로 오고 가면서 자주 막걸리를 걸쳤다.
"이놈의 중년을 어떻게 해야 하나?"
그때마다 계룡산 신령와 서양 귀신은 같은 화음을 내었다. 친구는 사업 축소를 원했고 나는 작은 일을 하고 싶어 했던 것이다. 저절로 공통 분모가 생겼다.
"둘이서 작은 도시로 돌아가 법률, 건축, 중개, 그리고 자문으로 일하면, 고객은 저절로 올거야. 그래, 마음을 비우고 계룡으로 가서 막걸리 마시고 놀면서 일을 하자"
계룡시청 앞에 있는 빌딩 1층에 사무실을 오픈하니, 제법 사람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들락날락했다. 세상은 잘 살게 되면서 풍성해지고 복잡해졌다. 욕심이 개입된다. 그들은 재산 관계, 이해 관계, 사람 관계, 등등 사람이 살아가는 데 생기는 문제점을 들고 우리 사무실에 왔다. 물론 그런 방면은 내 친구가 상담하고 필요하면 수임한다.
땅은 오프 라인을 좋아한다. 아는 사람들끼리 정보가 잘 오간다. 내 나이 정도의 좀 있는 사람은 다 내 친구의 친구이거나 내 친구이다. 친구가 아니면 형님뻘이고 동생뻘이다. 이 도시의 넓은 벌판과 도시가 그들의 소유이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사람들도 많이 변했다. "그것을 팔아 나도 한번 써 보자"고들 한다. 내 땅, 부모 땅, 선산 땅, 그리고 빌딩을 팔아 달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부동산의 법적 검토와 중개에 나선다. 법률 상담과 부동산 중개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직 우리 사무실에 찾아 오는 고객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깨끗하고 아담한 사무실에서 떠들고, 커피 마시고, 점심 먹고, 그리고 내 책상에 내 마음대로 앉아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좋다. 경비는 별로 없으니 될 대로 되어라 하면서 돈 번다는 생각을 놓는다. 자유업이다. 내 사무실에는 놀면서 일한다. 일을 끝내고 작은 도시에서 일찍 귀가 가면 뭘 하나. 자주 저녁마다 도시 지인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한다. 생막걸리를, 가끔 집에서 빚은 동동주를. 그리고 점심으로 이 도시의 괜찮은 음식점마다 방문한다.
오늘은 친구와 함께 셋이서 사무실에서 20분 산속으로 달려가 동태탕을 먹었다, "고.향.맛.집", 보니 사장님은 아는 옛 시의원었다. 차 한대가 겨우 달릴 수 있는 산길이다.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산속 농가 속 맛집으로 가는 길은 신기했다. 동태탕, 맛집 풍경, 그리고 겨울비, 잘 비벼서 그리면, 무엇인가 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야릇한 감정이 오른다. 내 감성 탓이가? 사무실에 앉아 내리는 겨울비를 보면서 나는 바로 전 달렸던 그 시골길과 맛집을 더듬고 있었다. 쉬이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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