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가게 일을 본 후 서울로 가기 위해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렸다. 신호등 옆에 뻥튀기 트럭이 있었고 트럭 위에서 뻥튀기를 튀기는 소리가 펑펑 났다. 그 앞에서 주인 아저씨가 행인들에게 뻥튀기 한 장씩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도 얼른 한 장 받아서 입을 즐겁게 했다. 신호등이 파란색일 때는 행인들이 도로를 휭단하다가 빨간 신호등에는 사람들이 저절로 바로 뻥튀기 트럭 앞에 모여졌다. 아저씨는 이때 행인들에게 뻥튀기를 마구 나누어 주는 것이다.
그는 참으로 부담없이 나누어 주었다. 행인들은 부담없이 받아 먹었다. 몇몇은 식미대로 봉다리 하나씩 사서 갔다. 매주마다 나는 이 건널목을 건넌다. 오늘 여기서 처음 이 뻥튀기 아저씨를 본다. 자세히 보니 그는 내 나이와 비슷하고 몸매와 생김새도 나와 비슷하다. 그는 아마도 여기서 장사를 하다가 여이치 않거나 혹은 마음이 바뀌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이다. 작은 트럭으로 장사를 하니 손수 운전해 이동하면 될 것이고 또한 가다가 마음 드는 곳이 있으면 그냥 멈추면 되는 것이다.
이 뻥튀기 장사는 간단한 뻥튀기 기계 한 대이면 족하다. 특별한 재료도 필요치 않다. 뻥튀기 기계가 복잡하거나 그 설비가 대단한 것도 아니다. 무겁지도 않다. 뻥튀기를 만들기는 매우 쉽고 팔 만큼만 즉석에서 그냥 펑펑 하고 튀기기만 하면 된다. 뻥튀기만 취급하기에는 빈약하다면 악세사리로 여러가지 강정이나 박상을 도매상에서 구입하여 전시하면 된다. 안팔려도 변하거나 섞는 것도 아니다. 부피가 좀 클 뿐 무거운 것도 아니다.
문득 이 뻥튀기 장사에 매우 매력을 느꼈다. 매우 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서 하고픈 장사는 아니다. 이 뻥튀기 장사를 하여 벌면 얼마나 벌겠는가? 잘못하다가는 입에 풀칠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것에 관심이 끌릴까?
우선 작은 트럭만 있으면 된다. 트럭을 특별히 개조하거나 설비를 장착할 필요도 없다. 뻥튀기 기계 한대만 실으면 된다. 큰 자금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차 한대와 기계 한 대면 족하다. 큰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아 보인다. 그렇다고 육체적으로 큰 노동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냥 뻥뻥 튀기기만 하면 된다.
뻥튀기를 만들기 위해서 특별한 재료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산지에서 싼 가격으로 사와야 하거나 이른 새벽에 농 수 축산물 집하장에 가서 사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기계가 단순하여 쉽게 뻥튀기를 할 수가 있다. 팔기도 쉬우며 저장하기도 쉽다. 더욱 더 좋은 것은 사람들이 작은 돈으로 뻥튀기를 사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입이 심심할 때 먹을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먹거리가 풍부한 세상에 심심풀이 간식거리는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많이 그리고 자주 먹어도 탈이 없어 좋다. 먹어서 배가 안 불려도 좋다. 간식으로 먹기에는 정말 딱이다. 어떻게 먹더라도 건강에 도움을 주었으면 주었지 크게 해가 되는 것도 없다. 더욱이 배도 안부르지만 일단 먹고 나서 쉬이 배가 꺼진다. 물론 소화도 잘 된다.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다. 간식거리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심심풀이로는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런 장사를 하면서 돈을 적당히 벌 수가 있다면 정말 좋다. 그러나 쉽고 편할수록 그만큼 돈벌이는 시원찮다. 세상은 공평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래도 요것만큼은 내는 하고 싶다. 트럭을 몰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간다. 그리고 머문다. 부담없이 그냥 아무에게나 뻥튀기 한 장을 준다. 팔다가 심심하면 다른 고장으로 이동한다. 장터마다 가본다. 저녁이면 가끔 막걸리 한잔을 걸친다. 그러면서 전국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는 것이다.
어디서 자냐고요?
트럭 짐칸 위에 침대하나 만들지요.
먹는 것은?
간단한 취사 도구로 트럭에서 해먹지요.
어디서 씻어?
3일에 한번씩 모텔에서 자지요.
마음만 비우면 이쯤이면 의식주는 해결되는 셈이다. 그 대신 생각의 자유, 마음의 자유, 몸의 자유를 얻는다. 아무리 자유가 좋아서 한다고 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생활이 많이 비참해 보인다. 막가는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미친 놈이다. 그래 맞다. 그렇다고 일부러 한다는 것은 아니다. 미쳐도 일부러 할 것도 못 된다.
요즈음 불경기이다. 모두들 매우 어렵다고 한다. 나도 등달아 걱정이 된다. 쓸데없는 망상도 떠오른다. 그래서 한번 가정해 본다. 만약에 만약에 이러저러하다가 가게를 털어 먹고 가진 것도 털어 먹고 나서 달랑 가진 것은 한 주먹 밖에 아니 될 때는 나는 어떻게 하지? 이때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래, 괜찮아. 인생, 별 것이야"
새 트럭 한 대 빼서 침대 넣고 뻥튀기 기계 싣고 달리는 것이다. 세상 방방 곳곳으로. 트럭 옆에 이렇게 써 붙이고 "행복 뻥튀기"... ... 아무리 어렵거나 어려워 보여도 미리 겁낼 것 하나 없다. 인생 밑바닥에 떨어져도 몸만 건강하다면 나에게는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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