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배팅하고 있는 손자를 보고 있다
어린애가 실내야구장에서 배팅을 하고 있다. 작은 애가 어른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은 쉽지 않다. 날아오는 공을 맞추기는 더 어렵다. 애는 공을 맞추기도 하고 자주 못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한두 번 해본 솜씨는 아니다. 배팅장 넘어 할머니가 배팅하고 있는 손주를 쳐다보고 있다. 애는 아빠, 엄마, 누나, 그리고 할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고 나서 실내야구사격장에 들렸다.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혹은 부부는 함께 게임을 하고 논다. 그들은 가끔 주말에 외식을 하고 가족과 함께 여기서 잠깐 게임을 하며 놀고 즐기는 것이다.
아들도 며느리도 아닌 손주 아들이 말한다.
"할머니도 해 봐, 응?"
할머니는 앉아서 빙그레 웃기만 한다.
이제 할머니도 즐겨도 되고 놀아도 되는 데, 다들 하하호호하며 놀고 있는 데, 단돈 1000원짜리 게임인데, 그런데 젊은 할머니는 앉아만 있다.
돈 천원이 아까워서,
늙은이가 주책없어서,
눈치가 보여서,
상대가 없어서,
해본 적이 없어서,
몸이 불편해서,
흥미가 없어서,
그래도 '이 할미도 게임을 해야지'하고 한 번은 시도할 수 있다. 옛 시절에는 어려웠다. 그래도 형편에 맞추어 열심히 살아왔었다. 자식을 잘 키웠다. 이제 할머니가 되어 손주를 보살핀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다. 살 만하다. 가족이 외식도 하고 놀기 위하여 게임장에도 가곤 한다.
게임은 싸고 매우 간단하다. 스스로 한 번 해보아도 될 것 같은 데, 아직 한참 젊은 할머니인데, 그런데 웃기만 하고 앉아만 있다. 할머니는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손주 딸을 번갈아 보더니 뒤돌아서 손주가 배팅하는 것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또 본다. 배팅하는 손주 아들이 귀엽고 기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가? 갑자기 동심이 그리운가? 그런데 왠지 그냥 앉아 있기가 어색하다. 마음은 스스로 쉬이 동요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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