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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집 - 겨울배추는 달고 향기롭다

150128 내리는 눈송이를 보면 이제는 가슴이 터진다

Hi Yeon 2015. 2. 3. 22:01

 

 

 

150128 내리는 눈송이를 보면 이제는 가슴이 터진다

 

적설량20-30cm를 넘나드는 눈 폭풍으로 도시전체가 고요 속에 빠져 버렸다. 학교와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모든 상가가 문을 열지 못했다. 사람들이 출근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침, 이때부터 내리기 시작하는 눈은 보통 도시를 마비시킨다. 일반적으로 눈 폭풍이 주말에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폭풍은 주중에 시작되면 그 피해는 최악이 된다. 수요일 아침부터 강한 바람과 함께 눈 폭풍이 몰아치니 주말로 이어지는 한 주 전체가 당연 연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완전무장을 하고 눈보라 속을 뚫고 걸어서 학교에 갔다. 문이 잠겨 있었다. 아차! 내가 눈 폭풍의 뉴스를 들었건만 건성으로 들었을 모양이었다. 출입카드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학교 건물 전체가 컴컴하였다. 그 속에 나 같은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다른 과 학생이었다. 우리 둘은 웃고 말았다.

 

그로부터 3일 후인 토요일에 다시 눈 폭풍이 몰아쳤다. 택시 일을 하려 일찍 일어났지만 왠지 가기가 싫어졌다. 출근을 못한다고 회사에 전화를 걸었는데 응답이 없었다. 이제까지 택시회사가 전화를 안 받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택시기사가 출근을 못하여 택시회사가 올 스톱이다. 그럼 도시 사람 모두 꼼짝을 못하는 상태가 된다. 눈이 오기는 정말 많이 왔구나. 애라 잘 됐다 하고 나도 쉬어 버렸다.

 

눈은 일요일까지 계속 내렸다. 바람까지도 얼신년스럽게 불어 댔다. 보통 눈이 오면 그리 춥지 않다. 눈이 많아 내려도 좀 쉬어 가면서 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법칙이 없었다. 영하 20도에 많은 눈을 동반한 눈보라가 내리쳤다. 거기에다가 하루 조용하다 싶으면 그 다음날 강한 눈보라가 또 몰아쳤다. 일주일 전에 돈을 주고 지붕 위 눈을 청소하였는데 오늘 지붕을 처다 보니 지붕에 그보다 더 많은 눈이 쌓여 있지를 않는가?

 

그리고 또 눈보라가 몰아쳤다. 집 앞 도로에는 쌓인 눈이 도로의 소방용수도전 표시하는 푯말마저 삼켜 버렸다. 이것이 안 보이면 눈 치우는 차가 실수로 수도전을 부셔 버릴 수 있다. 시에서는 요것만은 염려 되었던가, 큰 덤프차 소리가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집주변의 눈을 치우는 것도 이제는 어렵다. 치워도 눈바람이 몰아쳐 그곳을 다시 메우니 치운 흔적이 안 난다. 눈을 치우고 나면 도로의 높은 눈덩이가 다시 출입구를 막아 버린다. 눈 언덕은 사람도 넘어가기 힘들 정도의 높이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리는 눈이 눈 위에 다시 쌓이고 밑의 눈은 다져진다. 그때 눈 치우는 기계로도 쉽지가 않다. 삽을 동원해야 한다.

자동차로 출근하는 사람은 나갈 때와 들어갈 때마다 Drive Way 눈덩이를 치워야 한다. 다운타운에 사는 나야 자동차를 두고 움직이면 되지만,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그냥 집에 머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눈이 내리는 주중을 지나 일요일이 되었다. 이제 도로 위에는 자동차 한대가 겨우 달릴 정도로 눈 청소가 되었다. 그래서 다음날 월요일은 모든 것이 정상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월요일 밤부터 또 눈 풍이 왔다. 일주일 사이 3번을 연달아 눈 폭풍이 온 셈이 된다. 지금 밖을 보니 눈 언덕에 앞집이 잘 안 보인다. 지금도 사람 키 높이의 눈 언덕 위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다. 사각형 창문 프레임사이로 보이는 설국, 이제 나는 그것을 한 폭의 수채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높은 눈 언덕과 자동차 바퀴 자국이 남아 있는 도로도 이제는 그 경계가 모호해 진다. 아주 높은 부분은 인도부분이고 많이 낮은 부분은 차도라는 것만 알 수가 있다. 도로에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그저 눈 속에 파묻힌 주택에서 삐져나오는 불빛만으로 아하 사람들이 사는 동네이구나!” 하고 느낀다.

 

눈은 세상을 하얗게 만들면서 세상에 서 있는 모든 것을 파묻고, 그리고 세상의 경계선마저 완만한 곡선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 시간이 멈춘 것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보면 시간이 멈춘 고요함의 느낌이지만 눈바람이 쌩쌩 불 때면 그렇지 않다. 이때는 으스스함과 동시에 외로움마저 생긴다. 낭만과 불편, 고요함과 얼씬함이 교차한다.

 

창 너머로 보는 눈 풍경은 이제 나에게는 순수와 느림이라기보다 고립과 답답함으로 변한지가 이미 오래 되었다. 캐나다 세월을 어느 정도 겪었다. 이제 마음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건만, 고국이 너무 그리웠나? 내리는 눈송이를 보면 이제는 가슴이 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