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을 하다 보면 노인분들을 자주 태운다. 그래서 내 눈에 익은 노인분들이 제법 된다. 그분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나에게 말을 자주 건넨다. 대가족의 막내로 태어나서 그런가 나에게는 그런 노인분들이 좋다. 일을 하지 않는 날에는 가끔 내 차로 볼 일도 보고 쇼핑도 한다. 그때 저 앞 차창너머 눈에 익은 노인분들이 자주 보인다. 짐꾸러미를 들고 가는 모습,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모습, 혹은 도로에서 걸어가는 모습들이다.
어느 날이었다. 다운타운의 버스정류장에서 낯 익은 할아버지 한분이 서 있었다. 나는 그분을 잘 안다. 자주 택시를 이용하는 데 그분은 몸이 불편하여 타고 내릴 때 시간을 많이 소비한다. 말소리도 흐려서 어떤 때는 알아 듣기가 어렵다. 노인분들은 택시를 타고 내리면서 도움을 받으면 보통 팁을 건넨다. 그러나 그분은 절대 팁을 안준다. 그래도 좋았다. 흐린 말로 웃으면서 나를 대해 주는 그분이 그냥 좋았기 때문이었다.
차를 그분 앞에 세우고 문을 열어 주면서 타시라고 하였다. 그분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내 옆에 탔다. 그리고 어디로 가시냐고 물어보니 업타운으로 가자고 하였다. 방향이 달랐지만 얼른 그곳으로 모셔주고 내 볼 일을 보면 되리라 생각하고는 나는 업타운으로 향했다. 업타운에 가까워지고 나는 구체적으로 어디 가시는냐고 한번 더 물었다. 그는 Second Coffee로 가자고 하였다. 그리고는 2달라 어쩌고 저쩌고 하고 말을 흐렸다.
보통 여기 사람은 택시가 아니라도 개인차를 탈 경우에도 적정금액을 지불하고자 한다. 출퇴근시 동료들은 서로의 개인차를 탈 때 개인적으로 적정금액을 지불한다. 그래서 그분이 아마도 2불정도 지불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지래 짐작하고는 나는 "천만에,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잘라 말했다.
우리는 Second Coffee 앞에 도착하였다. 그때 그분이 또 "2달라" 하면서 말을 걸었다. 나는 쾐찮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는 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말뜻이 그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정중히 물었다. 그의 말은 여기서 커피 한잔을 마시야 하는 데 2달라를 좀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 다운타운에서 업타운으로 와서 커피 한잔을 마신다. 그래서 2 달라가 필요하다. 집에서 빈손으로 나왔는가? 아니 돈이 다 떨어졌는가? 아니 되돌아 갈 택시비를 생각했는가? 글세, 그래 머 드리지 머" 하고 대충 생각하고는 그의 손에 2달라 동전을 놓았다. 그는 고맙다고 하고 절룩절룩거리며 커피점으로 들어갔다.
차안에서 유리창 너머 그분을 보면서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람은 왜 늙고 병들까? 늙으면 몸도 망가지고 그에 따른 마음은 또한 얼마나 많이 접힐까? 그래서 늙으면 어린애 마음이 되는가 하는 부질없는 것들이었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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