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과 나의 정체성
캐나다는 참으로 넓고 고요하다. 전 대륙은 대부분 평지이고 사질토이며 그 위로 비는 심심하면 내린다. 그리고 그 빗물이 모이면 호수가 되고 강이 된다. 태풍같은 폭우와 회오리 그리고 심한 가뭄도없다. 북부 캐나다는 동토이나 그 지역이 광대하고 모든 종류의 자원이 풍부하다. 남부지역은 어떠한가, 초목이 성장하기에 좋은 물과 햇빛이 많다. 그래서 넓은 대륙이 밀림으로 덮혀 있다. 마치 상공에서 바라보면 조밀한 카펫을 깔아 높은 것 같다.
지리적으로 보면, 북아메리카 대륙의 절반 중 윗부분을 캐나다가 차지하고 있고 아래쪽은 미국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북아메리카 서쪽으로는 태평양이 있고 동쪽으로는 대서양이 있다. 그렇게 큰 대륙을 이념과 체재가 비슷한 단지 두나라가 양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대륙과 대양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어 나라간 분쟁이 생길 염려도 거의 없다.
본래부터 아메리카 대륙은 아시아 혹은 유럽과 같은 문명이 발달된 대륙으로부터 대양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문물이나 사람의 유동이 없다 보니 원주민은 자연원시 상태였다. 신대륙의 발견 전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그 이후 제국의 침입으로 그들은 고향에서 쫓겨 나가거나 이방인이 되어 버렸다. 원주민 입장에서 보면 한꺼번에 남 좋은 일 하게 된 결과가 되어 버렸다.
만약 아메리카대륙이 아시아대륙이나 혹은 유럽대륙과 조금이라도 붙어 있었다면 아시아국들이나 유럽나라와 비슷하게 여기서도 전쟁의 역사로 점처 졌을 것이고 신대륙 발견 훨신 이전에 대륙의 주인이 바꿔도 여러 번 바뀌어 졌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누구도 접근 할 수 없는 곳이었기에 원주민은 살기가 좋은 이곳에서 자연히 미개화된 상태로 남아 있었고 그 후 세월이 많이 흘러 기술이 발달되고 접근이 쉬워짐에 따라 제국의 나라가 침략하였던 것이다.
제국은 소수의 원주민을 밀어내고 여기를 그들의 나라로 만들었다. 그 이후 세계 각국으로부터 이민자들을 받아 들이고 있으며 이민자들은 여기의 문화와 말 그리고 시스템속으로 속속 유입되고 있다. 이제 그들은 부국강성과 자기들은 다문화국가로서 하나임을 외치고 있다.
선배 !
사실, 나도 여기 이민자들의 하나가 된지 몇해가 되었소. 조국이 아닌 이민자로서 캐나다에 살다 보니 나의 정체성에 대하여 자주 생각났습니다. 또한 밖에서 바라보니 “과연 조국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엇이고 어디에 있으며, 우리 조국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나에게 무엇입니까?" 라는 나 스스로의 그 물음에 자연히 나는 화려하고, 오래된, 그리고 근질긴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약 1000년전, 1018년에는 북쪽 거란의 오랑케가 처들어와 30년간 전국토를 초토화 시켰지. 불타고 약탈과 강간 그리고 사살되고 그나마 살아남은 자는 포로로 끌러갔지. 그 후 200년 후인 1231년, 지금부터 780년전, 몽고오랑케가 처들어 왔지. 유럽과 중국 그리고 거대한 아시아대륙 전역에서 80여개국 모두를 말발굽과 칼로 집밟고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를 정벌하였지.
몽고 오랑케는 역사상에 유래가 없을 정도로 잔인하였고 무자비했지. 어린아이할 것 없이 보이는 대로 죽이고, 강간하고, 불을 질렸지. 무려 40년동안, 그 무자비함이 전국토에서 저질러졌고 결국 우리는 무릅을 꿃었지. 그후로 우리는 몽고오랑케의 간섭을 받으며 살아야 했었지.
북으로만 오랑케가 있는 줄 알았는데 남쪽 해양쪽으로도 오랑케가 있었지. 420년전 1592년, 일본오랑캐가 배들을 타고 건너와서 7년 동안 전국토를 유린하였지. 역시 많은 우리들은 창칼에 죽고, 굶어서 죽고, 혹은 일본으로 끌러갔지
왜란 40년후, 1627년 여진오랑캐가 2차래나 처들어와 죽거나 북으로 끌러가고, 그리고 국토는 또 한번 더 황폐화되었지. 역시 많은 사람들이 창칼에 죽고, 굶어서 죽고, 혹은 북으로 끌러갔지
1910년 지금부터 꼭 100여년전, 일본은 신식무기와 근대화를 앞세워 결국 우리를 삼켰지. 그후 우리는 35년 동안 나라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지. 그들은 우리나라를 말살하기 위하여 우리말과 혼을 빼앗았고, 우리를 그들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지. 그리고 그 시절 많은 우리는 생존을 위하여 중국으로 해외로 도망가야 했었지.
선배!
과거를 더듬어 보면, 캐나다에서 보는 우리의 보금자리인 한반도는 참 천혜의 요지였다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동아시아의 한 귀퉁이에 붙은 반도로 삼면이 바다로 둘려싸여 있습니다. 전국토는 대부분 산들로 이루져 있고 남해와 서해는 수많은 섬도 많습니다. 기후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뚜렸한 사계절로서 철마다 그 아름다움이 남다릅니다. 한마디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입니다.
오량케들이 침입을 할 경우 삼면 바다는 침락으로부터 방어막이가 되어 오랑케들은 반드시 한반도 북부를 경유하여야 진입이 가능하였습니다. 또한 아시아 대륙과 연결된 한반도 북쪽으로는 험한 산들이 많은 지형적 여건 때문에 오랑케들이 이동하기에 오랜 세월과 많은 물자가 필요하였습니다. 그 나마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고 태풍과 홍수와 가뭄 등등 재난이 많아 오래동안 전쟁을 하기가 어렵웠습니다. 그래서 설령 오랑케가 한반도를 정복하였다 하더라도 우리는 산속이나 섬으로 도망가기도 하고 산발적으로 저항을 하다보면 오랑케들은 지쳐서 결국 자국으로 되돌아 가야만 했다오.
기술이 발달하면서 방어막이 되었던 삼면바다는 더 이상 우리의 울타리가 되지 못하였소. 중대에 와서는 일본 오랑케는 힘이 남아돌자, 남해바다를 건너와 우리를 침략하였고 근대에 와서는 근대화된 무기와 시스템으로 우리를 오래 동안 삼켜버렸습니다. 그러나 오랑캐들이 수없이 우리와 우리땅을 초토화 하였을 지언정, 우리는 싸우고 저항하고 혹은 피난하고 숨고하여 굳굳하게 버티며 살아 남았지요. 그것은 천혜의 요지인 우리땅과 그리고 우리만이 갖는 말과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소.
선배!
이제 조국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일어나 근대화를 이룩하였으며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부국강성의 길에 있다오. 그러나 한반도 주위의 동아시아는 옛날과 달라진 점은 하나도 없소. 가까이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을 비롯한 세계열강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키워 그 힘을 과시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 편에서 우리를 처다보면서 한반도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와 과학기술도 갖고 있소.
과거 북의 오랑케는 우리가 그들 앞에서 머리를 숙이면 최소한 우리를 인정하고 자기네 땅으로 군사를 되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쪽오랑케는 처음부터 침락의 의도가 남달랐습니다. 아예 우리와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말살하고 그리고 우리땅을 차지하려고 하였다오. 앞으로는 어떨까요? 아마 세계열강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대량살상무기를 바탕으로 과거보다 더 잔인하게 상대국을 유린할 것입니다.
선배!
이제, 과거 어느 때 보다 세계 열강은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우리는 그 정점에 서 있읍니다. 그들은 한반도를 씨하나 남기지 않고 폐허로 만들고 영원히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할수 있는 무기들도 많이 갖고 있읍니다. 더구나 싸우다가 상대가 고개를 숙인다고 철군하는 북쪽오랑케이야기는 이제 옛날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제국시대의 땅따먹기 시절과 같이 새로운 힘을 바탕으로 한 신제국주의가 일어날 것이며 그때가 되면 과거 남쪽의 오랑케 같이 우리를 말살하고 우리땅을 영원히 차지하고자 할 수도 있다는 것은 여기서 살펴보면 기우만은 아닌것 같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경우와 같이 설렁 우리가 한눈 파는 중 그런 일이 미래에 일어난다 하더라도 옛날 오랑케가 침입하였을 때와 같이 우리는 우리것을 지키면서 질기고 질기게 살아 남아서 우리를 이어갈 것입이다. 왜나하면 천혜의 우리땅과 우리말과 우리문화가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선배 !
세상은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집에 앉아서 세계를 보고 책상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시대로 변하였다오. 물자와 사람은 비행기와 배로 신속하게 그리고 대량으로 왔다 갔다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를 듣고 볼 수 있으며 그리고 서로를 제재 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국가의 경계가 없어졌다고 하는 것이 맞다오. 이런 세상에 조그만한 나라 안에서 문을 닫고 모두가 머물어 산다는 것은 날아다니는 새가 스스로 날개를 포기하는 것과 같을 것이오.
캐나다는 다문화 국가이고 그것이 법으로 명문화 되어 있기도 하지요. 다른 유사한 호주 뉴질랜드 미국보다 더 다문화적입니다. 그러나 많은 소수 문화가 자기것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지만 본래의 거대한 물결옆에 있는 파도에 불과한 것으로 결국 조금씩 그 정체성이 사라지고 결국 남는 것은 큰 물결인 캐나다뿐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게 된다오.
그 와중에 이민의 역사가 오래된 중국민들은 그들 나름대로 그들을 지켜나가고 있고 유럽인들은 그들 자신이 여기의 정복자로서 주류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역사가 그러했듯이 유럽 여러나라들은 그들끼리 자신을 지키면 오래동안 뭉치고 분열되고 또 서로 교류해오다 보니 사람과 문화의 동질성이 많아졌고 그래서 자연히 캐나다에서 그들은 쉽게 각자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이 사회의 주류가 되어 왔습니다.
선배!
그리고 보면 선배보다 내가 더 큰 문제입니다. 과연 내가 여기 주류의 하나가 되면 서 나의 정체성이 유지가 될까하는 점이오. 많은 나같은 사람들이 나를 유지하기 위하여 말과 문화를 이어 갈려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소멸해가고 나중에는 흔적도 없어질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요?
선배는 수천년의 역사와 문화와 말이 녹아 든 한반도의 땅에서 내것을 지키며 살아가고 나는 한반도를 벗어나 우리의 문화와 말만 지니고 와서 큰 다른 물결속의 새로운 땅에 소수로 살아갑니다. 선배와 다른 점은 우리와 다른 물결과 문화와 말을 받아들여 내것으로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현실에 내가 서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아도 항상 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멀리서 나를 인정해 주고 지켜보는 고향땅이 있었기에 가능하듯이 선배도 나를 멀리 지방에 있는 후배로만 여겨주고 지켜보아 준다면 우리는 우리를 지켜 나가기가 쉬울 것이며 우리는 영원히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오직 나를 조국에 포함된 멀리 떨어진 하나라고만 여겨주오. 그냥 서울을 떠나 제주도에 산다고 생각해주오. 그것도 어려우면 캐나다제주, 미국제주, 일본제주, 중국제주, 호주제주, 뉴질랜드제주 혹은 러시아제주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이오.
여기서 "왜 이민을 선택하였나?"를 묻지 말아주오. 일제시대와 같이 어려운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당장 살기 위해서 조국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많은 우리들이 부국강성을 외치며 세계각처에 삶의 터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은 글로벌 시대 누군가는 할 일임에 분명합니다.
선배!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리 자신을 유지하기 위하여 몸부림을 칠 것이요. 어디에서 살든 열심히 부지런히 일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와 나 다음의 세대를 위하여 우리학교도 세울 것이고 우리 문화행사도 열 것이며 우리의 모임도 만들어 빈번하게 서로의 애정을 주고 받을 것이며 또한 고국과 그곳에 있는선배들과 교류도 방문도 자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특별제주와 같은 위상를 가지면서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우리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향에 있는 어른들이 멀리 서울에 사는 자식을 보는 마음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격려해주고 때론 야단도 쳐 준다면, 나의 조국인 한반도, 우리를 낳아주고 우리가 있어 왔었고 지구태생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동안 우리의 역사가 스며들어 왔었고 그리고 끈질기게 우리를 지켜준 바로 그 한반도가 비록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그 한반도는 나를 꿋꿋히 지켜주고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해주는 고향이 될 것임을 나는 굳게 믿습니다.
June 27, 2012 Andrew 조국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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