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Baraka 를 보고
디자인 수업을 마치고 대학교 중정으로 나오니 한 여름의 햇쌀이 내리 비치고 있었다. 2개의 작은 3층 석조 대학건물은 다운타운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 도시의 가장 오래된 건물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두 건물 사이에 중정이 있으며 이곳은 학생들의 쉼터이고, 또한 Fredericton의 관광객을 위한 민속공예가 매일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마침, 10여명 젊은 학생 공연팀이 연극과 음악으로 이루어진 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몇 명의 관광객과 디자인과정 학생들이 관람하였고 마침 점심시간으로 그들은 이곳에서 공연을 감상하며 벤취에 앉아 간단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도시락을 풀고는 그들의 자유 분망하고 낭만적인 공연에 취해 정오의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연극과 노래와 연주를 번갈아 하면서 멋 들어지게 한바탕 놀고 놀았다.
특별한 목적도 없었고, 특별한 무대복도 걸치지 않았으며, 번뜻한 악기도 없었다. 머리를 묶고 혹은 모자로 얼굴을 꾸미고, 기타로 멜로디를 만들고, 손으로 나무박스를 두드리며 장단을 울렸다. 누가 시킨 것도 그렇다고 많은 관객이 있었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의 움직임이나 제스처 그리고 옷차림도 각각 달랐으나 통일된 주제와 연속성을 가지면서 그저 그들은 떠들고, 연주하고, 연기하며 공연을 이어나갔다. 여기서 나는 물 흐르 듯 흐르는 사람들의 자율성과 다양성이라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전 디자인 수업에 나는 의미심장한 영화 Baraka를 보았다. Baraka는 동방의 여러 종교에서 예언자나 성자 또는 자연물의 영적인 힘을 뜻한다. 영화에서는 고대에서 현재까지 인간의 영적인 힘과 그에 따른 이해할 수 없는 대업적, 인간이 접할 수 없는 자연의 숭고함, 거대하고 보이지 않는 불가사이한 힘과 조형물들, 그리고 자연의 한 부분으로서 인간의 죽음이 대사없이 전개 되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지 동양적 신비스러운 선율이 고요함을 깨뜨리고 있었다. Angkor Wat의 섬세하고 거대한 불가사의, 크고 넓은 사원에서 수만명의 일사 분란한 영적인 몸동작, 현대 문명에서 채바퀴 돌아 가듯, 왔다 갔다 하는 우리 인간들에서 Baraka가 있었다. 거대하게 디자인된 축조물이 인간을 영적으로 만들었나? 아니면 인간의영적인 힘들이 그것을 디자인하였나? 그것을 알 수는 없었으나 영화를 본 모든 사람들은 그 영화의 제목에서 시사하 듯이 보이지 않는 위대한 영적인 힘을 느꼈으리라 생각되었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서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시간이 흘려 가면서 그 느낌은 자꾸만 되새김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공포감으로 되어 돌아왔다. 창조자는 본래 인간을 자연의 일부분으로 디자인하였다. 인간은 영속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그것을 극복하기 위하여 스스로 영적인 힘을 창조하려고 하였을까? 아니면 인간들을 조정하고 통치하기 위하여 자연의 영적인 힘을 모방하였을까? 어떤 영적인 힘이 우리의 영혼을 불러 모아서 일체화시키고 다시 더 많은 영혼을 불러 모으기 위하여 보다 더 신비스럽고 불가사의한 대상물을 디자인하고 축조하였을까? 그 고통을 종교 혹은 영적인 믿음으로 대신하도록 하는 그 위의 불가사의한 영적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 영적인 대역사에 우리 영혼들은 동원되고 세뇌되고 일체화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영혼들은 자아도 모르는 체 그 불가사의한 대역사에서 소리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나는 인간역사를 뒤돌아 보면서 소수의 우리들이 막을 수 없는 어떠한 영적인 존재가 우리 역사에 줄곧 있어 왔다고 평소 믿어 왔었다. 그래서 Baraka라는 영화에서 영적인 힘에 의해 수많은 인간의 영혼들이 불려 모아 졌고 불가사이한 대역사를 위해 그 영혼들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도달하자, 나는 알 수 없는 큰 공포와 참을 수 없는고통를 느꼈다. 바로 지금 그 영적인 힘이 나타나 나를 한구석으로 몰아 내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가슴에 참을 수 없는 무거운 압박감을 느꼈다.
선사시대 부터 중 고대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일부가 거부할 수 없는 그 시대의 Baraka 같은큰 이념과 사상을 살펴 보는 것을 제처두고 나는 내가 격었던 역사 주변으로 우선 돌아가 본다. 그 때는 이념과 사상 그리고 그 시대정신에 빠져 한면만 보고 달리는 시절이었다. 또한 우리는 한쪽만 고집하는 문화와 평등의식에 싸로 잡혀 닫힌세계에서 달리고 있었고 산업화의 미명 아래 모든 분야에서 어떤 특정한 목표에 휩쓸려 우리는 또 가야만 했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분야에서 흑과 백이라는 이분적 논리에만 집착하여 진정 우리의 다양함의 존재를 망각하였다. 젊은 우리는 알수 없는 영적인 바람에 휩쓸리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우리는 하나의 특정한 영적인 힘과 그 흐름에 따라 디자인되고 있을 것이다. 공장과 도시, 사회와 커뮤니티, 그리고 교육, 예술, 체육분야에서 우리의 자아은 무시되고 한쪽으로만 흐르는 큰 흐름으로 우리들 세계가 디자인되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웅장한 중정에서 영적인 힘에 도취되어 일사분란한 몸동작을 하는 것과 같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도 일종의 Baraka 에 취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것은 국가이기도 하고 민족, 사상, 이념, 체제, 단체, 기업체, 혹은 종교같기도 하는 가면들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영적인 무엇이 세상을 영적이고 불가사이하고 신성한 것으로 몰아 넣어서 인간과 영혼을 그것을 이룩하는 도구로 삼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영적 상징물인 대상물을 디자인하기 위하여 수많은 영혼들이 어찌할 수 없는 고통을 마음에 품고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체 잠이 들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우리의 세계 도처를 둘려 보면 작은 우리가 탈피할 수 없는 각종의 Baraka 가 많이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만이 자연과 인간 그리고 불가사의한 것을 디자인할 수가 있다. 인간 세계에의 범주에 있는 디자인은 오직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것들이 인간 존립을 위해 진정 필요하다면 Baraka 를 위한 영혼들이 아닌 정말 영혼을 위한 Baraka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길거리에서 연주를 하고 끼리끼리 모여 그림을 창조하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의 다양성의 일면이다. 그 속에 자기의 멋에 맞추어 스스로 자기 개발과 자아를 발견하는 모습들은 수천 수만가지가 될 것이다. 우리 인간 개개에게는 다양성과 독립성, 개별성과 자율성만이 있을 수가 있다. 이것이라말로 우리는 하나의 틀속에서 나와서 개개인의 자아를 형성할 수가 있으리라.
다음 수업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잔디뜰에서 젊은 학생들의 목소리와 음악소리가 조금씩 멀어져 갔다. 그리고 자꾸만 Baraka 영화 속에서 끊어질 듯 하면서 이어지는 동양의 선율이 내 마음을 붙들고 귀속에서 조금씩 선명해 졌다. Baraka 와 그 불가사이한 축조물을 위해서 모아지고, 동원되고, 그리고 사라진 수많은 영혼들의 울부짐이 애달고 애달아 아마 나를 붙들고 조그만 더 조그만 더 보고..., 듣고..., 그리고 떠나자고 하는 것 같았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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