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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CD 생활 2013-15

찡 하였던 나의 크리스마스 파티

Hi Yeon 2013. 12. 24. 02:23

찡 하였던 나의 크리스마스 파티

 

우리 학과의 주임교수는  60에 가까운 나이의 여교수이다. 그녀는 디자인 교수답게 항상 청순하고 활달하다. 12월 초 금요일, 크리스마스 파티 D-day, 수업 중에 그녀는 오늘 크리스마스 파티를 잊지 말고 제시간에 도착하라고 재차 일렀다. 

 

 "오늘 저녁 7시, 학교앞 디스코 데크  Boom,  미리 약속한 진짜 선물과 가짜선물을 꼭 준비하기 바람."

 

한달전 11월초, 이 파티에서 서로 주고 받을 선물을 준비하기 위하여 우리과 학생 모두(전공 본과는 2학년 3학년)가 교실에 다 모였다. 모두라 해 봐야  2개 학년 각 10명 그래서 총 20명정도와 교수3명이다. 주임교수가 추첨종이함을 마련하자 학생들과 교수들은 돌아가면서 추첨종이 한장씩을 뽑았다. 나도 한장 집었다. 추첨종이를 펼쳐보니 선물을 줄 상대의 이름이었다. 내용인 즉 나는 선물을 줄 상대를 알지만 상대는 누가 나의 선물을 준비할 지는 모르는 방식이었다. 그 다음 각자 돌아가면서 자기가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하였다. 즉 '나는 반지를 받고 싶다.' 혹은 나는 귀걸이, 목걸이 팔찌, 브로취, 등등 각자 취향에 따라 받고 싶은 선물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의 상대는 내 바로 옆에서 작업하는 Jeremy, 대머리인 그는 30대로 현직 금속공예실에서 일하는 학생이다. 실무에 매우 밝았으나 정규교육이 필요해서 입학을 한 그는 애들을 둔 가장이다. 나는 모르면 교수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바로 옆 책상에서 작업하는 그에게 물어본다. 그는 입으로 안되면 몸과 실연을 해가면서 나를 이해시킨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그는 그의 여자친구, 즉 girlfriend의 귀걸이를 원했다.

 

2학년 시절에는 학생들은 모든 종류의 금속공예를 교수의 지도아래 디자인을 한 후 그 안을 구체화시킨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하여 교수의 체점이 끝나면 전시에 들어 간다. 학생들은 방과 후 필요에 따라 개인적으로 만들어 온라인을 통해 팔기도 한다. 이번 학기는 거의 다 끝나간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선물로 동료들에게 선물할 차례이다. 이 기회에 자기 명예를 걸고 배운대로 최고 작품을 만든다. 이것이 주임교수가 말하는 진짜 선물이었다. 대부분 은제품으로 혹은 필요에 따라 약간의 금 혹은 돌이 포함된다. 그것들은 디자인 과정을 거처  며칠동안 수작업을 하여야 하기에, 값어치로 따지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그것보다 더 값 나가는 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동료가 학기를 마감하는 기념으로 최선을 다하여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상대가 원하는 귀걸이를 내 나름대로 고안 디자인하여 미리 방과후에 시간을 이용하여 만들어 놓았다. 모두들 그러했으리라. 그런데 도데체 가짜선물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래서 주임교수님에게 물어보았다. 그것은 우스개같은 선물로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영 확실히 감이 잡히지를 않했다. 어찌되었던 나는 달라스토아에 갔다.  가짜선물로 대머리인 내 상대를 놀려 줄 요량으로 가발용 머리카락 한줄과 겨울에 발이 따뜻하라는 뜻으로 양말셑을 사서 그 둘을 큰상자에 넣고 포장을 그럴 듯하게 했다.

 

드디어 오후 수업이 끝나고 나는 얼른 집으로 되돌아 가서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파티옷 한벌로 쫙 빼 입었다. 택시를 불려 타고 저녁 7시 정시에 학교앞 Boom에 도착했다. 준비한 가짜선물과 진짜선물을 양손에 들고 나는 파티장에 들어섰다. 파티장은 꽉 차면 50여명 가랑 수용되는 그야말로 처음보는 디스트자키가 있는 작은 디스코덱이었다. 내가 사는 도시가 얼마나 작은가, 그 작은 도시의 다운타운 중심에 있는 작은 주립디자인대학, 그 건물 길건너 있는 목조건물 디스코 덱, 마치 70년대 우리의 시골 다방같은 분위기였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학생들, 그중에도 대부분이 여학생들인 그들, 모두 쫙 빼 입었다. 나 역시 오늘만 그렇게 했다. 밖은 12월의 초 영하의 날씨이건만 여학생들은 마치 속옷만 입은 것 같은 스타일이었다. 

 

파티 차림의 주임교수가 직접 테크에서 주문한 한잔의 칵테일을 모든 학생에게 돌리면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시작되었다. 환호성이 터지고 분위기가 익자 바로 진짜선물을 개봉할 차례가 되었다. 학생들은 차례차례로 한사람씩 호출되었다. 차례로  선물이 개봉되고 귀걸이, 반지, 목걸이, 혹은 팔찌가 불빛아래 그 자태를 들어냈다. 선물을 준비한 사람은 호출자에게  직접 선물을 몸에 달아 주었다. 그리고 선물을 받은 사람은 최고의 찬사와 함께 껴안음으로 보답하고는 다시 돌아가서 그 선물을 모든 사람에게 자랑하였다.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선물을 준비한 사람은 3 여교수 중 한 분이었다. 교수가 만드는 것이라면 최고가 아니겠는가. 그것은 행운이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근사한 Pendant로 어울려져 있는 목걸이가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손수 내목에 목걸리를 달아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하는 식으로 상대방에 대한  감사와 포옹을 하고나서 동료들에게 자랑을 하면서 돌아 다녔다. 물론 몸으로 아는 관습은 아니지만 왠지 나도 모르게 모든 것이 저절로 되어 버렸다. 

 

한 두시간 정도가 흘렸나 그 다음은 가짜선물을 개봉할 차례였다. 가짜선물을 줄 상대는 내가 미리 생각한 대머리인 동료 Jeremy가 아니었다.  지금 다시 뽑기를 하였다. 가짜선물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뽑기 순서대로 그 중 하나를 직접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본인이 선택한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미 개봉하여 가지고 있는 동료들의 선물과 교환할 수도 있는 권한도 있었다. 초반에는 순조로웠다. 5번째는 내 순서였다. 나는 선물 무더기에서 대충 하나를 집었다. 왠일이야, 애들이 가지고 노는 블록만들기 작은 봉지하나였다. 멍하게 그것을 처다보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이 교환을 하라고 교환! 교환! 하면서 응원을 준다. 차마 나이 먹은 놈이 애들 것을 빼앗어 라는 생각에 그만 내 자리로 돌아와 버렸다.

 

그 다음 그리고 다음, 주임교수님 차례였다.  그녀는 나보다는 나이가 많은 활달한 예쁜 노교수이다. 아직은 나의 가짜선물은 선택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녀는 가짜선물 무더기를 이리저리 헤집더니 내가 준비했던 것을 집지 않던가. '아니 그것은 대머리인 내 상대 학생을 위한 가짜선물인 데 그것을 집다니' 하면서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고 있었는 데  그녀는 그 박스속에 있는 가발 머리카락 뭉치를 보고는 얼른 집어내어 그녀의 짧은 치마 앞부분  진짜 그곳에 대고는 허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대는 것이 아니가. 그리고 아예 진짜 그곳 위치에 정확하게 맞추어 치마 허리띠 사이에 머리카락을 집어 놓고는 다양한 포즈와 동작을 취하며 괴성을 질렸다. 그러자 학생들은  깔깔거리며 환호성을 질렸고 나 역시 정신없이 웃고 말았다.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한참 웃었다. 이민와서 이렇게 유쾌하게 웃어 보기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다음으로 여자의 큰 가슴이 달린 앞치마를 보고 또 웃고 말았다. 한 학생이 그것을 뽑아서 좋다고 가슴에 대고 자랑하였는 데 그 다음 학생이 교환을 요청하여 그것을 빼앗아가 버렸다. 더 나를 웃게 하였는 것은 한 여학생이 커다란 남정네 얼굴 인형을 개봉하였다. 그 여학생이 인형의 얼굴 가면을 들어 올리자 그 아래  마치 그것을 하고 있는 그 모습의 남정네 진짜 아렛도리가 벌겋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나도 웃고 모두들 웃고 말았는 데 그 학생은 다른 것으로 교환하지 않고 소중스럽게 그것을 다시 접어서 들고 제자리를 가서는  흡족한 얼굴로 다시 그것을 들쳐 보았다. 나는 그것을 보고는 또 한번 끽끽 웃고 말았다. 다음 순서부터는 교환 신청이 매번 있었는 데 모두들 그것을 차지하려고 아우성이었고 그때마다 그 아렛도리가 덜썩이면서 보여지니 또 아니 한바탕 웃을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주임여교수는 가발 머리카락을 그녀의 아렛도리에 붙인 체 별스려운 손동작과 함께 괴성을 지르면서 또 이리저리 흔들어 대니 나는 또 한번 더 자지려지게 웃고 또 웃고 말았다.

 

어느 듯 7시에 시작한 파티가 11시가 다 되어가자 드디어 디스크자키가 나와 신나는 드럼이 있는 노래로 흥을 돋구기 시작하였다. 이제 학생들은 끼리끼리 흩어지면서 장단에 흐느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이제 나는 덩실대는 춤동작과 서로의 시선을 나누는 그들을  먼 발꿈치로 바라보면서 나 홀로 문듯 감상에 젖기 시작했다.

 

과연 사람사는 곳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도대체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그들에게는 과연 오늘은 무엇인가? 나에게는 오늘은 무엇이었나?  나는 뜸금없는 생각을 하면서 내 두 손가락은 내 목에 걸려 있는 목걸리 Pendant 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도 알 수 없는 웃음을 입가에 흘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것들은, 평생 선물을 받아 본 적도 별로 없는 나로서는 오늘의 선물은 너무나 신기하였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를 찡하게 한 것은  진정 이렇게 정신없이 크게 끽끽 거리며 웃어 본 적은 평생토록 오늘이 바로 처음이 아니었나 하는 것들이었다.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