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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CD 생활 2013-15

분홍색을 좋아합니다

Hi Yeon 2013. 8. 3. 03:55

분홍색을 좋아합니다

색체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좋아 하는 색이 무엇인냐? 물어 보면서 수업을 진행하였다. 차례가 되었다. 나는 분홍색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대부분 젊은 여학생이었다. 별스럽게도 나이가 많은 남학생의 대답으로서는 뜻밖이라고 생각되었는지 선생님은 다시 나에게 물었다. 나는 거듭 분홍색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사실 내가 그렇게 대답하였는지 당시에는 정확히 몰랐다.

사람마다 추억이 있다. 세월이 흘려감에 따라 추억들은 쌓인다. 달려 가다가 어느 멈추 보면 추억이 나도 모르게 되살아 난. 그 추억들을 더덤다 보면 어느것은 푸른 빛이 돌기도 하고 어느것은 분홍 빛으로 나풀거리기도 한다.

세월이 흘려 애들은 성장하고 그들이 이제 어른이 되었다고 뻐길 쯤에 남자에게는 외로움이 슬며시 다가온다. 그리고 나를 처다 때마다 모습이 조금씩 무채색으로 변해 감을 알게 된다. 또한 모든 일에 흥미가 없어지고 보이는 모든 사물에 회색의 푸른빛이 돌기 시작한다. 이때가 되면 과거를 뒤돌아 보는 시간도 많아지고 일도 아닌 추억도 분홍빛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문득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는 스스로 손사래를 치기도 한다. 그리고 나서 애써 거울에 비치는 무채색의 모습을 뒤로 하고는 혼자 분홍빛 과거로 달려 간다.

외로움을 달래면 달래수록 점점 커지는 것이 그것의 속성일까? 젊은 시절이라면 눈에 꽁깍지가 열정이라도 있지만 지금은 세상만사를 만큼 보았고 까질 만큼 까졌고 두꺼워질 만큼 얼굴도 두꺼워졌다. 혼자 아무리 고민해 봐야 허전한 가슴은 어찌할 수가 없는 같다. 세월이, 그때의 세월이 나를 이렇게 한구석으로 몰아 넣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삐 돌아가던 지난 세월을 멀리 두고 "이제 왔구나"하고 한숨을 돌리기 시작할 쯤에 산과 바다를 넘어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공허함마저 다가와 가슴을 후비기 시작한다.

다시 이때가 되면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은 온통 탁한 푸른빛으로 감싸게 되고 나중에는 검은 그림자마저 깔린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추억은 온통 분홍색으로 빛나게 되고 그나마 나는 그것으로 버티게 된다.

남자에게 이런 무채색이 주는 의미는 남다른 모양이다. 한창일 때는 스스로 다부지게 해결해 가기도 하고 개선장군 처럼 밀고 가고도 하였지만 이때가 되면 남자는 다시 어린애같은 시절로 되돌아 가는 같다. 조그만한 일에도 쉽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흥분하게 된다. 내가 이런지 자신도 이해할 없게 된다. 그리고는 어느날 갑자기 나는 검은 물이 출렁대는 깊은 우물속에 마음이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평소 나의 분신이라고 여겨 반려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타인처럼 느껴지고 뿐만아니라 자식이라는 것이 하늘에서 떨어져 놈들 같다고 느껴질 때도 이때이다. 그래도 다가 가야겠다고 해보지만 굳어 버린 세치 혀와 주름지고 두꺼워진 얼굴은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를 않는다. 투정부리기엔 너무 어른이 되어 버렸고 애교부리기엔 몸은 너무 딱딱한 고목이 되어 버렸는 지도 모른다.

가정에서나 사회에서 모든 것이 술술 풀려 갈지라도 남자의 그림이 나이 먹어 감에 따라 무채색으로 조금씩 변해지는 것은 세월의 이치일 것이다. 그렇다고 서툰 투정부리다가 어느날 남자의 늠늠한 인물화가 거실벽에서 내려지면 그나마 애써 분홍색으로 남겨 두었던 추억마저도 색깔도 느낌도 없는 회색으로 변해 버릴 것이다.

외로움은 어디에서 올까? 스스로 삼키고 삼켜도 샘물처럼 솟아나오는 것이 외로움인가 보다. 혼자 마시기에는 너무 진하다. 그래서 목은 마르다.

선생님이 수업의 과제로 풍경화를 주문했다. 나는 작은 화폭에 한조각의 분홍색으로 인생을 칠할까 한. 아마도스스로 인생의 풍경화를 붉은 빛으로 칠하고 싶어서내가 좋아하는 색은 분홍색입니다라고 하였는가 보다조금 있으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 저절로 산천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에 따라 내 그림도 온통 분홍빛으로 가득하길 기대해 본다. Andr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