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 오늘은 3일 연휴의 마지막 일이다. 캐나다날이고 연휴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날의 공연을 즐기기 위하여 이른 오후부터 시내로 몰려들어 시내는 사람들의 물결로 넘쳐났다. 공항에서는 다른 도시로 휴일을 보내기 위하여 나갔던 사람들이 되돌아 오면서 또한 붐볐다. 그래서 오전에는 커피를 마시면서 세상 구경도 하면서 손님들을 모시고 다녔지만 오후가 되면서 점점 바빠지더니 세상 구경은 커녕 화장실 갈 시간도 없었다.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콜이 연달아 왔다. 나를 위하여 기다리고 있을 손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졌다. 한 두시간 하는 일도 아니고 하루 이틀 할 일도 아닌데 급하다고 대충 속력을 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세월아 네월아 갈수는 더더욱 없었다. 급출발로 다른 차 따돌리기와 한산한 도로를 찾아 요리 조리 빠지고 뛰쳐나가는 나만의 안전 주행법으로 오후의 일을 겨우 잘 소화해 냈다.
캐나다날인 오늘은 도시 구석구석에서 휴일 하루를 보내는 그들의 모습이 평소보다 활기 찼다. 노래부르는 걸인 가수들도 거리에 나타났다. 반라에 가까운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도심이리 저리 몰려다녔다. 광장에서는 둥둥거리는 공연소리가 들렸고 많은 사람들이 장단에 마추어 몸을 들석였다.
남녀노소들이 나름대로 차려입고 쌍쌍이 혹은 끼리끼리 무리를 지어 이리저리 다니는 거리 모습은 매년 예전의 캐나다날과 다른 것은 없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예전의 캐나다날를 보내면서 무심코 스쳐 버렸던 그들 혹은 우리의 모습들,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느낌들이 해를 거듭할 수록새로운 광경으로 내 눈으로 들어왔다. 나는 또 다른 세계를 보는 것처럼, 느끼는 것처럼, 내 몸과 마음은 모든것을 마구 빨아들이는 마른 스폰지처럼 변하곤 하였다. 운전할 때는 눈과 몸은항상 긴장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거리의 사람사는 모습을 놓치지는 않았다. 운전이 피를 마르게 하고 힘들고 위험하고 지루한 일이지만 내가 이 일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동기는 차창너머로 사람사는 모습을 시시각각 보면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해 캐나다날에는 나는 더 이상 특별한 느낌을 훔칠 수 없었다.
“별로 볼 것도 없구만, 저렇게 차려입고 몰려들고, 끼리끼리 걷고, 이리저리 시내로 다니고, 커피 마시고 음식 사먹고 한다. 어른 들은 공원에 벤취에 앉아 저들끼리 이야기 하든가 그냥 시선을 이리저리 고정시킨다. 광장에서는 밴드의 음악소리가 흘려나오고, 사람들은 마치 천천히 흐르는 바람처럼 도시에서 이리저리 떠 돌아 다닌다. 그냥 생각없이 시간을 쪼개면서.”
“무엇이 그리 행복한지, 내눈에는 오늘이 공휴일이면서 캐나다날이라는 사실만 다를 뿐 어느 다른 공휴일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는 데 오늘따라 그들은 특별히 차려입고 웃으면서 이야기 하면서 끼리끼리 쌍쌍이 시간 속을 유영하듯 돌아 다니고 있다.”
매년 호기심으로 캐나다날을 바라보던 내 생각은 몇 년이 흐르면서 이렇게 변하고 있었다. 매년 캐나다날에 차를 몰면서 하루종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그들의 일상을 보았지만 이제 오늘같이 별일 아닌 것처럼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즉, 마른 스폰지가 더 이상 물을 훔치지 못하는 물먹은 스폰지가 되어 버렸다. 그 이유는 내가 좀 더 캐나다화 되었는 지, 좀 더 나이를 먹은 탓인지, 좀 더 마음을 접어 버렸는지, 아니면 좀 더 마음이 여유로워 졌는지는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나도 오늘 만큼은 별 생각없이 캐나다에서 일상의 한부분으로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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