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15 Kingston 천섬(1000 Islands)에서
Quebec에서 하루밤을 보내고 Kingston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Montreal을 들렸다. 몬트리올은 2016년 캐나다대륙휭단 베낭여행을 할 때 들린 곳이다. 막 떠오르는 기억이다. 그때 호스텔에 머물렸는데 호스텔 시설이 좋았고 백팩커들이 많았다. 호스텔 시설이 좋고 백팩커들이 많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젊은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 한다는 뜻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블로그를 찾아보니 <Montreal에서 3박4일>이라는 글
이 있었다. 참고: https://dorbay.tistory.com/389
다시금 그 글을 읽어보니 새삼스러웠다.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4일동안 오직 걷고 또 걷고 하면서 몬드리올 시내를 돌아다녔다는 기억만 있었다. 도시, 도시 사람, McGill 대학… 이때도 걷고 걷고 하면서 도시가 담고있는 것을 이해하려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다리 아프고 배고픈 기억들이 먼저 떠 오른다. 시내 어디엔가에서 저널을 들고 스케치 한 기억도 난다. 아마도 피곤해서 도심지 바닥에 주저 앉았는 모양이었다. 그냥 있기가 뭐해서 스케치 했는가? 그랬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가 무척이나 좋았다. 아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심, 무욕이라 할까? 남 보기에는 미친 놈이었다.
Saint Lawrence River의 철교같은 다리를 지나 시내로 들어갔다. McGill 대학교를 옆으로 하여 Mount Royal Park로 향했다. 아들이 지나가는 김에 이 공원 정상에서 시내를 잠깐 내려보고 그리고 킹스톤으로 가자고 하였다. 우리는 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정상으로 걸었다. 그때 요놈의 소낙비가 마구 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공원정상에 가 보지도 못하고 자동차로 돌아와야 했다.
다시 차를 몰고 시내를 빠져나와 킹스톤으로 다시 달렸다. 날씨는 금새 맑아졌다. 일기 예보를 보니 이번 주 내내 흐림이라고 했다. 마음이 변했다. 날씨가 좋을 때 가보아야 한다. 이때다 싶어 바로 천섬(1000 Islands)으로 갔다.
천섬에서 유람선을 타고 유유히 자연의 위대함을 즐겼다. 천섬은 내가 물위의 자연을 본 것 중에는 최고였다. 물론 베트남이나 중국을 가본 적이 없는 놈이 말할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의 자연과 다른 점은 그 위대한 자연속에 작거나 큰 건물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다. 200년(?) 전에 이렇게 사람들이 외진 이곳으로 들어와서 집을 짓고 살았다고 생각하니 그들의 개척정신에 놀라웠고 자연속에서 살고자 하는 그들의 욕구에 또한 놀랐다.
그 때문이었나? 유람선에서 보는 첨섬의 자연은 매우 아름다웠지만 왠지 모르게 이질적인 냄새가 났다. 그것은 아마도 제국주의적 자본주의 냄새일 것이다. 그 옛날 먼저 왔던 사람들이 뿌린 것일 것이다.
아마도 여기는 물이 없었다면 높은 산과 계곡이었으리라. 강물이 흐르고 깊은 계곡에 물이 차니 높은 산 봉우리만 물위로 보이는 형상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소양호나 충주호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람선을 타고 천섬을 둘려보니 캐나다 킹스톤 선착장의 반대편은 미국이었다. 강 중앙이 국경선이니 한번 유람선을 타면 캐나다와 미국을 왔다갔다 한 셈이 된다. 유람선 선두에 미국국기가 펄럭이었다. 비슷한 수준의 형제같은 나라이니 배 안에서 굳이 여권검사는 필요치 않았으리라.
천섬에서 유람선을 타고 아들과 함께 있으니 그 느낌은 남달랐다. 우리는 이제… 저 멀리 보이는 자연의 위대함과 평화로움을 넉넉한 마음으로 즐기고 있다. 다 큰 아들이 나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그렇구나. 내가 이런 매력적인 시간을 즐기다니… 내가 이럴 때도 있다니… 하는 중얼거림이 절로 나왔다. 갑작스럽게 호수물이 눈에 비치기도 하였다. 쪼끄만 애가 이제 근사한 어른이 되어 여기 나와 함께 서 있다. 고맙고 감사했다.
내 젊었을 때 인천 연안에서 덕적도행 연락선을 타고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 사랑과 함께였다. 그때 서해 바다 수평선위 떠 있는 섬들의 모습에 감정이 북받쳤다. 물안개 속의 섬이었고 어떤 때는 선명한 섬들이었다. 지금 천섬 모습과 어떻게 다르고 그 느낌은 무엇이 다를까? 왜 지금 그런 옛기억이 났을까? 35년이나 지난 세월이다. 이제 내 옆에 다 큰 아들이 서 있다.
킹스톤 다운타운으로 들어왔다. 어느 도시이든 그 도시에서 만드는 맥주가 있다. 아들이 목이 마른지 그곳으로 나를 이끌었다. 직접 맥주를 만들고 파는 가게였다.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프레데릭톤에서 살 때 학우들과 자주 가본 그런 스타일의 맥주집이었다. 노을빛이 도는 킹스톤의 저녁, 가게 안은 시끌버끌했다. 아들과 시원한 노을빛 맥주 한잔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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