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815 <일본인과 한국인의 의식구조>(김용운)를 읽고
나는 <국화와 칼>(루드 베네딕트 Ruth Benedict 지음)을 읽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때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의식구조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2년전 반일감정이 최고조로 올랐을 때 나는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반일감정을 키운다는 생각이 많았다. 정부가 희망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함께 미래로 나아가는 모습보다는 그 반대로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국민의 반일감정을 인위적으로 자극하여 나라를 불안케하는 모습에 매우 실망하였다.
이러한 현실을 보고 주관적인 감정으로만 일본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도대체 ‘일본과 일본인은 누구인가?’를 알아야 하겠다는 생각으로 그때 일본에 관한 책을 알아보았다. 아래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책들이다.
<국화와 칼> 원제 : 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Patterns of Japanese Culture, Houghton Mifflin Company, 1946). 이 책은 1944년 6월 미 국무부의 위촉으로 연구한 Ruth Benedict(1887-1948)의 저서이다.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 미치가미 히사시 저서
<조선의 일본관>금병동 저서
<일본인과 한국인의 의식구조> 김용운 저서, 1985, 한양대학교 수학과 교수, 캐나다 앨버타 대학교 박사
<국화와 칼>은 일본 일본인에 대한 원론적인 분석이며 다소 이론적이고 딱딱하였다. 그러나 일본을 이해하기에는 범위가 넓고 깊이도 충분했다.
<한국인만 모르는 일본과 중국>은 미치가미 히사시(1958년생) 저서로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 석사 출신으로 오랫동안 외교관 생활을 하였다. 그는 저서를 통하여 한국인에게 쓴소리를 하였다.
<조선의 일본관>은 금병동(1727년생) 저서로 조선인(사신과 통신사의 기행문, 관료들의 일본에 대한 서술, 일제시대 조선인 항일문헌)이 남긴 자료에 근거한 조선인의 일본관에 대한 서술이다.
김용운의 <일본인과 한국인의 의식구조>은 과거 쇄국기간 어떻게 범패러다임이 형성되었고 근대화과정에서는 어떤 결과가 초래 되었는지 한국인과 일본인을 서로 비교하면서 설명하였다. 특히 한국인의 특성을 여러가지 예를 들어가면서 예리하게 비판 분석하였고 더불어 일본인의 특성을 같은 방법으로 설명하였다.
사실 <국화와 칼>을 읽고 나서 일본의 의식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동기가 되었지만 그럼 우리는? 하는 의문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일본인과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읽고 그 의문을 풀 수가 있었다. 양국 중 누가 더 현명했는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의 조국의 손을 들 수가 없었다. 양국의 쇄국과 근대화에 대한 대응과 의식구조를 이해하면 충분히 일본은 그럴 수 있다고 둘러대어 보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글세’이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느낌은 ‘측은함’이었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의식구조>을 읽으면서 나는 최고의 몰입과 재미를 느꼈다. 그 이유는 본래 비슷한 한국과 일본이 근대화를 맞이하면서 어떻게 대응하고 받아들였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현제의 두 국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 뿐만 아니다. 나는 고국 한국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이미 기존 가치관에 굳어 버린 중년의 나이에 서구에 정착하여 살아 보았다. 마치 일본이나 한국이 쇄국으로 범패러다임이 형성되고 난 후 개화기를 맞았듯이 말이다. 그런 일본과 한국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면 나의 의식구조도 쉽게 알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이 책은 대전 중구에 있는 헌책방에서 구입한 것으로 2년 그대로 내 책꽃이에 있었다. 이사를 하고 책꽃이를 정리하면서 이 책을 발견하고 방바닥에 우두커니 앉아서 한 두장을 넘겼다. 그 이후로 나는 밑줄을 하면서 몰입했다.
최근 60의 나이를 넘기면서 삶의 목표와 진로에서 심히 방황하고 있었다. 무엇을 하든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전계획과 철두철미를 소신으로 하는 내 행동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차츰 자연 무상의 세계로 빠지는 듯 했다. 괜히 단조노래가 좋았다. 어지로운 정치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하면 된다’고 하는 ‘유위’보다 무위가 좋았다. 이 책에서 나의 DNA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나도 모르게 나도 조상의 문화와 환경에 젖었으니까 말이다.
나의 의식구조는 한국인의 그것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것이다. 조선은 일본에 36년간 합병이 되어 통치되다가 해방된 역사를 안고 있다. 한국인을 알기 위해서는 비교방법으로 동시대 쇄국과 근대화를 겪은 이웃나라 일본의 의식구조를 아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 나는 일본 해양성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동해안에 태어나서 자랐다. 중년의 나이에 캐나다에서 12년을 살았다. 그러한 연유로 일본의 의식구조 변화는 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되었다.
일본은 쇄국을 통하여 ‘칼의 문화’과 ‘천하제일의 사상’이 확립되었다. 조금이라도 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는 용납되지 않았다. 대신 백성은 적정한 세금만 내면 살만한 세상이었다. 무사는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자존감과 명예로 살 수 있었고, 상인은 거부가 될 수 있었으며, 농민은 일한 만큼 풍요롭게, 기술자는 천하제일의 물건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살 수 있었다.
규율을 무조건 지켜야만 하는 무서운 사회였지만 각자 제 분수만 지키면 정말 살만한 사회였다. 당연 나라가 명령하면 백성은 따랐다. 작은 것보다 큰 것이 우선이 되는 사회였고, 효보다 충이 우선되는 사회였다. 각자 분수를 지켜주는 엄한 위계사회라고 할 수 있다. 일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강한 무의 사회였다. 나라가 강해지는 사회구조였다.
조선은 쇄국을 통하여 ‘붓의 문화’이고 ‘동방예의지국의 사상’으로 확립되었다. 외침은 연례행사이고 그때마다 국민들은 몰살되거나 사라졌다. 왕은 위폐를 들고 도망가기 바빱고 위정자들은 숨는데 혈안이 되었다. 순종하는 문약으로 빠졌다. 백성은 각자 도생해야 했다. 믿을 수 있는 것은 가족뿐이었다. 당연 문중이 우선되는 사회가 되었고 효를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 힘이 없는 문은 외세에 순종하고 의존하면서도 소란스럽기만 했다. 유교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였다. 당연 나라에는 군사가 필요 없었다.
양반은 일하지 않고 독서만 열심이었다. 백성은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더 착취되었다. 일할 이유가 없는 사회였다. 남는 것은 ‘한’이다. 자존감은 있어야 했다. 그것이 ‘동방예의지국 사상’으로 승화되었다. 나라가 백성을 먹여주지 않으니 백성은 따르지 않았다. 외침을 당하면 아래에서 저항하면서 끝까지 각자 도생했다. 인위가 없는 자연적인 민주사회였다. 큰 것보다 작은 것이 우선되는 사회였고, 충보다 효가 중요시되는 사회였다. 일하는 것을 천시하는 약한 문의 사회였다. 나라가 약해지기 쉬운 사회구조였다.
저자는 만약 한국인과 일본인 기질을 함께 구비한다면 이상적이리라 하였다. 두 나라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지만 이는 의미심장한 추론이다. 두 나라의 기질을 감정적으로만 받아 들인다면 미래가 없다. 과거보다 더 약육강식적인 열강의 세계에서 더 더욱 한국인에게는 말이다.
그 책의 한 구절이다. 읽을 때마다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일반적으로, 사병은 하사관이나 장교들에게 기합이나 괴롭힘을 당해도 만족한다. 그러나 그것은 싸움터에서 선두에 서서 그 댓가를 지불해 줄 것이라고 생각될 때 뿐이다. ------
최근 미국에서 돌아오신 지인을 만났다. 기독교 목사 생활을 오래하였으나 지금은 그런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분의 말씀이다. 무엇인가 듣고, 보고, 배울 때 가능한 “뇌의 반을 비워두라”고 하였다. 맞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제시된 이론이나 문화에 쉽게 동조화 된다. 자꾸 듣고 보면 나도 모르게 동조화, 즉 세뇌된다. 어려울 때 더 그렇다.
만약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뇌 전체가 붉게 물들 것이고, 약간이라도, 그럼 무엇을 하든 붉은 뇌상태에서 생각하고 판단하리라. 나이가 들수록 그런 경향이 크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기존 사상과 문화에 푹 젖었다 하더라도, 문화와 기질은 물려 받는다고 하지만, 뇌가 조금이라도 비어 있다면 새로운 것을 넣을 수 있다. 합리적인 판단은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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