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인 치과 의사가 말하는 치아 건강과 당뇨병
12월 25일은 X-MAS, 서양에서는 큰 명절이다. 마치 우리의 설날과도 같다. 내가 캐나다에서 살 때는 현지인들이 X-MAS 날 어떻게 사는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남보다 훨씬 많았다. 그때 나는 택시를 몰았으니까. 크리스마스 전부터 연초까지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났다. 특히 고향을 찾아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크리스마스 하루 전부터 리커 샵(술 전매 상점)에는 줄을 섰다. 차가 없는 사람들은 주로 택시를 이용한다. 왜 그리 술을 박스로 사는가 했더니 크리스마스이브부터 밤이 새도록 가족과 함께 마시고 즐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당일은 사람 모습을 거리에서 찾기 힘들다. 밤새운 파티로 크리스마스 오전에도 그들은 꿈나라에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2월 25일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0년대 마지막 연말이자 크리스마스이다. 이제는 고국 내 사무실에서 이 날을 보낸다. 서양에서는 연휴이고 큰 명절이지만 여기는 그냥 하루만 쉬는 공휴일이다. 별일 없어 사무실을 지켰다. 이런 공휴일에 별 손님이 있겠는가? 유튜브도 보고, 인터넷 서핑도 하고, 망상도 떨고? 에이, 노래나 듣자 싶어 유튜브의 볼륨을 마음 컷 높였다. 사무실은 나의 단독 상가이니 아무리 시꺼러워도 무관하다. 요즈음 한창 인기 있는 유튜버 가수를 찾았다. 그리고 최고의 음향으로 때렸다. 역시 음악은 음향이 높아야 그 몰입도가 높다.
Bubble dia의 Hotel California, Eagles가 휘몰아친다. 그 기타 음, 그 음률, 그 기억. Hotel이라니, 오늘이 X-MAS가 아닌가? 나의 지금 기억 속의 풍경은 호텔이 아니고 작은 기차역, 그리고 여인숙… 그럼 어때, 가 보지는 않았지만 멋진 캘리포니아 해안 절벽에 있는 고풍의 호텔이라고 상상하지 뭐.
한참 혼자 제멋에 놀고 있으니 손님 한 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보니 가끔 내방하는 분이었다. 그는 나와 비슷한 연배의 이 근처 치과 의사 양반이다. 오늘 쉬는 날인가? 평일 내내 환자 입구멍만 보았을 텐데… 쉬는 날이면 해외나 혹은 좋은 곳에 여행이나 갈 것이지…
사실 치과를 여러 번 가보았지만 치과 의사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당연 그들과 대화를 해본 적도 없다. 치과 의사 얼굴은 그냥 ‘마스크’이기 때문이다. 한가한 휴일에 느긋하게 치과 의사와 단둘이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그는 간혹 내 사무실을 방문하였다. 물론 내가 부동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고 다행히 같은 연배이고 같은 전문가라는 동질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번은 농담으로 그가 “건축사 양반이 부동산 중개는 왜 해?”하였다. 나도 한마디 뚝 던진다. “치과 의사 양반이 부동산 투자는 뭐야?”
노래 음의 볼룸을 줄이자 그는 나를 붙잡고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정치 이야기, 세상 이야기를 하고는 내가 내 사랑니가 약간 썩었다고 하니 굳이 핸드폰 라이트로 보자고 했다. 괜찮다고 하니 그는 전문가가 보자고 하면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하면서 고집했다. 그리고는 또 다른 장황한 연설이 시작됐다. 내 치아를 보니 자기의 본연의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나? 치아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치아 표면은 에나멜질인데 그 경도는 9이다. 다이아몬드 경도가 10이니 다이아몬드로만 갈 수가 있을 정도로 단단하다. 그런데 최대의 약점은 설탕이다. 설탕이라는 고농도의 당분은 그 단단한 표면을 녹여 버린다. 다이아몬드급 단단함이 설탕이라는 간단한 물질에 의해 녹는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치아를 덮고 있는 잇몸이 약해지면 치아가 노출된다. 그곳은 바로 경도 4 정도인 상아질이다. 당분은 그 사이를 비집고 더 쉽게 치아를 녹인다. 치아의 허리를 녹이는 것이다.
“무조건 당분을 멀리해야겠네” 하면서 한 가지 의문을 제시했다.
“금잇발(크라운)을 하였는데 그 금 피막 아래의 치아가 썩는 경우를 보았는데 그 사이로 물이 들어가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 금속 피막 성분과 치아는 온도에 의한 팽창률이 다르다. 수축과 확장이 반복되면 그 사이에 물 분자 크기보다 큰 미세한 틈이 생긴다. 그리고 그 사이로 물이 들어간다. 그곳에 설탕이나 오염물이 들어갈 수 있다. 그때 크라운 안의 치아 본체가 썩는다. 그래서 크라운의 수명이 단축된다. 저렴하게 쉽고 빨리 치료하는 요즈음에는 크라운의 수명은 5년 이상을 바라보기가 어렵다. 원칙대로 하면 되지만 품질을 올리는 만큼 가격과 시간이 큰 비율로 크게 상승되어 실제 사용되는 경우는 없다. 환자가 원하지도 않는다. 만약 30분이 아닌 두 시간을 환자로 하여금 입을 벌리게 하고 고품질의 크라운을 셑팅 하였다고 하자, 그럼 비용을 3배 이상 청구하게 된다. 현장에서 치과 의사는 도둑놈이라고 멱살이 잡히게 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대충 아는 사실이지만 직접 들으니 나도 깜짝 놀랐다. 건강과 원칙보다는 세상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돌아간다. 그것에 잘 적응하는 자만이 잘 살아남는다. 치과 의사도 그렇다. 화두는 당뇨병으로 옮겨갔다.
당뇨병의 핵심은 인슐린이다. 우리 몸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당이 있는데 그중 설탕이 가장 쉽게 인슐린과 결합하여 우리 몸에 흡수된다. 빠른 속도의 흡수와 그 포도당 양 때문에 인슐린을 만드는 공장(이자)은 허덕이게 되고 결국에는 이자가 손을 든다. 이것이 당뇨병이다. 예방법은 간단하다. 흡수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분해 속도가 늦은 당종류를 먹고 그 양을 이자의 능력 법위 내에 한정하는 것이다. 이자에게 일을 할 수 있는 준비 시간을 주는 것과 그리고 적당한 일을 시키는 것이다. 즉 가능한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먹고 설탕을 멀리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체가 필요한 에너지보다 적게 먹는 것이 최고이다.
술을 잘 먹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포도당 대응 능력도 사람마다 다 다르다. 술 못 먹는 사람이 술을 장시간 많이 먹으면 어떻게 될까? 여기서 술은 먹으면 나쁜 반응을 금방 알 수 있고, 반면 설탕과 에너지는 기분 좋은 반응만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설탕과 과식이 술보다 더 무서운 존재이다. 술은 큰 소리 나는 권총을 들은 노출된 저격자 같은 것이지만, 설탕과 과식은 소리 없는 소총을 들은 숨은 저격자이기 때문이다.
당뇨병에 인슐린을 복용하거나 주사를 맞으면 치료가 된다. 그러나 체내의 인슐린 생산량이 먹는 음식량에 따라 변하고, 그리고 그것에 따라 하루 중 모자람과 넘침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 그 정확한 양을 그때그때 알고 투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의사는 평균치를 알아서 투여하게 된다. 그것에 대한 오차로 당뇨병이 심화될 수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먹는 음식량을 투여 인슐린 량과 정확히 일치시켜야 하는데, 이렇게 음식량을 조절하는 것 또한 매우 어렵다. 이것뿐만 아니다. 외부에서 투여되는 인슐린 때문에 이자는 이제 그만 일을 해도 된다고 여기고 점점 일 량을 줄인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당뇨병이 심화되면 몸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까? 우리 몸의 혈액 순환시스템이 막히게 된다. 피 속에 넘쳐나는 포도당은 찌꺼기가 되고 혈관벽에 들러붙어 혈액의 흐름을 방해하고 그리고 혈관을 딱딱하게도 만든다. 모세혈관에 피가 돌지 않으니 몸의 말단의 부분은 산소 공급이 끊긴다. 그럼 그 부분이 썩는 것이다. 우리 몸의 각 장기 속에는 피를 나르는 모세혈관이 많이 있다. 뇌, 눈, 간, 콩팥, 등등. 이런 인체의 중요기관에 산소 공급이 안된다면 어떻게 될까? 실명, 뇌졸중, 내장기관의 기능 마비가 오면서 그 부분이 썩는다. 발가락이라면 그 부분을 잘라내야 한다. 사람이 살 수가 없게 된다. 무서운 병이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저격수인 것이다. 이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대가이다.
한 시간 이상의 강의였다. 나는 사실 이런 토론을 좋아한다. 그가 떠나고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평소 대충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생활의 지혜로 실천하고자 했다. 그러던 중 전문가로부터 전문적인 내용으로 일대일로 들으니 매우 흥미로우면서 마음에 크게 다가왔다. 마음속 깊이 다시 새겨졌다. 즉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기회가 되었고 스스로 더 다독거리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2019년 X-MAS는 괜찮군”
마음대로 살면서 짧게 사는 것과 지켜가며 길게 사는 것 중에 선택은 철학적인 문제이다. 그런데 저절로 혹은 쉽게 후자를 선택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 본연의 모습은 아니다. 욕망대로 형편대로 마음 따라 사는 것이 인간이 아니던가? 머리로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실천 의지가 필요하다. 실패를 하고, 그리고 알고 그것을 되씹을 때만이 조금씩 전진할 수가 있다. 실패도 과하면 마음의 상처가 되지만 말이다.
불에 데어 본 자만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다. 모자람은 극복 의지라도 생기지만 넘침은 독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모자람은 마음의 상처가 되지만, 어쨌든 그래도 넘침은 만족감을 많이 준다. 철학적인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모자람은 넘침보다 낫다”라고 하는 옛말은 한번 새겨 보고 실천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그럴 가치가 있겠지. 지금부터 먹고 싶은 양의 70%만 먹고 단 것을 멀리하고, 물론 꾸준한 운동도 필요하겠지. 무엇보다도 그냥 그렇게 하는 비운 마음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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