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부터 항상 머리 속에 맴도는 언어가 있었다.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렇게 배 고픈 시대였는데 그런데 그 배고픔이 잠깐이라도 해소가 되면, 내 머리 속에는 여전히 그러한 의문으로 가득 찼다. "너는 무엇으로 사는가?"
그때부터 수 십년이 지났다. 이제 만 60이 된다. 그 동안 애들을 키우고 가정을 꾸려 나가면서 바삐 그리고 어렵게 살아왔다. 그러나 그 동안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었었다. 아무리 어렵워도 일분 일초의 시간만 생겨도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잠깐의 여유가 있게 되면 여지없이 그런 의문은 폭발했다. 잘 먹고 시간을 한가하게 즐기면 그럴 수록 더 그랬다. 누군가가 먹는 문제부터 해결하지 할 때마다 나는 나만 겪는 일종의 병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작은 작업 책상에서 디자인하고 무엇인가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도 창조라는 작업인 것 같다. 가끔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열광하기도 한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발표하는 수업 시간이었다.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인가?"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서 느끼는 것을 종이 위에 잘 표현하는 것이 좋은 그림이다. 그 그림을 보는 사람들의 느낌이 각각 다를지라도 그 느낌의 강력함이 있다면 바로 그것은 좋은 그림이다. 그렇다면 그린 자는 위대한 창조자이다. 세상이 그를 탄생시키고 보내는 것이 아니라 비록 세상이 그를 보냈지만 이제는 그가 바로 세상을 만들고 보내는 것이다. 석기 시대 원시인은 동굴에 벽화를 그렸다. 표현한다는 것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이고 그것은 인간과 동물의 기본적인 차이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의 탄생을 의식할 수는 없지만 세상과 시간을 의식하면서 살고자 하였던 것 같았다. 즉 세상과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창조하고 보내고 내가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바쁘게 매우 몰두하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는 이유이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고 방법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작업실에 있다.
동료 학생이 발표할 차례였다. 그는 이제 23세이다. 유명한 예술인의 영혼에 관한 책을 읽었다. ?왜 나는 예술 활동을 하는가?" 그 물음에 답은 "usefull work vs useless toil"이었다. 이 대답에는 많은 의미를 가진다. '자영업자와 종업원', '할려고 하는 자와 해야하는 자', 그리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로 그 의미를 구체화해 보았다. 여기서 한가지 더 부여하여야 그 의미가 완성이 된다. '창조의 일과 일상의 일'이다.
전자는 과연 인간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까? 만족, 자유, 그리고 세상을 만드는 주인 의식이다. 나는 전적으로 동감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것도, 내가 무엇인가 디자인 하여 만들어 내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몸이 아픈 지도 모르고 작업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책을 쓴 한 예술인의 생각이 대단했지만 그런 책을 선택한 내 classmate은 더 탁월했다. 아직 23세 밖에 되지 않은 여학생이기 때문이었다. 60세가 되어가는 내가 손바닥으로 내 빰을 치며 "맞어" 하며 그 의미를 이제야 선명하게 했으니 말이다.
나는 이쁜 내 동료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하였다.
"그래 맞어!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인간에게 양면을 다 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지요. 그래서 저는 풍요로움을 포기했습니다. 배가 고파도, 단벌 옷이라도, 영하의 얼음판을 걸어 다녀도, 단칸방 월세에 살아도, 내 옆에 아무도 없어도, 그리고 누가 나를 알아 주지 않아도 흔들림 없이 저는 창작 작업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내가 세상을 만들고 내가 시간을 보내는 이유이고, 그리고 내가 여기 있는 이유입니다." Andrew, 2017.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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