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휴일이 시작하기 일주일 전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캐나다 동부 Fredericton에서 출발하여 토론토를 거쳐 오후 인천 공항에 도착, 그리고 세종시로 이동하니 늦은 밤이었다. 연결 공항, 출발 공항, 그리고 도착 공항에서 기다림을 감안하면 거의 꼬박 24시간에 해당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잠자리에 들었고 그 다음 날까지 푹 쉬었다.
도착하는 날이 매우 추웠다. 그러나 캐나다 렌트방과 비교하면 한국의 아파트 생활은 안락했다. 이틀 밤을 고국 세종에서 보내고 다음 날 아침에 내 사무실로 출근했다. 아늑하고 좋은 사무실이었다. 같이 일하는 친구와 선배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렇게도 좋구나 하고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한 칸 점포의 사무실이지만 여러번 이리저리 둘려보고, 밖에도 나가보고, 내 책상에 앉아도 보았다. 아늑했다. 그냥 좋았다. 이렇게 내 사무실이 좋은 지를 다시금 아는 순간이었다. 커피 한잔을 했다. 달콤한 커피 향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오전은 이렇게 눈요기와 마음 요기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친구와 선배가 여기저기 만나는 사람마다 내 소문을 내었는 모양이었다. 손님들과 친구들이 잘도 알고 찾아왔다. 점심을 먹기 위하여 우리는 나왔다. 자주 가는 낙지전골 집으로 갔다. 맑은 낙지 전골과 함께 한 상이 차려졌다. 막걸리 한 병을 불려 우리는 우선 축하로 목을 축였다. 한잔 술이 목구멍을 넘어 가더니 금방 짜릿해졌다. 맨날 햄버거와 빵조각으로 연명하다가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한잔의 술과 맑은 낙지전골 한상을 접하니 내 눈과 입이 딱 벌어졌다. 친구와 선배가 내 입을 다물게 하였다. '천천히 먹세, 그리고 한잔을 더 받게"
다음 날 친구는 내가 좋아하는 동태탕 집으로 데리고 갔다. 내 사무실에서 차로 한참 시골로 들어가야 그집이 있다. 그 전에 자주 갔었지만 마치 처음 먹어보는 사람 마냥 신기했다. 푸짐한 한 상에 놀라고 그 부드러움과 맛에 놀랐다. 무엇보다 캐나다 어느 곳에서도 불가능한 작은 돈으로 이렇게 잘 차려진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 놀랐다. 옆 식탁에 보니 네 손님이 벌써 동태탕으로 소주 3병과 맥주 4병을 비우고 있었다. 점심인데 말이다. 이런 작은 도시에서는 보편적인 일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많이 신기해 했다.
참으로 좋다. 거리를 걸어도 차를 몰고 다녀도 그냥 좋았다. 아파트에 하루 종일 있어도 좋았고 사무실을 지켜도 좋았다. 이유가 없었다. 그저 좋은 것이었다. 며칠 지났다. 금방 고국 현실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다시 캐나다와 고국, 이렇게 양방향을 동시에 겪어보니 이제 초심이 많이 변해졌음을 느꼈다. 캐나다에서 잠깐 지내는 동안 고국의 생활을 많이 생각해 보았다. 잠깐 다시 해 본 캐나다의 생활은 한국에서 나의 주제를 인식해 주었다.
이것은 아니야. 나의 약함을 인식하는 순간들이었다. 가치관은 많이 다르다. 이런 것은 모르는 척하면서 따라가면 될 문제이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달랐다. 이런 한국의 생활은 그들의 삶이야. 내 주변의 친구와 사람들은 연금과 재산으로 보면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더 많은 것을 바란다. 그들은 나를 자신들과 동급화하고 더욱이 캐나다에서 왔으니 더 많이 가졌으리라 여긴다. 내가 가진 것은 단지 머리와 몸 밖에 없는데 말이다. 며칠이 지났는데 조금씩 좋아지면서 그 만큼 불편함을 느낀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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