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입구에 들어서자 출입구에서 손님 한분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님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분은 깔끔한 여행복으로 차려 입은 할아버지였으며 큰 여행용 가방 1개와 작은 가방 1개를 가지고 있었다. 사뿐이 차를 그의 옆에 대고는 나는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차 트령크를 열어 손님의 여행용가방을 싣고 그가 탈 수 있도록 차 뒷문을 열어 드렸다.
할아버지는 건강하게 보였다. 얼굴이 하얗고 귀티가 났다. 그러나 다리가 거북한지 좁고 키 낮은 승용차안으로 들어가서 앉는 것이 그에게는 쉽지가 않았다. 서 있고 걷는 것은 다소 자유로웠으나 엉덩이를 차시트에 대고 다리를 들어 차안으로 넣는 것은 그에게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는 나의 도움으로 몇번 시도 후 겨우 차에 몸을 싣을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안전하게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는 차 뒤문을 닫았다. 그리고 운전석으로 돌아와 행선지를 물었다. 그는 대답대신 종이 한장을 나에게 건냈다. 내용을 보니 enterprise car tental 정보가 가득했다. 그곳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비행기에서 내리면 많이 찾는 곳이 바로 자동차 렌탈회사이다.
그곳은 여러 번 가 보다 보니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정도로 훤한 길이다. 약 20분의 시간이 흘려 그곳에 도착했다. 렌탈사무실 정문에 차를 대고 나서 우선 여행용가방을 트렁크에서 내어 들고 사무실 안으로 옮겼다. 그때까지 손님은 차문을 열지도 않은 체 차안에 그대로 있었다.
내가 차 문을 열어 드리자 그는 우선 내 손을 굳게 잡았다. 나는 큰 말뚝처럼 서서 지탱하면서 그가 당기는 힘을 버터내야 했다. 타는 것보다 내리는 것이 보통 노약자들에게는 더 어려운 법이다. 탈 때보다 다리와 허리 그리고 팔이 더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번 용을 쓰면서 겨우 차 밖으로 탈출하여 도로에 섰다. 그 다음 나는 차렌탈회사 출입구 문을 열어 내 손으로 고정시켰고 그러자 그는 거침없이 걸어 들어갔다. 보통 아무리 노약자라 해도 혼자 걷는 것은 가능한 것이다.
모든 작업이 완료되고 그가 차렌탈회사 카운터에 도착하였을 때 나는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택시요금 $23을 청하였다. 보통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내리기 전에 요금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손님에게는 이렇게 되어 버렸다. 그는 주머니에서 여러가지 돈뭉치를 내 보이면서 거스럼 돈이 있는냐고 물었다.
거스럼 돈?
그의 손에 쥐어진 $10 $20 $50 $100 지폐뭉치를 보고는 나는 "있지요"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차에 되돌아가 잔돈이 든 작은 가방을 들고 왔다. 그리고는 $20지폐 두장이 내 손에 얹혔다. 바로 거스럼 돈으로 나는 $10, $5 각각 한장, $1 코인 2개, 즉 $17를 그에 손에 쥐어 주었다. 손에 쥐어진 거스럼 돈을 그 노인네는 한참이나 세어 보고는 맞는 지 고맙다는 인사하나 없이 바로 차렌탈사무실 카운트에서 기다리는 아가씨에게 고개를 돌렸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나는 바로 내 차로 되돌아 와서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바삐 달렸다. 할아버지를 돕다보니 많이 지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이럴 때는 조금이라도 서운할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보통 택시 운전을 하다 보면 이런 경우 지폐를 주고 거스럼 돈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척하면 팁이 하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아 차릴 수가 있는 손님도 가끔 있다. 사람 사는 일 다 그런 것, 그런 것으로 조금이라도 서운해 하다면 내 자신이 초라하여지기 때문이도 하였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이지만 차안의 작은 공간에서 오래동안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백배 더 좋다는 생각으로 손님을 돕는다. 그러나 사람마음 다 비슷하다. 이런 경우 야릇한(?) 마음 하나 아니 든다면 그것은 거짓일 것이다. 그곳을 떠나면서 도중 자꾸 이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났다.
"저런 불편한 몸으로 어떻게 랜탈차를 운전할까? 저렇게 깐깐한 성품에, 머 형편은 아주 좋아 보인다만은, 이 도시 사람들이 다 친절하고 좋지만, 그래도 걱정이 든다."
"별 걱정 다 하네. 돈 있으면 다 해결되는 데 머 걱정인가. 규정된 돈을 지불하는 데야."
노약자분들을 도우면 내 마음도 부드럽게 된다. 그러나 허름한 옷을 입고 꾸겨진 잔돈을 내미는 노인네를 도울 때와 다르게 이 깔끔한 할아버지 손님의 경우에는 내 마음이 영 달라짐을 느낀다. 그리고는 좋은 옷을 입고 고급차에 내려 거드름만 피우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좀 있는 만큼 베풀어야지, 그렇게 하지는 않으면서 왜 근사하게 차려 입고 폼만 내! 이 양반아" 하고 몰아 세웠던 내 젊은 시절의 객기를 생각하는 것으로 대신해 버린다. And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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